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에 ‘통일’ 강조한 中…올해 대만 병합 구체화되나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1월 4일 오전 11:48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51

경색 국면에 접어든 중국과 대만은 2022년 임인년(壬寅年) 신년사를 통해 새해 첫날부터 대조된 입장으로 갈등이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그 어느 때와는 달리 대만과 관련한 부분에 ‘통일’을 강조해 대만에 대한 구체적인 통일방안이 제시될지 관심이 쏠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대만 문제에 대해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양안 동포의 공통된 염원”이라며 ‘통일’을 부각했다. 그의 신년사에서는 대만의 관점에서 위협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들이 절제됐다. 그는 홍콩과 마카오를 예로 들며 “함께 노력해 조국은 줄곧 홍콩과 마카오의 번영과 안정에 힘써 왔다. 한마음으로 함께 노력한다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장기적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매우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중국이 올해부터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대만 ‘통일’에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는 ‘양안관계’ 잡지에서 대만 담당 고위관리들의 신년사를 통해 강조됐다.

3일 대만 중국시보, 연합보 등에 따르면 중국이 발행하는 ‘양안관계’ 잡지에 류제이(劉結一)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과 장즈쥔(張志軍)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 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류제이 주임은 2022년 신년사에서 ‘통일’을 바짝 강조했다. 지난해 그는 신년 축사에서 ‘통일’을 단 한 번 언급했으나 올해 신년사에서 무려 21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또 17만 7000여 대만 동포가 중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도 했다.

신문에 따르면, 류제이 주임은 “대만 해협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지, 그 상황은 항상 조국 통일을 옹호하는 세력의 편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위한 역사적 바퀴는 굴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의한 통일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류 주임은 현 민진당 정부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만 독립 분열이 조국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이는 대만 동포의 이익과 복지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인민 전체의 확고한 결의와 불굴의 의지, 강화된 능력에 대항하는, ‘독립’을 위한 어떠한 시도도, 외부 세력의 어떠한 간섭도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만 독립에 참여하는 것은 결코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과 민진당 당국의 간섭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에 있어 양안 교류가 활발했고, 동포 간의 교류와 협력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평하면서 ‘조국 강국과 통일’에 강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강한 조국은 대만 동포의 강력한 후원과 확고한 지지에 의한다며 “우리가 견지하는 ‘양안일가친(兩岸一家親·양안은 한 가족)’ 개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만 동포들에게 주어진 기회도, 그들에 대한 선행과 실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인들에게 “시대의 기회를 포착하고 양안 교류와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조국인 대륙이 추구하는 꿈(夢)을 건설하고 양안 통합과 발전의 새 장을 공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九二共識)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 분열에 반대함을 견지하여 조국 통일의 위대한 과업을 함께 달성해 민족 부흥의 영광을 함께 누려야 한다고 했다. 중국몽을 대만인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장즈쥔 해협회 회장도 신년사에서 대만의 각계와 연락을 유지할 것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통신 수단을 통해 양안 교류와 협력을 계속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양안은 한 가족’이라는 이념을 견지하면서 모든 종류의 대만 관련 비상사태를 처리했으며, 긴급 구호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92공식에 도전하고 하나의 중국을 포기하는 행위는 모두 양안 평화에 대한 도발”이며 “이를 반드시 소멸해 열매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 대륙위원회는 중국에 대해 ‘평화, 호혜, 민주, 대화’라는 네 가지 원칙에 근거해 양안 상호 작용을 촉진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만의 미래는 대만 인민에 의해 결정된다며 이러한 4가지 원칙은 대만 주류의 여론이자 대만의 확고한 결론이라고 맞받아쳤다. 중국에 예속된 위치가 아닌 대등한 관계에서 양안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중국 고위급 인사들은 최근 양안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말하는 통일에 대해 과거 막연함보다는 더욱 구체적인 통일 이후의 시나리오를 묘사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29일 류쥔촨(劉軍川) 대만판공실 부주임은 포럼에서 “통일 후 대만의 재정 수입은 민생을 개선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앞서 2019년 1월 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평화통일 이후 대만 동포의 사회제도와 생활양식을 충분히 존중할 것”이라며 “개인의 재산, 종교, 합법적 권익 등이 완전히 보호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와중에 중국은 대만에 군사적 위협을 가했다. 중국 군용기는 지난해 900회 넘게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넘나들며 대만을 긴장시켰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신년사에서 “베이징 당국은 정세를 오판하지 말고, 내부적으로 군사 모험주의가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상기시키고자 한다. 군(軍)은 양안의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양측은 공동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2022년 양안 내부에 중대한 정치적 변수가 있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중요한 정치적 변화에 직면할 것이며 이 또한 다시 양안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이 올가을쯤으로 예정된 제3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할 경우 대(對)대만 정책이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오춘산(趙春山) 대만 단장(淡江)대 중국대륙연구소 명예교수는 “차이 총통의 연설은 평화를 추구하고 지역 안보에 기여하고자 하는 대만의 입장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2022년에는 대만 동시 지방선거인 9합1 선거, 중국의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등 양안 간 내부의 일들이 양안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양측이 공식 교류를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전염병, 경제협력 등 민생과 관련된 문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우웨(張五岳) 단장대 양안관계연구센터 주임은 “미래의 양안 관계에 대한 주요 영향 요인은 ‘미중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차이잉원 총통과 시진핑 주석의 신년사는 쌍방이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현재의 양안관계가 미중 관계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22년은 미중 상하이 코뮈니케 50주년, 중일 수교 50주년, 양안 92회담 30주년이 되는 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20차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하고, 대만은 9합1 지방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며, 미국 역시 중간선거를 치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과 필리핀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올해의 양안관계가 양측의 내부 변화를 통합하고 외부 지역 정세의 영향을 받는 등 변수가 만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19가 이를 둔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훙징푸(洪敬富) 대만 청궁(成功)대 정치학과 주임은 “올해가 중국에게 중요한 한 해”라며 중국이 20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대만 정책이 더욱 명확해질 전망”이라고 내다 봤다.

그는 중국이 대 대만 정책에 소위 말하는 ‘통일 시간표’가 제시될 수도 있다고 내다 봤다. 하지만 그는 연초에는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우선적으로 안정을 추구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림픽을 통해 당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