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출범특집]”정권 인수시에는 겸허해야”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신정부출범특집]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⑥

최창근
2022년 03월 31일 오후 7:16 업데이트: 2022년 03월 31일 오후 7:57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됐습니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대통령은 ‘성공’을 갈망하는 국민의 지지 속에서 청와대에 입성합니다. 다만 5년 후 청와대를 나오는 대통령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성공을 바라지만 성공한 대통령은 가지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에포크타임스는 신정부 출범 특집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전직 정부 각료, 전직 청와대 참모진, 학자, 언론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속 대담을 통하여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조망해 보고자 합니다.
그 여섯 번째 순서로 정책 전문가인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 시 유의점, 국정 운영 과정에서 당면하는 ‘돌발 변수’ 대응법, 바람직한 대통령과 국정 참여자의 자세 등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핵심 요직을 섭렵하면서 국정에 참여한 정책 전문가이다.  경제 관료, 대학 교수,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비서관, 장관, 대기업 사외이사 등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제23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여 총무처, 감사원, 재무부,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하다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정계 입문했고 국회의원 시절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정책위원회 정책조정위원장, 당 대표 비서실장 등을 맡았다.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참여를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정권 후반부에는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입각하여 대통령과 5년 임기를 함께했다. 공직 퇴임 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원장,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했으며 2014년부터 민간싱크탱크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계 입문 직전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한 경제 관료 출신으로 학자, 정치가, 대통령 참모, 각료로서 국정 운영 전반을 경험했다. | 임호/에포크타임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부터 시작해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수석비서관으로 2, 장관으로 2번 재직하였습니다. 국정 운영 경험자로서 차기 대통령과 정부에 주고 싶은 조언은요?

제17대 국회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박재완 이사장은 의원 시절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은 없었다고 했다.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 시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어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만 했다는 설명이다.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장으로 합류하였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는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을 거쳐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일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논란이 촉발한 촛불시위와 국정 지지율 폭락이라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그 파장으로 당시 류우익 대통령실 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급 청와대 보좌진이 취임 3개월여 만에 일괄 사직했다. 고위 보좌진 중 청와대를 지킨 것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수평 이동한 박재완 이사장, 이동관 대변인(홍보수석비서관) 정도였다. “당시 경험에 비춰 볼 때 차기 대통령과 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것은 국민 통합, 협치(協治)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듯이 오늘날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모두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의식하여 협치를 추구하기보다는 갈등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당선자는 차기 대통령이 될 사람이니 특정 정당이나 정파의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 전체 지도자의 반열에 올라서게 됩니다. 통합·포용 기조 유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박재완 이사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과 정부 출범 후 국정 운영에 있어서 겸손한 자세 유지가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고개를 빳빳하게 드는 순간 국민의 마음은 떠납니다. 이는 치명적인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는 전반적인 국정 운영 난맥상으로 이어지고요.”

차기 대통령은 국민통합, 협치 위해 노력해야
정부 관계자가 거만해지는 순간 국민 마음 떠나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장 시절 박재완 이사장.

선거 공약과 국정 과제 관계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공약했다 하여 다 지킬 수는 없습니다.

“단임제하 대통령 임기 5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일을 임기 동안 이루겠다는 과욕을 버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기 내 반드시 이루어야 할 필수 과제 몇 개를 골라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년 후에 이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경우 인수위원장이던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의 이른바 아륀쥐(오렌지)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이 질문에 대하여 박재완 이사장은 2007년 대선과 2022년 대선은 선거 결과와 그에 따른 분위기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한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최다 표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득표율까지 합치면 범 보수 진영의 압승이었습니다. 0.7% 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윤석열 당선자와 다른 상황이었죠.” 이 속에서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자신감이 넘친 상태에서 출발한 것이 문제였다고 했다. “10년 만의 진보진영에서 보수진영으로의 정권 교체, 선거 압승으로 인하여 인수위원회 참여자들은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10년 만에 집권에 성공했으니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진보 정권 동안 해 놓은 것을 다 바꾸어 보겠다는 유혹을 절제하지도 못했습니다. 이 속에서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발언 등이 ‘영어 몰입 교육’ 등 학부모에게 민감한 교육 이슈와 맞물려 파장을 일으킨 것이고요. 기본적으로 선거 압승과 ‘승자의 저주’가 일으킨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당선자를 비롯하여 인수위원회 관계자가 언행에 진중해야 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실제 사례이고요.”라고 말한 그는 박빙(薄氷) 차이로 승리한 윤석열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겸손하고 진중한 자세로 인수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권 인수에는 겸허한 자세로 임해야
이명박 정부는 지나친 자신감이 화 불러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주안점은요?

