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선택하겠다”…美 대형 체인 ‘하비로비’ 설립자 회사 소유권 포기

황효정
2022년 11월 21일 오후 2:53 업데이트: 2022년 11월 21일 오후 2:53

가난한 집안 환경으로 고졸 학력, 집 창고에서 창업
자산, 사회 환원약속했지만 부에 대한 집착 생겨나
욕심 더 커지기 전에 소유권 포기 결심 “내 것 아냐”

미국 최대 미술공예 체인 ‘하비로비(Hobby Lobby)’를 설립한 억만장자 CEO가 회사 소유권을 포기했다.

부를 좇기보다는 신의 섭리를 따르는 청지기가 되는 길을 선택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하비로비 CEO 데이비드 그린은 “회사의 소유권을 양도해 사명과 목적이 그대로 전달되도록, 나는 신을 선택했다”고 외신에 기고했다.

하비로비 창업주이자 CEO인 그린의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이었다.

1970년, 그린은 대학 진학 대신 600달러를 대출받아 오클라호마주의 집 차고에서 미니어처 액자를 조립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 플로라다주의 한 하비로비 매장. | Joe Raedle/Getty Images

그린의 감각은 뛰어났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 그린의 사업은 곧바로 번창하기 시작했고 2년 뒤에는 첫 가게를 열었다.

8.5평이 채 안 되는 첫 가게는 50년 후인 현재 미 전역에 900개가 넘는 체인 매장을 보유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오늘날 근무하는 직원만 4만3000명이 넘는다.

1970년 창업한 이래 지난 52년간 프랜차이즈 사업을 경영하면서 그린이 제일 우선순위에 둔 것은 직원 복지였다.

정부가 책정한 연방최저임금보다 훨씬 높게 시간당 임금을 책정해 급여를 지급하고, 매주 일요일에는 전국 모든 매장을 닫았다. 직원들이 가족과 보낼 시간을 허용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그린은 적극적인 사회환원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린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린의 개인 순자산은 140억 달러(약 19조원)다.

하비로비 창업자 겸 회장 데이비드 그린(왼쪽)과 그의 아내 바바라 그린. | Chip Somodevilla/Getty Images

그런데 회사가 성장하면서 그린의 마음속에는 ‘내가 이 회사의 주인이다’ 하는 생각이 자라났다. 그린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자꾸만 회사에 권리를 행사하고 싶어졌다.

그린은 “하지만 나는 내게 주어진 사명에 책임이 있었다. 나는 내가 회사의 소유인이 아닌, 관리인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깨달았고 이에 소유권을 포기하겠다”고 전했다.

나아가 스스로를 더 이상 회사의 소유주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직접 하비로비의 의결권 주식 100%를 신탁으로 이전하기까지 했다.

그린은 다른 CEO들을 향해서도 “당신이 주인인지, 아니면 주어진 일의 관리인인지를 성찰해보라”고 조언한다.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 실패하고, 가장 단순한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 성공하는 것을 많이 봤다. 성공하는 건 내가 아니다. 성공을 주는 건 신이다. 신은 성공과 함께 좋은 관리인이 될 책임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