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장쩌민파 상무위원에 ‘뜨거운 감자’ 넘겼나

셰둥옌
2016년 05월 3일 오전 11:33 업데이트: 2020년 04월 24일 오후 12:01

장가오리·장더장에 기후협약과 홍콩문제 배정
추진결과에 따라 책임추궁 가능성 배제 못 해

최근 중국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두 상무위원(최고위원 격)에게 뜨거운 감자가 주어졌다.

장가오리(張高麗) 상무위원은 지난 달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파리기후변화협정 당사국 총회에 참석해 서명했고 장더장(張德江) 상무위원은 오는 5월 18일 홍콩에서 개막하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하게 됐다.

중국 제1 부총리 장가오리는 미국 파견 시점에 눈길이 간다. 그는 4월 22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파리기후변화협정’ 서명 의식에 참석했다. 중국이 10여 년째 박해하고 있는 중국 수련단체 파룬궁(法輪功)의 반(反)박해 기념일 ‘4·25’를 코앞에 둔 시점이다. 장가오리 위원은 이들의 항의시위를 목격했을 가능성이 크다.

장가오리 위원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장쩌민의 파룬궁 박해정책을 적극 추종해왔다. 지난해 6월 국제NGO인 ‘파룬궁박해추적국제기구’에서는 장가오리 위원으로부터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생체장기적출을 지시한 인물이 장쩌민이라는 언급에 대해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정치국 회의에서 이 문제로 추궁당하지 않도록 사전 차단하겠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시진핑(習近平)이 의도적으로 장가오리를 이 시점에 미국에 파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그는 2014년 문화·선전분야를 총괄하는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에게 유럽 4개국을 순방하도록 했다. 류 위원은 곳곳에서 항의하는 파룬궁 수련자들과 부딪혀 큰 망신을 당했다. 장가오리 위원 역시 미국에 갔다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처럼 고소당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류 위원은 당시 덴마크, 핀란드, 아일랜드, 포르투갈 순방길 내내 항의하는 파룬궁 수련자들과 마주쳤다. 시위대는 ‘류윈산을 법에 따라 처벌하라’는 대형현수막을 치켜들었고 류 위원은 호텔이나 회의장 정문과 큰길을 피해 후문이나 쪽문, 심지어 쓰레기 반출로로 드나들어야 했다.

또한 류 위원은 포르투갈 문화활동센터를 참관한 후 자리를 떠날 때 인파에 섞여 몰래 차량으로 이동했는데, 그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파룬궁 수련자들이 한목소리로 “류윈산을 법에 따라 처벌하자”라고 외치는 소리에 매우 놀라 안색이 창백해져 수행원의 부축을 받기까지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출범 이후 각종 ‘개혁영도소조’를 설치해 장쩌민 계파 상무위원의 권력을 축소시켰다. 장가오리 위원은 국가 제1 부총리 신분으로 재정과 개혁발전 등을 총괄하지만 현재는 환경보호, 기후 등으로 관할분야가 축소됐다. 기후협정에 중국 대표로 서명한 장가오리 위원은 폐기물 배출 감소 등 분야에서 중국이 국제기준에 미달할 경우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장더장 진퇴양난, 홍콩문제 해결책임

장쩌민 계파의 또 다른 중국공산당(이하 중공) 정치국 상무위원인 장더장(張德江)은 오는 5월 18일부터 홍콩에 파견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 정상포럼에 참석하게 된다.

장더장 위원은 경제담당 관료가 아니며 중공중앙 홍콩·마카오 공작소조 조장을 맡아 홍콩 정책을 주관하고 있다. 장더장 상무위원이 홍콩에 가는 것은 2017년 행정 장관 선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오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을 보통선거를 통해 선출하기로 약속했다. 홍콩 기본법에 따르면, 행정장관 후보자의 보통선거는 “광범위한 대표성을 가진 지명위원회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하기로 돼 있다.

그러나 2014년 장쩌민 계파는 정치공작을 통해 국무원신문판공실에서 갑작스럽게 ‘일국양제’ 백서를 발표해 홍콩 기본법을 일방적으로 왜곡 해석했다. 이는 홍콩인들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고 결국 80만 명이 국민투표에 참여해 ‘진정한 보통선거’를 요구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장더장 위원은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를 조종해 결의를 통과하도록 하고 진정한 보통선거 지명을 제지했다. 이에 홍콩인들의 반발이 격화됐고 이후 79일간에 걸친 ‘우산혁명’으로 이어져, 홍콩의 사회적 갈등이 전례 없이 첨예하게 됐다. 당시 렁춘잉 홍콩행정장관은 무력으로 유혈사태를 만들 생각을 했지만 후에 시진핑이 의해 제때에 제지됐다.

그 이후 홍콩에서는 민중항쟁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민과 자금 이전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해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올해 설 연휴 동안 렁춘잉 정부는 관습을 깨고 노점상을 단속해 홍콩의 갈등을 고조시켜 폭력 난동을 야기시켰다. 렁 장관은 설 연휴에 휴가를 가지 않고 이 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했다. 그러나 올해 중공 양회에서, 베이징 당국은 ‘일국양제’에 대해 변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설 연휴 기간 난동에 대해서는 ‘폭동’, ‘폭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홍콩에서 난을 일으키려던 장더장 위원의 시도는 이렇게 무산됐다.

최근 렁 장관은 ‘가방 게이트’ 사건으로 홍콩인들의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이제는 친 중공 성향의 건제파(建制派) 조차도 렁춘잉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베이징이 그의 연임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시사평론가 리린이는 “장더장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렁 장관을 계속 지지한다면 홍콩인들의 반대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렁 장관을 포기하자니 홍콩에서 장쩌민 계파의 영향력 상실이 우려된다”라고 분석한 뒤 “그러나 렁 장관의 뒤를 봐주던 장더장마저 곤란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렁 장관의 연임 가능성은 작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조용히 처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장쩌민 세력이 약해졌다는 표시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홍콩 민주주의 관련 시민단체 조슈아 웡 대표는 “아직 우리 단체가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17년이 다가오면서 중국의 통제가 심해질수록 많은 홍콩인이 홍콩 독립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