“이른바 ‘재고 조사’라고 하는데 국정 현황 파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 정부가 어떠한 규모와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죠. 주요 정책도 빠트릴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겠다’는 식의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일단 재고 조사를 하면서 현상을 유지했을 때와 현상을 바꾸었을 때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서 청사진을 그려야 합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측이 이른바 점령군처럼 행동해서 갈등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박재완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겸허한 자세로 정권 인수에 임해야 합니다. 인계하는 측의 사정을 이해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는 인수·인계 과정에서 인수 측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해도 인계하는 쪽에서도 정성을 기울여야 하며 양측이 소통을 긴밀하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 매체 인터뷰에서 ‘거버넌스 연속성’ 차원에서 지난 정권의 정책을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임 정권이 한 일을 이어받아 발전시킬 것은 발전시켜 승화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겠지만 100% 전면 부인할 정책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대북관계 같은 특별한 영역을 제외하면 대한민국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헌법 가치를 훼손한다든지 하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임 정부의 정책에서 문제점이 있으면 정책을 미세 조정하거나 상당 폭 수정할 수도 있지만 기본 맥락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권 인수 시 정책 관련 숨겨진 정보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 정책 입안과 실행 과정에서 생성된 ‘보이지 않는 정보’라고 할까요? 혹은 공개되지 않은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를 후임자에게 잘 물려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일선 정부 부처 사무관이나 서기관끼리 업무 인수·인계를 해도 허술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죠. 대충 인계하고 ‘일하다 궁금하면 전화해.’라고 말하고는 떠나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정권을 인계하는 쪽에서도 ‘이제 임기 끝나니 내 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대충 인계합니다. 인수하는 쪽도 마찬가지죠. ‘어차피 다 바꿀 것’이라 생각하고 대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중요 직위의 경우 현임자와 후임자가 6개월에서 1년 정도 합동 근무를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같이 일하면서 업무 인계에 차질이 안 생기게 만전을 기하는 것이죠.”라고 이야기한 박재완 이사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현직 장·차관이 참여하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고위 정무직들은 배제된 채 국·과장급 실무 관료 중심으로 인수위원회에 보고하다 보니 이른바 ‘일방 통행’ 문제가 발생합니다. 보고하는 부처는 인수위원회의 기세에 눌려서 인계 과정에서 당당하게 애로 사항이나 개선 사항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부처 정무직들도 인수위원회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2007년 12월 26일,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식.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이 위원장, 훗날 국회의장이 되는 김형오 의원이 부위장을 맡았다. 인수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장을 맡았던 박재완 이사장은 “검허한 자세로 정권 인수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연합뉴스.

정권 교체기 정권 인수 과정은 더욱 순조롭지 못합니다. 이 점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인수위원회도 갈등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 입장에서는 불쾌할지 몰라도 인계하는 측도 성의를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우리는 물러갈 사람이고 이미 끝났다’ 혹은 ‘특정 정책이나 인사는 우리가 물러나도 건드리지 못하도록 해야겠다’는 식의 태도로 이른바 ‘알박기 정책’ ‘알박기 인사’를 시행하는 것은 곤란합니다.”라고 이야기 한 박재완 이사장은 ‘개인 소견’이라며 다음 의견을 제시했다. “차기 대통령 당선자 확정 후 새 정부 출범까지 약 2개월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동안 주요 보직 인사, 주요 정책에 관해서는 서로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지속 가능한 정책 혹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고 하여 지난 정부의 정책을 다 뒤집거나 해 버리면 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고요. 해답은 간단한데 지키기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박재완 전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이 펴낸 ‘대통령 당선인의 67일: 당선에서 취임까지’ 보고서에서는 다음 내용을 강조했다. ▲정권 인수기의 리더십은 민심을 얻기 위한 화해와 포용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담은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 추진 방안을 만들 수 있는 통합적 조직 체계를 갖춘 인수위원회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념이나 공약보다는 국내외적 상황과 국민적 여망에 입각하여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정책 인수 우선순위를 선택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을 민심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청사에도 제2 집무실을 마련하여 소통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들을 개혁 대상이 아닌 개혁 주체가 되게 하려면 공무원 조직 관리가 중요하다. ▲국정과제 선정과 정교화 시에는 선거 기간에 제시된 공약을 상당 부분 줄이거나 포기하여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국정 운영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인사가 인수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

