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출범특집]”선공후사한 조선 태종 사례에서 배워야”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신정부출범특집]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③

최창근
2022년 03월 22일 오후 4:53 업데이트: 2022년 03월 23일 오후 8:15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됐습니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대통령은 ‘성공’을 갈망하는 국민의 지지 속에서 청와대에 입성합니다. 다만 5년 후 청와대를 나오는 대통령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성공을 바라지만 성공한 대통령은 가지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에포크타임스는 신정부 출범 특집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전직 정부 각료, 전직 청와대 참모진, 학자, 언론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속 대담을 통하여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조망해 보고자 합니다.
그 세 번째 순서로 국내 대표적인 학술전문기자로서 제왕학, 통치학, 국가리더십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과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 인사원칙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은 언론인 출신 연구자이다. 주 연구 분야는 국가 리더십이다.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고려대 대학원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뉴스위크 한국판’ ‘문화일보’를 거쳐 ‘조선일보’ 기자, 논설위원, 학술전문기자, 문화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6년부터 논어등반학교 교장으로서 ‘논어(論語)’ ‘대학연의(大學衍義)’ ‘주역(周易)’ 등 동양 고전을 번역하고 대중강연을 병행하며 고전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2019년부터 민간 싱크탱크 (사)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이사)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이한우의 군주열전’ ‘이한우의 주역’ ‘이한우의 사서삼경’ ‘완역 한서’ ‘대학연의’ ‘논어를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등이 있으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에 걸쳐 ‘이한우의 태종실록(전 19권)’을 완역하기도 했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은 대표적인 학구파 언론인이다. 학술전문기자, 서평전문기자로 활동했으며 100권 가까운 저서, 역서를 펴냈다. 리더십 연구에 천착하고 있으며 ‘태종실록’을 비롯하여 다수의 관련 책을 쓰기도 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성공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안고 대통령에 취임하지만, 성공한 대통령은 없거나 드뭅니다.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요?

“제도 탓이 크다 봅니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는 어느 대통령도 성공하기 힘들다 봅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 두고서 국민들이 성공을 요구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 봅니다.”라고 말한 이한우 센터장은 5년 단임제 문제점 지적을 이어갔다. “단임제하에서는 기본적으로 책임정치가 실종됩니다. 국민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는 순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는 것이고요. 이러한 헌정 구조하에서는 세종대왕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는 정당 정치 실종 문제도 빠트릴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당선자나 이재명 후보 모두 ‘정당’이 길러낸 후보가 아닙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현 정부 검찰총장으로 일하다 중도 사임하고 정계 진출 8개월 만에 야당 후보로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재명 전 경기도 도지사도 지방 행정가였지 정당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육성한 인물이라 보기는 힘들고요.” 지난 대선을 통하여 여·야 모두 대선 후보 불임정당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진단한 이한우 센터장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 중 독일을 모범 사례로 들었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구조적 한계 지녀
세종대왕이 대통령 되어도 성공 못 해

독일 사례는 어떤 시사점을 주나요?

“정당 정치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독일은 기독교민주연합(CDU), 사회민주당(SPD) 등 정당 차원에서 미래 지도자를 육성하고 자질을 검증합니다. 소속 정당마다 이념적 지향만 다를 뿐 상향 평준화된 지도자가 배출되죠. 그중 경쟁력 있는 인물이 연방 총리·각료가 되고요. 전·현직 독일 총리들은 정당 시스템 속에서 국가 리더십이나 통치학 훈련을 철저하게 받았기 때문에 취임하자마자 국가 통치에 무리가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만 봐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주저함 없이 단호히 대처하는 등 행정수반으로서 리더십에 문제가 없잖아요.” 이와 관련하여 이한우 센터장은 모 잡지 기명 칼럼에 “대선에서 누가 당선하든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검찰 개혁이 아니라 정치 개혁이 되어야 한다. 정치 개혁의 핵심은 정당이 대선후보를 빚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의회정치의 유경험자들을 대선후보로 뽑아야 한다. 지금처럼 민주주의의 기본 시스템인 정당과 의회를 무시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고 쓰기도 했다.

