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출범특집]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의 패러다임 필요” 임동욱 차의과학대 부총장

[신정부출범특집]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⑨

최창근
2022년 04월 11일 오전 11:17 업데이트: 2022년 04월 15일 오후 12:44

20대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됐습니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대통령은 성공을 갈망하는 국민의 지지 속에서 청와대에 입성합니다. 다만 5년 후 청와대를 나오는 대통령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성공을 바라지만 성공한 대통령은 가지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에포크타임스는 신정부 출범 특집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전직 정부 각료, 전직 청와대 참모진, 학자, 언론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속 대담을 통하여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조망해 보고자 합니다.
그 아홉 번째 순서로 대통령학 연구자인 임동욱 차의과학대 부총장을 만나 역대 대통령의 실패 패러다임, 대통령의 성공 조건, 대통령의 입법 리더십의 중요성 등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임동욱 차의과학대학 행정대외 부총장은 행정학자이다. 주 연구 분야는 대통령학, 리더십, 국가와 예산, 의회와 행정이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회 입법조사분석실 입법조사연구관을 거쳐 1998년 국립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했고 입학관리본부장, 기획처장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 차의과학대학 기초교양교육원 교수이자 행정대외 부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소속 정부부처업무평가위원회 위원, 충청북도 규제개혁위원회 부위원장, 충청북도 도정정책자문단 위원,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소장으로서 대통령 리더십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국회 생산성 높이기’ ‘디지털 관료 키우기’ ‘참 여론 바로보기’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거버넌스 리더십’ ‘잊혀진 최규하 대통령의 행정 리더십: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Introduction of an objective model to measure open innovation and its application to the information technology convergence sector’ ‘Emergence of East Asian TFT-LCD Clusters: A Comparative Analysis of the Samsung Cluster in South Korea and the Chimei Cluster in Taiwan’ 등 다수가 있다.

임동욱 차의과학대 행정대외 부총장. 대통령학 연구자로서 한국 대통령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성공을 위한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대한민국은 발전도상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도약한 유례 없는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다만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성공 사례는 드뭅니다. 괴리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실패한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더하여 성공을 위한 실마리를 찾는 것이죠.”라고 이야기한 임동욱 부총장은 식민지, 개발도상국을 거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대한민국 역사는 유례 없는 성공의 역사인데 성공한 대통령을 가지지 못한 것이 미스터리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들의 말로가 불행합니다. 하야 후 망명하고 암살당하고 쿠데타로 실각하고 수인(囚人) 신세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성공했는데 대통령은 몰락하고 실패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군부 권위주의 시절 대통령보다 업적 면에서 나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임동욱 부총장은 “마지막 미스터리는 역대 대통령들이 전임자의 실패를 보면서 자신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 다짐하고 노력하면서도 역시 실패하고 만다는 것입니다.”라고 대통령학 연구자로서 가진 의문을 이야기했다. 아울러 자신이 내린 결론은 ‘리더십 위기’가 대통령의 통치 위기로 이어지며, 이는 실패한 대통령이 생기게 된 근본 문제라고 했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독재로 가는 통로라고 평가받기도 하는 대통령중심제라는 제도와 제도를 운용하는 대통령과 보좌진(측근) 등 사람 중 어느 것이 더 문제인가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물론 ‘제도주의(Institutionalism)’ 이론에서는 제도 문제라고 하겠죠. 다만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초점을 두고 연구합니다. 내 관점에서 한국은 제대로 된 대통령이 없었습니다.”라고 이야기 한 임동욱 부총장은 해법을 제시했다. “일단 현행 제도대로 운영해 보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제도를 바꾸어야 합니다. ‘5년 단임제’의 제도적 한계를 논하면서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등으로 개헌하자는 주장 나오는데 일단 현재 제도를 제대로 운영해 보자는 것이 나의 주장입니다.” 임동욱 부총장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직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민주화·탈(脫)권위주의 시대에서 대통령이라는 직과 그에 부합하는 대통령이 없었다는 의미다. “1987년을 기점으로 이전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 혹은 제왕이었다면 제6공화국 헌법 시행 후에는 달라졌습니다. 문제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이 여전히 대통령은 제왕인 줄 착각한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실패할 수밖에 없고요.”