현임 정부 차기 정부 긴밀하게 협력해야
지난 정부 정책은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자세 필요

5년 동안 국정운영에 참여했던 경험자로서 대통령 임기 초기중기후기에 마주하는 문제와 이에 대처하는 방안에 대해서 조언한다면요?

“대통령 5년 임기를 초기-중기-후기로 나누어 본다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초기는 변화를 기획하고 변화를 위한 정지작업을 하는 단계입니다. 중기는 변화를 실행하는 단계이고 후기는 정권을 갈무리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해야 할 중장기 사업에 대한 대책·대안을 마련하는 단계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임기 5년은 이렇게 흘러갑니다.”라고 설명한 박재완 이사장은 ‘변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례적인 변수의 대표적인 사례는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입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고 추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국정 과제 추진을 선거 후로 미루는 정무적 판단도 필요하고요.”라고 이야기한 그는 ‘돌발변수’ 대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초기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로 인하여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졌습니다. 대통령과 정부 지지율이 급락했었죠. 그러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발했습니다. 현 문재인 정부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예측하지 못한 위기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죠.” 더하여 박재완 이사장은 대통령 측근 비리, 스캔들도 국정 운영에 암초가 된다고 했다.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하거나 뇌물을 수수 하는 등의 비리를 저지르는 현상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처 방법입니다. 경험상 ‘정공법’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입니다. 거짓말을 하거나 편법을 써서 상황을 모면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우선 잃는 듯해도 장기적으로는 이게 맞습니다.” 이는 위기관리 PR에서 제시하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 하라’는 공식과 일맥상통한다.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힘듭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원인이 된 지지율 하락에 봉착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타산지석 혹은 반면교사를 윤석열 당선자에게 주신다면요?

“이것도 ‘승자의 저주’에 해당한다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2007년 12월 대선에 이어 2008년 4월 총선에서도 압승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총선 직후 미국을 방문했는데 당시 ‘최악’으로 꼽히던 한미관계 개선이 주 목적이었습니다. 한미 관계 개선에 있어서 중요 안건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였고요. 전임 노무현 정부는 세계 최초로 ‘미국산 쇠고기 전수 검역 제도’를 시행하였습니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작은 이물질 하나만 발견되어도 전량 폐기 처분하거나 반송했죠. 미국 정부의 불만이 높았습니다.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쇠고기 수입 재개는 필수적이었고요.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 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물론 서민 경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었습니다. 솔직히 한우는 일반 국민에게 너무 비싸니까요. 결과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큰 틀에서 문제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국민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먹거리 안전’ ‘보건 위생’ 문제를 가볍게 봤다는 것입니다.” 박재완 이사장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교훈을 얻고 반성했다고도 했다. “대선, 총선에서 연달아 압승하고 정부가 자신감이 지나쳐서 정책을 밀어붙였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대(對)국민 홍보, 설득 등 사전 정지 작업이 부족했습니다. 소통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숙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 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국정 운영에 미숙했던 것이죠. 광우병 발생 위험성을 일부 언론, 시민단체, 야당이 과장한 측면은 있습니다. 다만 그런 선동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소통 부족이 자리한다고 하겠습니다. 뼈 아픈 부분입니다.”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시절 박재완 이사장. ‘녹색성장’을 국정 과제로 제시했던 이명박 정부는 탄소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청와대 고위 참모진 관용 차량을 하이브리드 소형차와 경차로 바꾸었다. 차량 교체 아이디어 제공자였던 박재완 수석비서관은 임기 동안 경차 모닝을 관용 차량으로 이용하였다.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입각 후에도 종전 대형 승용차이던 장관 관용차량을 준중형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 민심 이반 불러
잘못 인정, 사과, 재발 방지 약속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독주하려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발생합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권력을 남용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고 동시에 권력 사용을 절제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민주주의 연구 권위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는 상대편이 과하게 나온다고 해서 우리도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대응하면 시스템이 망가진다고 했습니다. 이를 한국 현실에 적용해 보면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이른바 권력기관을 통제하고 활용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야 합니다. 국정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은 활용해야 하지만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박재완 이사장은 국정 현안마다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두드러지는 현상이 정책 현안 다 각 부처 장관보다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는 것입니다. 때로는 청와대 대변인이 권한을 넘어서는 브리핑을 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일은 반드시 후과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데 정부 부처 개편에 있어서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나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공공 부문이 팽창했습니다. 이는 국민 조세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에 대한 간섭도 늘리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작은 정부로 가는 것은 필연입니다.”라고 전제한 박재완 이사장은 ‘보모 국가(nanny state)’에서도 탈피해야 한다고도 했다. 보모국가는 정부나 그 정책이 개인을 과보호하거나 개인의 선택을 간섭한다는 의미를 담은 영국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이른바 ‘내 삶을 책임지는 정부’라고 하여 국가가 국민 개개인 삶에 개입하는 정도가 커졌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도울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그는 작은 정부의 운영 시스템에 있어서는 ‘자율’ ‘분권’ ‘책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조직 규모 축소가 필요하지만 운영 시스템 개선도 중요하다는 취지이다. “정부 규모보다도 정부가 민간 영역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규모 면에서는 작은 정부이지만 영향력 면에서는 큰 정부도 존재하니까요.”