한국식 대통령제를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제왕학(帝王學) 혹은 제왕(帝王)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사람들의 오해가 있다고 봅니다. ‘제왕=폭군’이라고 여기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왕의 자질을 갖춘 대통령이 나와서 제왕답게 혹은 대통령답게 통치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왕학이나 통치학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죠.” 이한우 센터장은 한국식 대통령제는 기본적으로 제왕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제왕학의 핵심은 인사(人事)입니다. 인사의 핵심은 공정(公正)이고요. 공정의 잣대로 인사를 하지 않고 사심(私心)·사욕(私慾)에 기반하여 ‘자기편’ 챙기는 인사를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한국 대통령제는 제왕적 성격 지녀
공평무사한 인사가 핵심

공평무사한 인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논어(論語)’에 등장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이러합니다. ‘인사를 할 때는 사사로운 마음으로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나에게 시키는 것을 대신해서 행한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이죠. 여기서 하늘 같은 마음은 ‘공평’ 혹은 ‘골고루’를 비유한 것입니다. 하늘처럼 공평무사한 마음으로 인사를 하라는 것입니다.”

역대 대통령의 실패 원인으로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이 꼽히기도 합니다. 5년이라는 한정된 임기 내에 공약 이행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늘 제기됩니다.

“위임을 해야 합니다. 제왕학의 첫 번째는 지인(知人), 즉 사람을 알아 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용인(用人)을 해야 하고요 세 번째는 임인(任人), 즉 맡겨야 합니다. 네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신인(信人) 사람을 믿어야 합니다. 다시금 정리하자면 특정한 일을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을 찾아서 일을 정확하게 맡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한우 센터장은 지인·용인·임인·신인보다 더 중요한 개념이 있다고도 했다. 일의 본질 혹은 성격을 파악하는 ‘지사(知事)’인 것이다. “리더는 일의 본질을 파악하면 선후(先後)·경중(輕重)을 파악해야 합니다. 일의 성격에 따라 시급히 처리해야 할 것도 있고 시간을 두고 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적절한 사람을 찾아 맡겨야 하는 것이고요. 일을 우선 파악하고 사람을 찾고 맡기는 순서로 가는 것이 정도입니다.”

지사, 지인, 용인, 임인, 신인

 

조선시대 군주 중 3대 태종의 리더십이 가장 뛰어났다 평가하는 이한우 센터장은 5년에 걸쳐 ‘태종실록’ 전 19권을 완역하기도 했다.

조선 시대 군주 중 귀감이 될 만한 리더십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이한우 센터장은 “조선 3대 군주 태종(太宗) 이방원 같은 인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태종은 조선 건국 초기 혼란기 때 국가를 반석 위에 올려 놓은 군주입니다. 태종의 가장 큰 업적은 사병(私兵)을 가지고 이에 기반하여 권력을 나눠 가지던 사회를 없애고 과거시험이라는 자신의 실력에 기반하여 출세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정치 영역’을 구축한 것이죠. 자신의 처가 민씨 일가는 물론 아들 세종(世宗)의 처가 심씨 일가를 정리하여 외척이 정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앤 것도 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국가의 제도적 틀을 구축한 것입니다.” ‘세종의 장인 심온(沈溫) 일가에는 가혹한 처사가 아니었나?’는 반문에 이한우 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왕실의 외척 문제는 정리했어야 합니다. 국왕의 통치는 ‘지공(至公)’, 즉 지극한 공적인 영역인데 가족 문제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이었죠. 심온도 처신을 잘못한 것이 민제(閔霽·태종의 장인) 일가가 겪은 일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민씨 일가의 경우 고려 말 명문세가였고 태종이 만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 쳐요. 심온은 민씨 일가가 초토화되는 것을 보고서도 가볍게 처신했습니다. 충녕대군이 세자에 책봉되자 좌의정에 봉했는데 덥썩 받았습니다. 세종이 즉위하자 영의정 자리를 사양하지 않았고요. 태종이 심온의 됨됨이를 평가한 것인데 걸려든 것이죠. 결국 불경죄로 주살되고요.” 이한우 센터장은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자도 가족 문제에 단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적인 감정에 얽매일 경우 공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취지이다. “태종은 아버지가 아닌 백성의 관점에서 충녕대군이 양녕대군보다 군주로서 적합하다 판단하고 세자를 바꾸었습니다. 충녕대군이 임금이 되면 다수 백성을 위한 좋은 정치를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고 이를 실행해 옮긴 것이죠.” 그는 윤석열 당선자의 후보 시절 배우자 김건희 씨 문제가 터졌을 때 이렇게 조언하기도 했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정적(政敵)뿐만 아니라 형제까지도 제거해 아들 세종이 성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한 태종 이방원의 리더십에서 윤석열 후보가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태종은 공(公)을 위해 사(私)를 희생한 대표적 지도자였습니다. 지도자의 공(公)은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사로움을 배척하는 데도 있습니다.” 이한우 센터장은 정조(正祖)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된다고도 했다. “정조 사후 정조가 신임했던 순조(純祖)의 장인 김조순(金祖淳) 일가가 권력을 장악하잖아요. 이는 안동 김씨 세도 정치로 이어지고요. 정조가 영명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대담 주제는 조선시대 역대 군주 이야기로 옮아갔다. 이한우 센터장은 조선 중기 인조(仁祖)가 광해군(光海君)을 몰아내고 즉위한 인조반정이 남긴 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인조반정은 명분론에 입각한 것 아니었나요?

