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원자바오 글 왜 검열했나…“일종의 동정심” 日 언론 분석

류지윤
2021년 05월 3일 오전 9:08 업데이트: 2021년 05월 3일 오전 11:03

전 중공 국무원 총리 원자바오(溫家寶)의 어머니 추모 기고문이 검열 당한 것과 관련해 “시진핑의 경고”라는 분석이 일본 언론 측에서 나왔다.

닛케이 신문의 카츠지 나카자와(中澤克二) 선임 편집자는 지난 29일 원자바오는 중공 체제 내 이른바 ‘개혁파’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그의 글은 시진핑에 대한 간접 비판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원자바오는 올해 청명절을 앞두고 마카오의 한 잡지에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가 중공에 의해 검열됐다.

원자바오는 이 글에서 문화혁명에 대해 시진핑의 견해와는 차이가 입장을 나타냈다.

시진핑은 문화혁명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원자바오는 글에서 자신의 부모가 문화혁명에서 박해당한 상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이는 문화혁명에 대한 중공의 평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한 소식통의 말을 빌리자면 “선을 넘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나카자와는 원자바오가 문화대혁명을 비판한 것이 시진핑이 원자바오의 글을 차단한 주요 원인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진짜 원인은 2022년 중공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이 정치적으로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접어들면서 시진핑이 금융업 정리에 나서는 동시에 원자바오 및 친인척에게 ‘침묵을 지키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시진핑이 원자바오를 동정하는 것 같다는 게 나카자와의 주장이다.

2012년 NYT는 원자바오 가족의 재산이 최소 27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2014년 원자바오는 홍콩의 한 신문에 사적인 편지를 발표하며 자신은 권력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꾀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중공 고위층에 가까운 소식통이 에포크타임스에 밝힌 바에 따르면 원자바오는 다섯 차례나 중공 고위층에 편지를 보내 그의 가문의 부패설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청했다.

그는 그동안 중공 정치국 회의에서도 이 같은 요구를 여러 차례 제기하며 어떠한 부패 행위라도 있다면 즉각 사퇴하고 당 기율과 국법에 따라 처벌을 받겠다고 밝혀 왔다.

나카자와는 “원자바오가 이번에 어머니를 추모한 것은 정치적 라이벌에 의해 훼손된 자신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긍정적 이미지’로 역사에 남기를 바라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2년 중공 제20차 당대회까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지금, 시진핑은 원자바오의 이런 발언이 중국에 퍼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는 ‘퇴위한 원로 지도자’가 평론을 하는 선례를 남겨 시진핑의 경제, 금융 부문 장악, 더  나아가 국가 전체의 정치계획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원자바오의 글이 가져올 파장을 사전에 차단해 그가 훗날 숙청의 소용돌이에서 살길을 남겨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