역사에서 교훈 찾아야
5년 단임제 제도가 아닌 대통령 리더십이 문제

4년 중임제나 의원내각제 개헌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어느 제도이든 장·단점이 있습니다. 각 제도의 장점을 찾아 쓰면 되겠죠. 4년 중임제 개헌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대통령제 원조인 미국이 ‘4년 중임제’를 채택해서 성공적으로 제도 운영을 하고 있으니 우리도 벤치 마킹 하자는 것인데 옳은 주장일 수는 있습니다. 다만 앞서 강조했지만 현행 제도하에서 제대로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최규하 전 대통령 심포지엄에서 발표하는 임동욱 부총장. 그는 “한 순간과 한 시기의 행적을 잣대로 다면적 인간상을 온전히 그려낼 수 없는 것처럼 1980년 최규하 대통령의 부분적인 행적만을 갖고 인간,공직자,대통령으로서 최규하를 단순화해서는 안 되고 그가 직면해야 했던 불행한 시대와 관련해 재평가하고 역사적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리더십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라 보나요?

이 질문에 대해서 임동욱 부총장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초등학교 학생일 때 학교에서도 가르쳤어요. 영부인은 국모(國母), 즉 나라의 어머니라고요. 대통령은 당연히 국부(國父)였죠. 그 시절 대통령은 제왕(帝王)이었던 것입니다. 18년 통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자신의 국가’로 생각했던 것이죠. 문제는 제6공화국 헌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은 여전히 ‘제왕적’ ‘권위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로 방탄소년단(BTS) 부른 것 두고 논란이 됐었잖아요. 미국의 경우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이 팝 가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레이건이 마이클 잭슨에게 ‘백악관에서 공연을 해 달라’고 하자 마이클 잭슨이 이랬다고 하죠. ‘대통령님! 공연 보고 싶으면 제 공연장으로 오세요. 입장권 사셔서요.’ 만약 같은 시대 한국을 통치한 전두환 대통령이 유명 가수한테 ‘청와대에서 공연 하시오.’라고 했으면 그 가수는 ‘각하! 영광입니다’ 하고 달려갔겠죠. 이게 차이입니다.”라고 이야기 한 임동욱 교수는 민주화 이후의 대통령은 ‘회의나 의식을 주재하는(preside)’ 의미를 담은 ‘프레지던트(President)’이지 제왕이나 독재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내용이에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principal)의 대리인(agent)이 공무원(public servant)입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representative)이고요. 공무원을 다른 표현으로 ‘공복(公僕)’이라고도 하잖아요. 바로 이 공복 집단의 수장이 대통령인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한 임동욱 부총장은 대통령의 소명에 대한 설명을 계속했다.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의 대표자이자 대내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의무를 부여받은 최고 공무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소명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망각하니까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현행 헌법에도 제왕적 대통령제 요소는 적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요. 일단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이 없잖아요. 법률안 등에 대한 거부권만 행사할 수 있죠. 반면 국회는 대통령을 탄핵 소추 의결할 수 있습니다. 실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됐죠.”

민주화 이후 한국 대통령은 제왕이 아니야
민주화 시대에 걸맞은 대통령으로서 소명 인식해야

개선 방안은 무엇일까요?

“지난날 제왕적 대통령제의 유습(遺習)이랄까? 잔재를 떨쳐내야 합니다. 일단 대통령은 제왕이 아니라는 인식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기존 제왕적 대통령제 문화, 행태 등등을 바꾸어 나가야죠.”라고 해법을 제시한 임동욱 부총장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도 했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을 왕처럼 떠받들어 주니까 좋은 것이죠.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고요. 과잉 경호도 문제 제기는 늘 있었지만 대통령 스스로에게 좋지 않겠어요.” 그는 ‘민주화 시대의 바람직한 대통령 리더십’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했다. “승자독식식으로 국정 운영을 해서는 안 됩니다. 현행 대통령제하에서 선거에서 이기면 5년 동안 권력을 가져 가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국정 운영은 윈윈(win-win)해야 합니다. 야당도 무엇인가를 얻어가는 구조로 가는 것이죠 ‘함께 더불어’가 중요한 가치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국민 앞에, 역사 앞에 겸손해져야 합니다. 국민 여론과 역사 평가를 두려워하라는 뜻입니다.”

한국 대통령제의 특징으로 전임자 업적의 승계·발전보다는 전임자 지우기가 두드러집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 세상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는 착각, 승자의 오만에 빠지게 됩니다. 한편 이렇게 생각하죠. ‘전임 대통령보다는 내가 낫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라고요.” 임동욱 부총장은 모든 대통령들이 역사에 족적을 남기려 하며 전임 대통령을 넘어서려고 하는 속성을 지녔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직 대통령과 차별화까지는 괜찮다고 봅니다. 문제는 전임자를 부정하고 말살하고 때로는 감옥에 보내는 행태입니다. ‘계승발전’ ‘온고지신(溫故知新)’해야 하는데 반대로 하는 것이죠.”

