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연임 확정되자…中부유층·세계 금융 ‘차이나 런’

정향매
2022년 10월 26일 오후 10:13 업데이트: 2022년 10월 26일 오후 10:13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3연임이 확정되자 중국 부유층이 해외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중국 자본시장에서 외국 자본들이 빠져나가는 ‘차이나 런(중국 회피를 뜻하는, 차이나와 뱅크런의 합성어)’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中 부유층, 준비해온 해외 도피 실행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이 퍼지면서 중국 부자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물론 홍콩의 부유층을 고객으로 둔 유럽 변호사 데이비드 레스퍼런스는 시진핑 3연임이 확정된 후 초고액 자산을 보유한 여러 가문으로부터 비상 탈출 계획을 실행해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신문에 밝혔다. 

레스퍼런스 변호사는 자신의 고객 중 상당 수가 중국 탈출을 준비해왔다며 “그들은 중국 밖으로 합법적으로 자본을 옮기고, 해외 거주지와 새로운 시민권을 마련하는 데 몇 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십 년 동안 중국 경제의 호황을 누려온 자산가들에게 시진핑의 임기 연장은 (탈중국을 실행하게 된) 전환점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6000명 직원을 둔 싱가포르 로펌 덴텐로디크의 키아멍로 수석 파트너 변호사는 지난 몇 달 동안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해달라는 요청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패밀리 오피스’는 한 가족의 자산을 관리하는 개인 기업이다. 

그는 “초고액 자산가 대부분은 이번 주보다 훨씬 일찍 (시진핑의) 3연임을 예고된 결과로 보고 있었다”며 “중국 부유층은 오랫동안 홍콩을 자산관리 허브로 선호했지만, 지금은 싱가포르로 눈을 돌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소재 로펌 베이프런트로의 라이언 린 이사는 신문에 “제20차 중국 공산당 대회가 열리는 동안 다섯 가문으로부터 싱가포르에 패밀리 오피스 설립 문의를 받았으며, 세 가문은 현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씨티프라이빗뱅크를 인용해 싱가포르 내 ‘패밀리 오피스’ 수가 2017~2019년 사이 5배 늘었고 2020년 말 400개에서 1년 후 700개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시진핑 3연임 확정, 외국자본 탈중국 가속화…항셍지수 폭락 조짐  

시진핑 3연임 확정은 외국 자본들의 탈중국에도 방아쇠를 당겼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5일 “해외 투자자들이 홍콩 거래선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 179억 위안(약 3조5007억원)을 순매도, 연초 대비 소폭의 자본 순유출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해외자본 순유출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2014년 ‘후강퉁(해외투자자가 상하이 거래소에서 직접 투자할 수  있게 한 제도)’ 실시 후 첫 해외자산 감소를 기록하게 된다. 

또한 24일 홍콩 증시를 통해 거래되는 중국 주식 상황을 나타내는 항셍중국기업지수(HSI)는 6.4% 폭락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미즈호은행의 수석 아시아 외환 전략가 켄 청은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공산당) 지도부 개편에 겁을 먹어 홍콩에 상장된 중국 주식을 대규모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에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가인 마빈 첸은 제20차 공산당 대회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현재 중국 주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지도부가 중국의 경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보기 위해 시장은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리는 12월 무렵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증시 상장한 中기업 주가도 급락…위안화 가치도 15년 만에 최저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65개 중국 주식을 나타내는 ‘차이나드래곤지수’는 24일 전날 대비 15% 폭락했다. 이날 차이나드래곤지수는 장중 20%까지 폭락한 뒤 14.5% 폭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2.02% 하락했다. 

또한 중국 위안화는 25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7.3084위안에 거래되면서 2007년 12월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