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EU에 손 내밀기 “다자무역체계 수호”…美의 WTO 견제에 공동 대응

윤건우
2019년 12월 11일 오후 2:05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1

무역분쟁 판결 ‘대법원’ 역할을 하던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기능 마비 사태에 처한 가운데, 중국이 유럽연합(EU)와 협력 강화로 맞서고 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 서기는 10일 샤를 미셸 유럽이사회(EU 정상회의) 신임 상임의장과 통화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시 총 서기는 “중국과 유럽은 모두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주의를 주장하며 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 무역 체계를 지켜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며 “중국과 유럽에 소통과 협력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면 양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과 유럽은 상호협력 파트너이지 제로섬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중국 발전은 EU의 기회이지 도전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중국이 EU와 함께 노력하길 원한다”면서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공동 추진과 중국-유럽 간 투자협장 조기 체결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샤를 미셸 유럽의회 신임 상임의장 | 로이터=연합뉴스

미셸 신임 상임의장도 다자주의 수호에 뜻을 같이하며 “EU가 중국과 무역 협력에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중국 공산당은 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유럽-중앙아시아-동북아에서의 협력증진을 기반으로 한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경제난에 빠진 그리스에 구원투수로 나서 거액의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그리스를 교두보로 삼아 유럽경제에 대한 영향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WTO가 미국의 이익을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경제 규모 세계 2위인 중국에 부당한 특혜를 제공한다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WTO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거래를 해왔다며 WTO에 이러한 허용을 제지하라고 압박해왔다.

아울러 WTO의 무역분쟁 해결 최종심의 기구인 ‘상소기구(Appelate Body)’ 상임위원 선임에 동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상임위원 숫자를 1명으로 축소시켜 지난 10일부터 재판부 구성을 차단한 상태다.

EU와 캐나다 등은 상소기구가 기존체제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WTO 심리를 모방한 임시 항소절차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EU의 행보에 발맞춰 공동전선을 형성해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