역대 대통령 선거 포스터 | 연합뉴스.

대통령제 발전의 걸림돌로 박정희 대통령 그림자를 꼽기도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18년 집권했습니다. 그 이후 제5공화국 전두환 정부가 7년이었고, 현행 제6공화국 헌정 체제하에서는 대통령 임기는 5년입니다. 문제는 5년 단임제하 대통령들이 박정희 대통령을 넘어서려는 욕심을 가졌다는 점이에요. 때로는 박정희 대통령을 추종하고요.”라고 이야기한 임동욱 부총장은 ‘포스트(post) 박정희’ 시대 대통령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구분된다고 했다. “헤겔(Hegel)의 변증법(辯證法·dialectics)적으로 접근하면 박정희는 테제(thesis)입니다. 이른바 민주화 대통령은 안티테제(antithesis)고요. 문제는 진테제(synthese)가 없다는 것이에요.” 그는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의 추종자 내지는 계승자로 정의했다. 반면 김영삼-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박정희 부정자 내지는 반대자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역대 대통령들이 박정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정(正)·반(反)을 넘어 합(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새로운 대통령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박정희 그림자 존재
박정희 추종 VS. 박정희 부정

역대 대통령마다 공식 계선(line)조직, 공식 참모(staff)조직과 별개로 이른바 비선(秘線)’조직이 존재했습니다.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무엇일까요?

“대통령에 당선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 그 기간 동안에 선거 때 공헌한 참모들, 즉 캠페인(campaign)팀과 정부 출범 후 국정을 담당할 거버닝(governing)팀을 구분해야 합니다. 문제는 캠페인팀이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나 정부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왜? 대통령으로서는 선거 때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편하니까요. 선거에서 이겼으니 논공행상도 해야 하고요. 문제는 국정 운영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선거 참모들이 가진 ‘충성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선거에서 이기는 재능과 국정 운영에 필요한 자질은 다르기도 하고요.” 선거 참모가 국정 운영 참모가 되는 것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한 임동욱 부총장은 대통령실 기능과 조직을 축소하여 선거 참모가 청와대에 입성했을 때 누릴 수 있는 메리트를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선거 공신 기용 문제는 늘 문제가 됩니다. 당선자가 안면 몰수하고 배제해 버리면 적으로 돌리게 되고요. 전문성이 결여된 사람을 요직에 기용하면 국정 운영을 망치는 것이죠.”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정치력+충성심을 갖춘 참모가 필요하지만 당선 후 통치 과정에서는 정책능력+경영능력을 갖춘 참모가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통치는 예술(art)이라고 하잖아요. 결국 대통령 리더십 문제로 귀결되는데 충성심과 전문성의 조화 문제도 여기에 해당합니다.”라며 임동욱 부총장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대통령 취임 후 약 100일의 기간을 ‘허니문’이라고 하잖아요. 여론이나 언론 환경이 호의적인 시기입니다. 대통령이 결정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한 통치 위기에 빠질 일은 없다고 볼 수 있는 기간입니다. 이 기간에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기용해서 국정 운영의 전문성·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는 집권 중후반기에는 선거 공신을 기용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정 운영 추동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충성심이 보증된 인물이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권 초기에 선거 공신은 비교적 작은 조직에 보내서 일종의 훈련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조직 관리, 정책, 리더십 등이요. 그러다 대통령 임기 중후반, 즉 정권에 힘이 빠지기 시작할 때는 이들을 청와대나 정부 요직에 기용하는 것입니다. 충성심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역대 정부에서는 반대로 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선거공신들은 대통령 취임 초기 힘 있을 때 요직 차지하고 권력 누리고 대통령 힘이 빠지면 썰물처럼 빠져 버리는 것이죠.” 임동욱 부총장은 링컨(Lincoln) 대통령의 탕평 인사 시례도 언급했다. “링컨은 공화당 내 소수파였어요. 대통령 당선 후 그는 대통령 예비선거 시 거물 경쟁자들을 각료로 기용했습니다. 윌리엄 수어드(William Seward) 국무부 장관, 새먼 체이스(Salmon Chase) 재무부 장관 등이죠. 나중에 민주당 출신 에드윈 스탠턴(Edwin Stanton)을 남북전쟁 기간 동안 전쟁부 장관으로 발탁하기도 했습니다. 수어드는 링컨을 ‘애송이 촌놈’으로 무시했죠. 그러다 훗날 수어드는 ‘실천력과 용기를 가진 드문 인물’로 재평가했습니다. 링컨의 내각은 경쟁자들을 합친 ‘탕평 내각(Team of Rivals)’이었습니다.”