청와대 수석비서관 재임 후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입각했습니다. 바람직한 대통령 참모와 정부 각료 간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 보나요?

“대통령 참모 조직이 내각에 군림하는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낡은 시스템이 만든 부산물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진은 국정에 대해 만기친람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프로젝트(Presidency Project)’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속에서 대통령은 핵심 과제에만 집중하면 되니 자연 일상 국무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전담하게 되겠죠. 이른바 책임 내각제를 구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사권’ 위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각 부처 장관이 제대로 일을 하려면 호흡이 맞는 인사로 팀을 꾸려야 하니까요.” ‘각료 시절 청와대 참모진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박재완 이사장은 개인적인 경험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대통령 임기 초기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입각했습니다. 대통령실의 후임 수석비서관들이 일종의 ‘전임자’ 예우를 해 준 측면도 있습니다. 수석비서관이 장관에게 군림하려는 태도 등은 없었죠. 더하여 후임 수석비서관들이 나는 국회의원도 지냈고 정권 창출에 공로도 있고 인수위원회 활동을 거쳐 정권 초 위기 시 청와대에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정권에 이른바 ‘지분’이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한 박재완 이사장은 ‘대통령 참모-각료’ 관계를 일반화할 수는 없으며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청와대에 무게 추가 쏠리는 현상은 불가피하다며 덧붙였다. “원칙에 따르자면 ‘참모’인 수석비서관·보좌관 등은 대통령을 통해서 정책을 결정하거나 부처에 지시를 내려야 하는데 대통령이 분주하다 보니 대통령을 건너뛰고 직접 정책을 발표하거나 내각 업무에 간섭해서 문제가 생깁니다.”

대통령 참모가 각료 위에 군림하는 건 낡은 시스템의 부산물
인사는 위임하고 책임만 물어야

이명박 정부 청와대 인사책임자는 장·차관 이하 공무원 인사에 대해서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내가 장관을 맡았던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의 경우 청와대가 직원 인사에 개입하는 사례는 없었습니다.”라며 박재완 이사장은 자신의 재직 시절 인사 문제에 대해 설명을 계속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시에는 산하 4개 외청(外廳)-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청장 인사에서도 내 의견을 많이 냈습니다. 대부분 반영됐고요. 제1차관, 제2차관 인사도 내가 의견 내면 거의 수용됐습니다. 기획조정실장·예산실장·세제실장 등 부처 내 주요 보직자는 주로 제1차관과 상의해서 임명했습니다. 차관과 합의해서 도출한 인사안을 올리면 거의 100% 청와대에서 승인했고요. 고위공무원단 나급(국장급) 이하 직원 인사는 차관이나 기획조정실장 등에게 위임했습니다.” ‘인사를 위임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차관을 믿는 거죠. 차관에게 맡긴다 해서 인사를 할 때 대학 후배, 동향(同鄕) 사람 등을 일방적으로 챙기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없고요. 합리적으로 결정하여 적임자를 추천합니다. 장관은 추인하는 정도고요. 가끔 국장급 중에서 인사와 관련하여 이의 제기를 직접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면담 요청을 해서 ‘이런 인사를 하면 내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살펴봐 달라.’고 할 경우죠. 이럴 때에는 차관에게 ‘이런 의견도 있다. 참고하라.’고 이야기하면 적절한 방안을 강구해 옵니다. 장관은 위임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만 물으면 됩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거쳐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장관을 역임했던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도 ‘장관 인사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차관 시절은 물론 장관 재임 시에도 부처 인사권을 행사했습니다. 인사권 없는 장관이 부처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당시 나를 비롯한 장관의 권한은 강력했습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둘러싸고 집권 여당과 기획재정부가 충돌했습니다.