“인조반정의 명분은 ‘광해군은 불효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신하가 ‘효(孝)’라는 가치를 기준으로하여 군주를 상대로 반정, 즉 쿠데타를 일으킨 것입니다. 유학(儒學)에서 ‘군군신신(君君臣臣)·부부자자(父父子子)’를 이야기하잖아요. 이를 분리해서 보면 군군신신은 공(公)적 영역이고 부부자자는 사(私)적 영역에 속합니다. 효라는 사적 가치를 가지고 충(忠)이라는 공적 영역을 판단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인조반정 후 조선 사회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공의 영역이 사라졌습니다. 군군신신이 먼저이고 부부자자가 다음인데 뒤바뀐 거죠.”

선공후사한 태종 리더십 본받아야
김조순을 중용한 정조는 반면교사

정부 고위직 임명에 있어서 법학 전공자를 우대하는 풍토도 문제시됩니다

이한우 센터장은 ‘논어: 안연(顔淵) 편’을 들었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몇 마디 말만 가지고도 옥사를 결단할 수 있는 사람은 중유(자로)일 것이다. 자로는 약속한 일을 묵히는 일이 없었다(子曰 片言可以折獄者 其由也與 子路無宿諾).’는 표현이 있잖아요. 핵심은 뒤이어 공자가 ‘나는 사실 판결 잘하기보다는 송사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법률가가 지닌 문제는 일단 일이 발생하면 송사(訟事)로써 해결하는 것이잖아요. 율사(律士) 출신 대통령이 집권한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번 정부 전·현직 법무부 장관들의 행태도 문제고요. 법치(法治)가 아닌 ‘법 기술자’들이 국정을 농단한 것입니다.” 그는 첫 검사 출신 대통령인 윤석열 당선자도 이 점에서는 우려스럽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법률가는 상상력이 부족한 맹점을 지녔습니다. 학문적 특성에 기반한 것이죠. 정치와 정부 정책에는 상상력을 필요로 합니다. 법률가들은 항상 일이 벌어지고 난 후에 해결책을 강구하려 합니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는지 원인 분석을 하거나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이는 ‘법률가 정치’가 지닌 근원적인 위험성입니다.”

이한우 센터장은 2016년부터 논어등반학교 교장으로서 ‘논어’를 강연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용인술 중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내가 ‘아버지는 직업 군인 출신으로 대통령이 됐는데 용인술에 능할 수 있었나?’라고 묻자 전재국 씨가 본인도 궁금해서 전두환 대통령에게 물었다며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인사는 별 것 아니다. 각 부처별로 소속 공무원 인사평가 자료가 존재한다. 그중 상위 1~3위 평가받는 세 사람을 만나 음주나 식사를 하면서 팀워크를 평가해 보고 최종 결정하면 된다. 그러면 실패할 이유가 없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탁월한 해법인 것이죠.”

