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감정이 있다?…이스라엘서 식물이 내는 소리 최초 분석

김태영
2023년 05월 6일 오후 4:52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2:09

누구나 한 번쯤은 식물에 물을 주면서 노래를 흥얼거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식물도 사람처럼 자신의 상태를 소리 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이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릴라크 하다니 교수와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식물이 내는 소리를 녹음하고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식물도 소리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빈번하게 소리를 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당 논문은 지난 3월 30일(현지 시간) 생물학 분야의 과학 저널 ‘셀(Cell)’에 게재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이 식물에서 수집한 소리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 텔아비브대 제공

연구팀은 소음이 없는 조용하고 고립된 지하실에 음향 상자를 설치하고 그 속에 토마토와 담배 식물을 배치했다. 식물과 10cm 떨어진 곳에는 20~250킬로헤르츠(㎑)의 고주파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초음파 마이크를 설치했다. 실험 대상 식물 중 일부는 5일간 물을 주지 않았고 다른 일부는 인위적으로 줄기를 잘라,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온전한 식물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함께 관찰했다.

실험 결과 식물이 내는, 팝콘이 터지는 것과 비슷한, ‘딸깍’ 하는 소리가 초음파 마이크에 잡혔다. 연구팀은 이 소리가 사람의 말소리와 비슷한 음량이지만 사람이 들을 수 없는 40~80㎑의 고주파로 방출된다고 밝혔다. 사람(성인 기준)이 감지할 수 있는 최대 주파수는 약 16㎑다.

또한 연구팀은 식물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더 자주 소리를 낸다는 점도 발견했다. 스트레스를 주지 않은 온전한 식물은 시간당 평균 1번 미만의 소리를 내는 반면 물을 주지 않거나 줄기를 자른 식물은 시간당 30~50차례로 더 빈번하게 소리를 냈다. 밀, 옥수수, 선인장, 광대나물 식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수집된 녹음 기록을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기계학습) 인공지능(AI)을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식물의 종류와 가해진 스트레스 유형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식물별로 물이 부족할 때와 줄기가 잘렸을 때 내는 소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하다니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도 식물에 부착된 진동계가 진동을 기록한 사실을 밝혀냈지만 이 진동이 (식물이 낸 것인지) 공기 중 음파로 인한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수년간 이어온 의문을 해결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목가적(牧歌的)인 꽃밭은 사실 우리가 듣지 못할 뿐 다소 시끄러운 곳일 수 있다”면서 “식물이 내는 소리는 사람의 귀로는 감지할 수 없지만 고주파수 소리를 듣고 정보를 얻는 박쥐, 설치류, 곤충 등 다양한 생물들은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울러 “식물에 물을 줘야 할 때 사람에게 알려주는 센서와 같은 도구가 개발되면 사람도 이러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며 이번 발견이 농작물의 수분과 질병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