“당연히 국가 재정을 책임진 기획재정부에서 반대해야 합니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에 빠지기 쉽고 이는 국가 재정 팽창으로 이어집니다. 나라 곳간을 책임진 기획재정부는 포퓰리즘으로부터 국가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행동을 책임지지 않는 관료 집단의 월권이라 매도하기도 하는데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후세 역사에 책임지려는 행동’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영혼이 없고 용기도 부족한 관료들이 정치권의 무리한 요구에 저항하지 못한다는 점이죠. 이 속에서 기획재정부는 정치권의 ‘설거지’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요.” 포퓰리즘으로부터 국가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박재완 이사장의 일관된 소신이다. 그의 2011년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일성(一聲)은 다음과 같았다.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최정예 전사처럼 굳건히 협곡을 지켜야 합니다.” 이후 그는 “재정은 위기가 왔을 때 이를 극복하고 충격을 완화하게 해주는 버팀목이다.”라며 정치권의 무리한 예산 편성 요구에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이 속에서 당시 여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갈등을 벌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2012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직한 한국인(The Honest Korean)’ 제하 사설에서 “포퓰리즘에 맞설 배짱을 가진 정부 고위 인사가 늘 있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박재완 장관에게 찬사를 보낸다. 한국은 양대 선거를 앞두고 복지 지출을 늘리자는 정치인들의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복지 확대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박재완 장관의 의문은 정당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박재완 장관의 임기가 끝나면 그를 영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상찬했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코로나 19 재난 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 경정 예산 편성을 두고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갈등을 벌였다. 이를 두고 국가 재정을 책임진 부처 수장으로서 소신 있는 처사라는 평가와 책임지지 않는 관료 집단의 월권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 연합뉴스.

청와대 정책실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대통령 보좌조직 재편 방향은 어떠해야 한다 보나요?

“현재 청와대에는 몇몇 수석비서관을 총괄하는 정책실장이 있는데 차기 정부 출범 후 수석비서관 제도가 폐지될 예정입니다. 대신 ‘보좌관’, 각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정책실장은 이들 위원회 활동을 총괄하는 간사 역할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재완 이사장은 대통령 임기 동안 수행하는 국정 과제도 대폭 줄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5년 임기 동안 ‘100대 국정 과제’,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많은 국정 과제를 추진하는데 이런 것 지양해야 합니다. 정말 대통령 임기 동안에 해야 할 것 5개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나머지 일상적인 국정 운영은 국무총리와 내각이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포퓰리즘에 맞서 국가 재정 지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사명
대통령 국정 과제는 적을수록 좋아

