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왜 당내 ‘투항파’ 비난했나…소식통 “내부에서 와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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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0일 오후 10:05 업데이트: 2020년 12월 20일 오후 10:24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16일 ‘미국에 무릎 꿇는 구루병은 치료돼야 한다'(‘崇美’ ‘跪美’的軟骨病得治!)는 평론을 게재했다. 저자는 ‘신스핑(辛識平·신식평)’으로 표시됐다.

듣기에도 중국 공산당 총 서기 시진핑이 연상될 정도로 유사한 이 저자명은 실명이 아니라 신화통신의 시진핑 일정 및 사상 교육 프로그램인 ‘학습진행시'(學習進行時)의 한 코너에 등장하는 필명이다. 시진핑 진영이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 채널로 알려져 있다.

이 평론은 공산당 내부에 미국에 대해 엇갈리는 이견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시사평론가인 양웨이(楊威)의 분석에 따르면, 이 평론은 시진핑의 직접적인 지시로 작성됐다. 미국에 굴복하려는 당내 일부 세력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미국과 대결국면으로 중국 공산당을 이끄는 시진핑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세다는 의미도 된다.

최근 중국 공산당이 미국 대선에 개입한 증거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 14명을 제재했다. 이들과 가족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자산을 달러화로 바꿔 해외에 은닉한 중국 공산당 고위층에게는 치명적인 조치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3일 중국 공산당원 9천200만명과 그 가족의 미국 방문비자(B1·B2) 유효기간 상한을 기존 10년에서 1개월로 파격 단축했다. 발급횟수도 1회로 제한했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원의 자국 이민을 금지한 상태다.

미국은 공산당원과 그 자금줄이 되는 중국기업이 미국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결의를 드러냈다. 지난 2일 미국 하원은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퇴출을 가능하게 한 ‘해외기업문책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 서명만 남았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최대 외화벌이처였다. 자금줄도 끊기고 이미 모아놓은 자산도 동결된 당내 고위층의 시진핑에 대한 원망과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연이어 정치국 회의와 정치국 상무위(수뇌부) 회의를 열었다. 공산당 매체들은 이 회의와 관련해 미중관계를 털끝만큼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양웨이는 “아마도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보도를 못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은 내부투쟁이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외부에는 이를 노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런데도 시진핑 진영은 신화통신의 입을 빌려 당내의 ‘투항파’를 비난하면서 “상당 기간, 일부 사람들이 미국을 숭상하고 미국을 따르자는 논조를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이는 당내에 ‘미국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자’는 주장이 있으며, 그냥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시사한다. 미국과 대결을 이끌고 있는 시진핑으로서는 위신이 크게 떨어진다.

양웨이는 공산당 매체가 지적한 ‘일부 사람’이 공산당 정치국 위원, 상무위원급이며 한두 명이 아닐 것으로 관측했다. 시진핑, 리커창 총리 등 7명으로 구성된 공산당 상무위원은 중국의 최고 핵심권력자들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시진핑이 불문율을 어기고 내부 갈등을 드러내면서까지 투항파를 억누르는 상황이 이해가 된다.

신화통신 논평에서는 “큰 바람과 큰 파도가 닥칠 때 믿음이 있어야 하다. 건너지 못할 구덩이(坎)는 없다”고 했다.

양웨이는 “시진핑은 자신에 대한 당내 믿음을 유지시키려 하지만, 지금의 믿음으로는 구덩이를 건널 수 없음을 직감하고 있다”고 봤다.

존 래트클리프 미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3일 CBS 캐서린 헤릿지 기자와 단독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에 중국이 개입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도전은 지금까지 미국이 경험하지 못한 경제적, 기술적인 도전이라고도 했다.

시진핑은 바이든에게 ‘당선’ 축하인사를 보냈다. 바이든에게 모든 것을 걸었음을 시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매우 치명적인 정보가 하나 공개됐다. 전 세계 대학·연구소·대기업·정부기관에 중국 공산당원 195만명이 침투해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 소식을 전한 호주 ‘오스트레일리안’과 영국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이 명단은 중국의 침투에 맞서는 미국 등 서방국가 의원들로 구성된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가 한 반중공 인사로부터 입수했다.

명단에는 195만명의 실명, 생일, 신분증번호, 민족, 당내직무가 상세히 기록됐다. 일부는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있었다. 이로 인해 미국, 영국, 호주 등에 잠입해 있던 공산당원들까지 발각됐다. 동시에 ‘시진핑의 영도’ 아래에서 공산당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비밀이 노출됐다.

자유아시아방송의 중국문제평론가인 린바오화에 따르면, 이번에 명단이 공개된 공산당원들은 각국의 중국관련 정보업무를 담당하던 이들이 많다. 각국의 핵심적인 이익에 관련되는 정보업무에 공산당의 손길이 뻗어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인 정부들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린바오화는 “각국에서 공산당원 청산 움직임이 일 것”이라며 “시진핑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중국전문 매체 아폴로망의 평론가 린펑은 “이번 중국 공산당원 명단 누출은 공산당 내부에 미국에 협조해 당원들에 대한 제재를 돕는 세력이 있음을 말해준다”며 “중국 공산당은 내부로부터 와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공산당 원로 자제그룹인 홍얼다이를 중심으로 시진핑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다.

부동산 재벌 런즈창 전 화이안 그룹 회장은 지난 2월 시진핑을 광대로 조롱했다가 9월 18년형을 선고받았고, 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는 중앙당교 전직 교수인 차이샤는 “시진핑은 마피아 보스” “중국 공산당은 정치적 좀비”라고 작심 비판한 영상이 지난 9월 공개됐다.

전 중국 축구스타 하오하이둥은 톈안먼 학살 31주년이었던 6월 4일을 맞아 “중국 공산당은 민주주의를 짓밟는 테러 조직”이라며 “공산당을 지구상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밖에도 몇몇 인사가 실명으로 시진핑을 비난하고 퇴진을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공 내부인사는 “사실 많은 홍얼다이는 트럼프를 지지한다”며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만이 폭주하는 공산당을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