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자 유입만 9명이라는 중국 광저우, 5천명 격리시설 건설

류지윤
2021년 06월 29일 오후 12:51 업데이트: 2021년 06월 29일 오후 12:51

중국 방역 책임자 중난산 “델타 변이, 기존 시설로는 격리 불가능”

중국 당국이 광저우에 퍼지고 있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격리소를 만들기로 했다. 전염성이 너무 강해 일반 호텔을 이용한 기존 격리시설로는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방역 책임자인 중난산 공정원 원사는 26일 “광저우 교외 지역에 25만㎡ 규모의 광저우 국제건강숙소를 짓고, 5천 개의 독립적 공간을 설치해 엄격한 격리로 전염을 차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난산에 따르면, 현재 광저우에서 확산 중인 델타 변이는 바이러스 부하(viral load)가 높고 내뿜는 가스의 독성이 높아 전염성이 강하므로, 일반 격리호텔로는 격리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광둥성 보건당국은 전날 현지 신규 확진자는 0명이며, 해외 유입 확진자만 9명이고 모두 무증상 감염자로 광저우 4명, 포산 2명, 둥관 1명, 중산 2명이라고 밝혔다.

중난산 원사의 발언과 광둥성 보건당국의 발표를 종합하면, 현지 확산세는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외부 유입을 우려해 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격리시설을 새로 짓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일을 앞두고 방역 대책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현재 광둥성은 중국 내 델타 변이 확산의 새 진앙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하는 분위기를 흐릴 수 있기 때문에, 델타 변이 감염자를 모두 격리 시설에 몰아넣고 신규 확진자 ‘0’이라는 정치적 임무를 달성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광둥성 주민 시(施)모씨는 에포크타임스에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이 모두 엉망이 됐다”며 “외출하려면 건강코드 녹색이 필요하다. 녹색을 받으려면 핵산 검사(코로나19 검진)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그 때문에 적잖은 시민들이 검진소를 찾아 서너 시간씩 줄을 서서 검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코드는 중국 보건당국이 개발한 스마트폰 앱이다. 다운 받아 설치하고 건강 상태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녹색(안전), 황색(불안), 적색(위험) 등 3가지 색깔의 QR코드를 출력해준다. 이 QR코드에 따라 중국 내 활동에 제약 여부가 결정된다.

광둥성 둥관시는 지난 20일부터 시민 1040만 명을 상대로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전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날 남아공에서 출발해 광둥성 선전시에 도착한 항공편(CA868) 승객 가운데 델타 변이 30명 감염자가 나오자 초강수를 둔 것이다. 광저우시, 선전시 등 인근 지역에서도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등 대응 조치를 강화했다.

시씨는 “툭하면 대규모 검사를 실시하고 교통을 통제한다. 6월 말까지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고,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면 외출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당국 발표가 투명하지 않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7·1절(공산당 창당 기념일인 7월 1일) 100주년을 앞두고 관리들은 조그마한 사고도 모두 피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주민 편의는 뒷전이고 모든 정책이 사회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안정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광저우시 당국은 24일 리완구가 고위험지역에서 중간위험지역으로 조정됨에 따라 리완구 일부 구역 폐쇄를 해제하고 타지역과 인적 왕래와 교통 통행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둥관 시 당국도 27일 주택 단지 폐쇄를 해제했다.

하지만 광저우시 위생건강위원회는 “폐쇄 해제가 곧 통제 해제는 아니다”라며 이달 30일까지 핵산 검사를 한 번 더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 92개국에 퍼졌으며 중국의 광저우와 선전, 둥관 등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광저우 당국은 주요 확진 사례에 대한 역학조사 과정에서 델타 바이러스 3세대와 4세대 접촉차는 14초 만에 감염됐으며 열흘 만에 5~6세대가 전파된 것으로 확인했다.

전문가는 델타가 현재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 중 전파력이 가장 강하며, 잠복기가 짧고 바이러스 부하량이 높아 발병이 빠른 것을 특징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한 광둥성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최근 광둥성을 중심으로 한 델타 변이 확산사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