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서 너 같은 X 낳아” 2년 동안 학부모한테 괴롭힘당한 어린이집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황효정
2020년 10월 21일 오전 10:1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22

2년 간 죄 없는 어린이집 교사를 악랄하게 괴롭혀 결국 목숨을 끊게 만든 학부모가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9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세종시 보육교사 자살 사건을 그린 웹툰이 공유됐다.

‘세종시 보육교사 관련 국민청원 서포터즈 네이버 밴드’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웹툰에는 2년간 학부모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어린이집 교사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세종시 보육교사 관련 국민청원 서포터즈 네이버 밴드
세종시 보육교사 관련 국민청원 서포터즈 네이버 밴드

실제 사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및 검찰 등에 따르면, 2년 전인 2018년 11월 세종시 한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A(37) 씨와 A씨의 아버지이자 아이의 외할아버지인 B(60) 씨가 교사 C(30) 씨를 수차례 손으로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A씨는 해당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기 아들이 C씨한테 맞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부녀는 다른 교사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C씨를 향해 수십여 분간 폭언도 쏟아냈다.

“싸가지 없는, 하여튼 이런 개념 없는 것들 같으니”, “웃는 것도 역겹다. 아주 거지 같이 생겨가지고”, “저런 X이 무슨 선생이냐”, “일진 같이 생겼다”, “시집가서 너 같은 XX 낳아”…

세종시 보육교사 관련 국민청원 서포터즈 네이버 밴드
세종시 보육교사 관련 국민청원 서포터즈 네이버 밴드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학부모 A씨는 C씨를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 영상에는 C씨의 아동 학대 장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A씨의 아들이 C씨를 때리는 장면이 있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 근거 없이 학대를 의심하고 이런 일을 벌인 것. 사건을 조사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도 학대가 없다는 소견을 냈다. 결국 A씨의 고소는 불기소처분됐다.

세종시 보육교사 관련 국민청원 서포터즈 네이버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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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이후로도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다.

A씨와 B씨는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들과 인근 주민들, 병원 관계자들에게 C씨가 아동 학대를 했다며 허위 소문을 퍼뜨렸다.

A씨는 또 “보육료를 부정수급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민원을 시청에 매주 넣었다.

세종시 보육교사 관련 국민청원 서포터즈 네이버 밴드
세종시 보육교사 관련 국민청원 서포터즈 네이버 밴드

그뿐만 아니라 C씨의 주변 사람인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주변 아파트 관리소장까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한 어린이집 원장은 C씨에게 그만두기를 요청했고, 결국 C씨는 아이를 학대한 적이 없었는데도 생계 수단이었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아동학대 누명을 쓰고 2년여간 끊임없는 괴롭힘에 시달렸던 C씨는 끝내 올해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종시 보육교사 관련 국민청원 서포터즈 네이버 밴드
세종시 보육교사 관련 국민청원 서포터즈 네이버 밴드

이후 검찰은 폭력행위와 모욕, 업무방해 혐의로 A씨와 B씨 부녀에게 벌금 100~200만원의 약식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와 B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사건을 살핀 재판부는 뜻밖의 판결을 내렸다. 검찰 판결보다 10배는 강한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한 것.

재판부는 “피해자 C씨가 예의 없고 뻔뻔하게 대응해 흥분했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일부 범행을 부인한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고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세종시 보육교사 관련 국민청원 서포터즈 네이버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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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B씨는 해당 판결에 불복, 최근 법원에 항소했다.

C씨의 남동생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유가족에게 사과를 단 한 번도 안 했다”며 “오히려 탄원서를 써준 어린이집 원장님에게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깟 벌금과 약식기소’라며 사법기관의 처벌도 비웃는 이야기를 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