초청 강연 중인 임동욱 부총장

적재적소 인재 등용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듯합니다. 어떤 문제 때문일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겨 쓴 휘호 중에 ‘입현무방(立賢無方)’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현자를 세우는 것에는 경계가 없다’는 뜻이죠.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등장하는 유비가 행하는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자세로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합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이른바 코드인사가 이뤄지고 있죠.” 임동욱 부총장은 실제 김대중 대통령도 능력만 되면 고향, 출신 배경 등을 초월해서 인재를 발탁한 점을 짚었다. “김대중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김중권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경상북도 울진 출신이에요. 정치적으로도 판사 생활 거쳐 민주정의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요. 노태우 정부에서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습니다.” 임동욱 부총장은 자신의 경험을 들어 이야기했다. “나도 대학 행정 업무 처리하거나 할 때 아는 사람, 친한 사람과 주로 일을 합니다. 사람이니 어쩔 수 없어요. 문제는 대통령이 인사를 할 때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재 등용에 있어서 ‘입현무방’ ‘적재적소’ 명심해야
집권 초기 선거 공신 등용은 문제

대통령 참모 조직이 내각 위에 군림하는 현상이 지속됩니다.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요?

“청와대 기능과 조직 축소가 해답입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중심 국정 운영을 해야죠. 현 정부에서는 부처 실·국장급 간부는 물론 정부 유관 기관 기관장, 이사, 감사, 심지어 공공기관 사외이사 인사까지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실이 개입한다고 하는데 이래서는 안 됩니다. 공무원, 공기업 임원 모두 청와대 눈치만 살피게 되어 있는 구조이죠.”라고 문제점을 지적한 임동욱 부총장은 사회 구조 변화에 정치 시스템이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사회는 다원(多元)화됐는데 국정 운영은 청와대 단핵(單核)구조이죠.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시장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언급했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은 시대 변화를 인지하고 대통령과 청와대로 집중된 권력을 내려 놓으려 시도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죠.”

바람직한 대통령 비서실장과 참모의 자질은 무엇일까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약 10년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재임했던 김정렴 전 재무부 장관은 대통령 참모는 ‘은둔형 지원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달리 보면 박정희 대통령 같은 철권(鐵拳) 통치자 앞에서는 비서실장이나 참모가 앞으로 나설 수 없었겠죠. 대통령이 강성이면 참모는 뒤에서 조용히 보좌하는 은둔형이 되어야겠지만 반대로 대통령이 부족하면 경륜있는 참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야겠죠.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라는 뜻이에요.” 임동욱 부총장은 ‘대통령팀’의 구성과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템플턴칼리지 전략리더십센터 모토가 ‘우리는 불완전한 개인이 만나서 완벽한 팀을 이룬다’입니다.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각자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 모여 팀을 이루게 하는 것이죠. 그중 비서실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팀워크를 통해 대통령과 대통령팀이 빛나게 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니까요.” 그는 때로는 대통령과 반대되는 배경이나 성향의 참모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경제적으로도 부유했잖아요. 음양오행 중 ‘금(金)’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어요. 대통령 참모는 이른바 ‘흙수저’ 출신으로 구성하는 게 옳았는데 항간에서 이야기하던 대로 ‘고소영’ ‘강부자’들로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구성했으니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대통령의 역할 중 대()의회 활동이 중요시됩니다.

임동욱 교수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 리더십 유형으로 ▲개인 리더십 ▲대중 리더십 ▲행정 리더십 ▲정책 리더십 ▲입법 리더십 등 다섯 가지가 있으며, 입법 리더십의 중요성이 증대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1987년 이전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대통령은 ‘행정의 달인’이 되어야 했습니다. 행정, 정책 집행을 잘하면 대중 인기도 올라가고 했죠. 이후에는 대통령의 대(對)의회 활동이 중요해졌습니다. 국정 운영에 있어서 국회에서 법안을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하니까요.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려면 필연적으로 국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 속에서 타협과 설득에 기초한 정치적 조정자로서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임동욱 부총장은 이를 위하여 청와대 ‘정무라인’의 위상과 역할 강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정무팀은 대통령의 의사를 국회에 전달하는 비서 기능을 넘어서야 합니다. 대통령의 정치력을 보완하여 원만한 여야관계를 이끌어 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는 다선 전직 국회의원을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하여 정치적 경험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민주화 이전에는 행정 리더십 중요
이제는 ‘입법의 달인’ 대통령 필요

대통령과 ‘선출된 정부’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관료집단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나요?