한국 역대 대통령의 실패 원인으로 ‘5년 단임제라는 헌정 구조상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나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이 아니라 의원 내각제와 양원(兩院)제로 바꿀 시점이 됐다 봅니다.”라며 박재완 이사장은 헌정 구조 전면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세계 주요 선진국 중 순수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정도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제 채택한 프랑스도 총리, 의회와 권력을 분점하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입니다. 국회 제도에 있어서 미국과 프랑스 모두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고요. 의원내각제가 시행될 경우 여·야 모두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야당에도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이 구성되고 그림자 내각 각료들의 책임과 영향력도 상당해집니다. 무엇보다 집권하면 정식 총리·각료가 돼서 국정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데 무리한 주장을 할 수는 없죠. 예비 총리나 각료를 미리 훈련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있죠.” 박재완 이사장이 언급한 제도적 장치는 장관으로 입각 전 국회의원을 부처 차관이나 부(副)장관으로 임명하여 미래 장관으로서 훈련을 받게 하는 영국의 ‘주니어 미니스터(junior minister)’ 제도, 같은 내각제 국가인 일본의 대신(大臣·장관) 정무관, 부(副)대신 제도 등을 일컫는다. “의원내각제를 실시하면 초선이나 재선 의원 정도는 부처 ‘차관보’ 정도로 내각에 참여하고 선수가 쌓여야 차관, 부장관, 장관(대신)이 될 수 있고요. 그 과정에서 각료가 되는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는 것입니다.” 그는 한국 국회의원의 자질이 나쁘지 않다고도 했다. 다만 승자 독식 속성을 지닌 대통령제와 제도적 부조응을 일으켜 국회도 이전투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양원제를 실시하여 상원이 생겼을 때의 장점도 있다고 했다. “상원을 설치하면 쟁점 법안이나 정책에 대해서 숙려 기간을 갖게 됩니다. 논의 과정에서 과격한 법안은 걸러지게 되고요.”

2011년 6월 2일, 정부과천청사 기획재정부 청사에서 장관 취임식을 하는 박재완 이사장. 취임 시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최정예 전사처럼 굳건히 협곡을 지켜야 합니다.”라고 밝힌 그는 임기 내내 정치권의 이른바 ‘선심성 예산’ 편성 요구에 맞섰다. 이를 두고 2012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표퓰리즘에 맞서는 정직한 관료라고 상찬하기도 했다. | 연합뉴스.

새로운 정부는 작은 청와대를 표방하며 출범하지만 임기 동안 인력·예산이 증대되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대통령과 청와대로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것과 관련 있습니다. 청와대가 국정 전반을 장악하려 하니 조직 증설도 반복되는 것입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발하니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만들어지고 코로나 19 팬데믹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방역기획관(수석비서관급)이 신설되고 했죠.” 박재완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부처 장·차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단명하는 인사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장·차관이나 수석비서관 임기가 1~2년 내외에 불과합니다. 청와대 비서관의 경우 1~2년 일한 후 수석비서관으로 승진시키거나 부처 차관으로 내보내고 하니 자연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요. 지금은 비서관이지만 수석비서관이나 차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기획관(수석비서관급)’직을 신설하는 등 승진시키는 모양새를 갖추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정무직 공무원 교체를 자주 해서는 안 됩니다. 한번 임명했으면 대통령 임기를 같이한다는 자세로 가야 합니다.”

의원내각제, 양원제 개헌 필요
대통령으로 과도하게 집중된 시스템 개선해야

국정 운영 능력에 있어서 관료, 전문가, 정치인의 장·단점을 평가해 준다면요.

“공무원은 영혼과 용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검사도 마찬가지고요. 대신 전문성과 양심은 있습니다. 정치인은 영혼과 용기는 있는데 양심, 염치, 도량이 결여됐습니다. 교수로 대표되는 전문가 집단은 전문성은 갖추고 있는데 열정과 지혜가 없는 편입니다. 때로는 전문성조차 의심스럽고요. 이들 집단 고유의 장점을 다 갖춘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죠.” 이렇게 정의한 박재완 이사장은 다음을 주문했다. “차기 정부는 국가의 간섭을 줄이고 개인과 기업의 역량, 자율성, 창의성을 북돋울 수 있는 경제 시스템으로 가야 합니다. 인권, 언론자유, 박애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문명사회로도 가야 합니다. 국운의 변곡점에 설 새로운 정부의 사명은 막중하다 하겠습니다. 자유와 기회가 넘치고 공동체 가치가 존중되는 ‘너그럽고 넉넉한 문명국’으로 이끌기를 바랍니다. 더하여 모두가 대통령과 정부에 힘을 보태야 합니다. 위정자(장수)는 혜안·양심과 도량을, 공직자·법관·국책연구원(관병)은 영혼과 용기를 되찾아야 합니다. 지식인·언론·시민단체(의병)는 열정과 전문성을 갖추고 노조·직능단체(향병)는 편견과 과욕을 버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민(민방위대)의 공민(公民) 의식도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정치란 국민의 수준에 따라가기 마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