법률가는 상상력 부족, 사후 해결책 강구하는 문제 지녀

역대 정부마다 이른바 코드 인사 문제도 지적됩니다.

“기본적으로 윤석열 당선자가 보수정당 소속이고 본인 성향도 보수우파라면 보수 혹은 우익의 가치를 가지고 국정 운영을 하고 가치관에 부합하는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맞다고 봅니다. 이를 코드 인사라고 비난만 할 수는 없겠죠.”

당선자가 지켜야 할 보수의 가치 혹은 우익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보수의 가치는 간단합니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이죠. 실제 공자(孔子)도 부국강병론자였습니다. 반면 주자(朱子)는 도덕주의자였죠. 공자는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주자는 백성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만 강조했죠. 공자는 ‘견리사의(見利思義)’라고 했습니다. 이익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취해도 되는 것인지를 보라(見)고 했습니다. 반면 주자는 이익을 버리라고 했죠. ‘안빈낙도(安貧樂道)’라고 하면서요. 이는 위선입니다. 가난은 누구나 싫어하는 것입니다. 누가 가난을 즐깁니까? 공자는 부국강병론자이지 안빈을 이야기한 적이 없습니다. 보수 우파라면 부국강병을 이야기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청와대(대통령 집무실)를 옮기는 것은 가볍게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청와대’로 상징되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참모들의 업무공간은 대통령 당선자 개인 소유물이 아닙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현대사가 응축된 역사적 공간입니다. 공적인 공간인 것이죠. 게다가 후임 대통령이 청와대를 다시 사용하겠다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가요?”

보수우파의 핵심가치는 부국강병
안빈낙도는 위선적 가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명분으로 청와대 청사 배치 문제와 이로 인한 대통령과 참모 간 불통, 외부 세계로부터의 고립 문제 등을 제기했습니다.

“막연하게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 공간으로서 청와대를 바라보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것인데 제왕학·통치학에 정통한 대통령이 제대로 통치하면 누가 청와대를 욕하겠습니까? 앞서 언급 한 것의 연장선 상에서 이야기하자면 인과관계 선후관계가 잘못된 것입니다. 대통령이 정치를 제대로 하는 것이 우선인데 집무실을 옮겨야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죠.” 이렇게 정의한 이한우 센터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기로 했고 실행한다면 차기 대통령은 열심히 집무실로 출근해야 합니다. 아니 국민들에게 출퇴근 시간이 노출되니까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겠죠.”

대통령은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등장하는 위징 같은 참모를 가까이 두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중국 제왕학에서는 군주 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신하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나는 ‘벗’ 같은 신하이고 다른 하나는 ‘스승’ 같은 신하입니다. 벗 같은 신하는 군주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신하입니다. 스승 같은 신하는 군주의 눈과 귀를 밝히는 신하이죠.” 이한우 센터장은 윤석열 당선자에게 벗 같은 참모는 많아 보이는데 스승 같은 참모는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스승 같은 신하, 즉 대통령의 참모를 두면 대통령이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할지를 조언해 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2017년 작고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설립 이사장이 그런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세가였죠.”

‘정관정요(貞觀政要)’ 중국 당(唐)나라 2대 황제 태종 이세민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태종과 그를 보좌한 중신(위징 · 방현령 · 두여회 · 왕규 등) 45명과의 정치 문답을 통하여 정관의 치라 불리는 태평성대를 가져온 치세의 요체를 다루고 있다.

차기 정부 인사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요?

“법조인이나 군인 출신 인사 등용은 지양해야죠. 법원 검찰이나 군 조직은 기본적으로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특징을 가졌습니다. 그 점에서 법조인이나 군인이 정권 보위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정 운영에는 그렇지 않다 봅니다. 더하여 엘리트를 우대하는 것은 맞으나 엘리트주의에 빠지면 안 됩니다. 대통령의 권위는 존중받아야 하나 권위주의는 배척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각 부처 장관에게 소속 직원 인사권을 위임하느냐 여부도 관건입니다. 책임 내각 구현에 있어서 인사권 위임은 필수적입니다.” 이한우 센터장은 국가정보원 원장을 어느 연령대에서 발탁하느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했다. “국가정보원장은 50대 인사 중에서 임명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50대가 되면 향후 10년, 20년 동안 국가 전체의 인적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검찰총장 시절 특수부 검사를 중용해서 편중 인사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편중 인사라 볼 수도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윤석열 당선자가 중용한 인사들이 능력·품성 면에서 괜찮은 인사라는 점이죠.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인재 등용에 있어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 제한된 검찰 조직에서 경험한 것의 한계를 넘어야 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수영장에 있다 대양(大洋)에 온 셈인데 바다에서도 수영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담대함이 요구됩니다.”