“흔히 관료는 영혼이 없다고 하는데, 관료집단이 국정 운영에 참여함에 있어서 합목적성(合目的性)은 결여된 채 도구적 합리성만을 추구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검찰의 예를 들어 볼게요. 흔히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고 하잖아요. 권력에 굴종하다 어느 순간 권력 그 자체가 되거나 권력 위에 검찰이 군림하기도 합니다. 이 점에서 ‘검찰 개혁’ 명제에는 동의합니다. 방법론 면에서 현 정부 방식이 옳다 보지는 않지만요.” 임동욱 부총장은 관료집단 통제 문제, 관료 집단 개혁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영원한 과제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한국 공무원 제도 전반을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종전 1~3급 공무원의 정년 보장을 없애고 반(半) 정무직화하는 것이죠. 고위공무원단으로 승진하면 선출직으로 나가게 해야 합니다. 그게 싫으면 4급, 중앙부처 과장급 정도까지만 승진하게 해야죠.” 그는 이를 통하여 관료집단이 공복(公僕)임을 자각하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으로 고도로 권력이 집중된 시스템 속에서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만기친람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대통령은 여유를 가지고 사색하며 국가 미래전략에 고민하고 핵심 국정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지만 현실에서는 실현되고 있지 못합니다.

“대통령과 참모진의 절대 업무량을 줄여야 합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하잖아요. 일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고요. 30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대통령 일정이 ‘분 단위’로 짜여져 있는데 이도 잘못이라 봅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 수를 줄이고 여유를 확보해야 합니다. 국정운영 책임자인 대통령은 여유를 가지면서 장기적인 국정 운영을 구상해야죠.”라고 이야기한 임동욱 부총장은 민정수석비서관실 폐지, 영부인 전담 제2부속비서관실 폐지 등의 청와대 개편안은 바람직하다고 했다.

임동욱 부총장은 실패하지 않는 패러다임에 운이 더해지면 한국에도 성공한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성공하는 대통령을 위한 패러다임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임동욱 교수는 “실패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며 지난 대통령이 실패한 패러다임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첫째는 ‘성공하려는 패러다임’입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야망이 임기 내 달성이 불가능한 국정과제를 설정하게 하여 부메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둘째는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그늘입니다. 군 출신의 전두환·노태우뿐 아니라 독재와 싸웠던 김영삼·김대중도 박정희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셋째는 과도한 차별화입니다. 전임 대통령의 업적을 철저히 부정하는 와중에 진영 간 대립은 심화하고는 했습니다. 넷째는 인사에서 실패했습니다. 공식 정부조직보단 비선 라인에 더 큰 영향력을 주어 레임덕을 자초했습니다. 다섯째는 약한 입법 리더십입니다. 국회와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해 효율적인 정책 입안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 패러다임에서 반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성공이 아닌 실패하지 않는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작지만 중요한 승리를 추구하고, 자신에게 맞는 소수의 국정과제를 추진해야 합니다. 박정희 그늘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전임 대통령의 성공 프로젝트를 존중하고 전임 대통령과 재임 대통령 간 상호존중·신뢰성을 높여야 합니다. 인사에 있어서 적재적소에 공평한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입법의 달인’이 되어 국회를 상대로 한 입법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임동욱 교수는 실패하지 않는 패러다임에 ‘운(運)’까지 더해지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실패하지 않는 5가지 프레임+운’이 성공으로 이끌어
차기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직 직격을 높여야

책임총리제와 전담총리제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공통점은 국무총리에게 국정 운영을 믿고 맡기는 것입니다.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이 외교·안보·국방 등 외치(外治)를 맡고 총리는 내치(內治)를 전담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대통령-총리 관계가 수평적입니다. 문제는 책임총리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총리 간 상호 신뢰가 중요한데 이 점이 모호하다는 점이죠.”라고 이야기한 임동욱 부총장은 한국의 현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이른바 책임총리제가 성공한 경우는 김대중-김종필(DJP) 공동 정부하에서 김종필 총리, 노무현 정부 시절 이해찬 총리 정도가 있습니다. 두 사람 다 자신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책임과 권한을 가진 총리였습니다.” ‘전담 총리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담총리는 수직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제 정책을 전담하게 한다든지 일자리 창출 등 국가 차원의 중요 과제를 전담하게 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임동욱 부총장은 다음을 당부했다. “입법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해 주기를 바랍니다. 국정 운영 파트너로서 야당과 협치가 중요합니다. 분점정부(分占政府·Divided Government) 내지는 소수정부라는 한계를 인식해야 합니다. 여소야대 상황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을 받아 들이고 ‘국정 운영 격(格)’ ‘대통령직 직격(職格)’을 높이는 기회로 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