“신호 어긴 구급차가 사고를 내면 누가 책임질까?”

이서현
2020년 02월 20일 오전 9:5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12

국민의 안전에 관련된 긴급자동차는 사이렌을 울릴 수 있다.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게 되는 것이 소방차나 구급차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다 보니 이동 중 사고가 나는 일도 다반사다.

특히 소방관들은 불을 끄기 위해 현관문이나 차량을 부수고 진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지난 13일 MBC 뉴스는 이와 관련한 보상 문제를 실례를 통해 살펴봤다.

MBC 뉴스

첫 번째 사례로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119구급대가 신호를 어기고 사거리에 진입했다가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와 구급대원 등 5명이 다쳤고 사고 책임은 신호를 위반한 구급차에 있다.

도로교통법상 ‘긴급 자동차’로 분류된 구급차, 소방차 등은 긴급상황 시 신호·속도위반을 해도 되고, 도로의 중앙이나 좌측 부분을 통행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를 내면 책임은 긴급 자동차 운전자가 지게 된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신호를 위반했다면 사고의 법적 책임을 모두 져야 하는 것.

이에 소방 당국은 구조대원들이 사고로 위축되지 않고 소신 있게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합의금과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MBC 뉴스

119는 훈련을 위해 펼쳐 놓은 소방호스에 걸려 넘어지면서 다친 할머니에게 치료비 2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MBC 뉴스

또 차 안에서 연기가 나 차 문을 부쉈다가 차주에게 655만원을 배상한 사례도 있다.

지하실에서 올라온 연기를 차에서 난 걸로 오인한 데다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상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빌라 3층에서 시작된 불이 번지자 소방대원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이들을 찾기 위해 4층 집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4층 집 주인은 현관문 교체에 120만원이 들었지만, 소방당국은 한 푼도 배상하지 않았다.

배상 책임이 불을 낸 3층 집 주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서울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업무 중 시민에 손해를 끼친 77건에 대해 6천 5백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소방본부는 이를 통해 일선 소방관들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소방공무원 배상책임보험의 담보 범위도 넓혀 과실로 인한 손해 배상의 경우에도 개인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가지 않도록 조치했다.

누리꾼들은 “사이렌 소리가 더 커야 함” “구급차가 신호를 지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사이렌 들리면 운전자들은 일단 속도 줄이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