선거 후 논공행상은 필연입니다. 이 점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칼럼에서는 논공행상의 깊은 뜻은 자리를 주지 말라는 뜻이다라고 해석했습니다.

“‘논공행상(論功行賞)’도 해석이 잘못됐는데 ‘상(賞)’을 주라는 것은 금전적·물질적 보상을 하라는 것이지 ‘자리(位)’를 주라는 뜻이 아닙니다.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운 이른바 ‘선거 공신’은 대통령 개인에게 기여한 사적인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적인 자리를 주어 보상하면 안 되는 것이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업사원이 실적이 우수해서 회사 매출에 기여했어요. 회사는 보너스나 인센티브 지급 등 물질적 보상을 하는 게 우선이지 영업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여 승진시키거나 더 중요한 자리에 앉히고 하는 것은 별개 문제입니다.” ‘현실적으로 선거 공신에게 자리를 내어 주지 않기는 힘들다’는 말에 이한우 센터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장 좋은 것은 대통령 당선자가 안면몰수하는 것이죠. 그럴 수 없다면 자리를 주되 국민에게 영향을 덜 미치는 직위에 임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행정부나 청와대 고위 공직자로 임명할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임명하는 것이죠. 원칙은 선거 때 공헌했다 하여 국정 운영에도 개입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정부 중요 직위는 선거 공헌 유무를 떠나 능력과 품성에 기반하여 임명해야 합니다.”

논공행상은 자리를 주지 말라는 뜻

한국방송공사(KBS) 대하 드라마 ‘태종 이방원’ 조선 3대 군주 태종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태종 리더십 연구 권위자인 이한우 센터장은 드라마 자문을 맡고 있다. | KBS 제공.

차기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역사의식은 무엇인가요?

“대통령의 역사의식을 달리 표현하자면 국민에게 가장 절실한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라 봅니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이 정해지는 것이죠.”라고 말한 이한우 센터장은 차기 대통령이 대외관계에서 유념해야 할 일에 대해서 조언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 문제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 대(對)일본 문제입니다. 일본과는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연대를 강화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자유진영 국가 간 연대를 통해서 ‘외벽’을 튼튼하게 쌓는 것이 필요한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과거사 문제를 들어 일본과 관계가 악화일로입니다. 다행히 윤석열 당선자는 일본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향후 대일본 관계 개선이 기대됩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과는 경제·무역관계를 중심으로 지나치게 밀착돼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국익 차원에서 필요합니다.” 이한우 센터장은 대안으로 동남아시아 제(諸) 국가들과 유대관계 강화를 제시했다. “제가 10여 년 전부터 주장하는 것인데 인도양을 ‘우리 바다’로 만드는 대전략이 필요합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준 선물 중 하나가 태평양을 우리 바다로 여기게 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은 태평양으로 진출하여 세계적인 무역대국으로 성장했죠.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 줄 선물은 인도양이라 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해야죠.”

이한우 센터장은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에 다음과 같이 고언했다. “대통령 5년 임기의 성패를 좌우하는 문제 중 하나는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인사에 있어서도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만한 인물 혹은 중도층을 대표하는 인물을 기용해야 합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는 이를 고민하지 않았고 ‘자기 사람’을 등용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정권 위기를 자초한 원인이고요. 정치적 상상력 부재가 만들어낸 문제라고 봅니다. 특히 윤석열 당선자는 ‘공정’ ‘상식’ 가치를 내걸고 집권에 성공했는데 국민들에게 ‘이번 정부는 공정하고 상식적이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할 경우 차기 정부는 초기부터 고전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선거 때 공헌한 인물이나 자기 사람 등용을 최소화하고 능력과 인품이 검증된 인물을 중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