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양회에서 미국 비판…미·중 대결의 겉과 속

차이나뉴스팀
2023년 03월 16일 오후 4:59 업데이트: 2023년 03월 17일 오전 11:32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 이례적으로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친강(秦剛) 외교부장도 전랑(戰狼) 역할을 다시 맡았다.

지난 2월 초 정찰풍선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집권 3기에 접어든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과 친강의 반미(反美) 발언은 대내 선전용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라고 본다.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미국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美 전문가 “시진핑, 대미 강경 발언은 대내 선전용”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자는 통상 공개석상에서 미국을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도 그러하다. 시진핑 역시 워싱턴에 비판적인 의견을 낼 때 ‘서방’이나 ‘일부 선진국’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그러나 시진핑은 6일 정치협상회의에 참가한 민건·공상 연계위원을 방문해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이 우리에게 전방위적인 억제·포위·억압을 실시해 우리 나라 발전에 전례 없이 엄준한 도전을 가져왔다”며 이례적으로 미국을 콕 집어 비판했다.

시진핑은 중국이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그것은 그들 스스로 초래한 결과이다. 중국은 이미 고도로 이데올로기화된 국가로 변모했고, 베이징 당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법치·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역사적으로 완전히 실패한 마르크스-레닌주의 모델로 대체하려 한다.

에이브릴 헤인즈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8일 상원 정보위원회 연례 청문회에서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국가 안보와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중요하고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중국공산당은 자국을 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시진핑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희생시켜야 한다고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시진핑으로서는 연례 정치 행사인 전인대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올해는 시진핑이 관례를 깨고 3연임을 시작하는 때라 특히 그러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중국 대도시에서는 이례적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고, 일부 시위대는 시진핑과 공산당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주석단에서 문서를 보고 있는 시진핑 총서기. | NOEL CELIS/AFP via Getty Images

탄야오난(譚耀南) 대만 양안정책협회 이사장은 에포크타임스에 시진핑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은 주로 대내 선전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 시점에서는 당연히 대외적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국제 관계를 다루는 것(상황)이 아니다. 양회 선언, 친강 외교장관의 기자회견, 시진핑의 연설 등은 외국에 들려주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뭐라고 하는지는 외교 수장인 왕이(王毅)와 친강이 대외적으로 어떻게 말하는지를 봐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다음의 관찰 포인트다.”

공산당 기관지 신화통신이 대외적으로 보도한 시진핑 연설의 영어 버전에는 “국제 및 국내 환경의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에 직면해 과감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표현이 있을 뿐 ‘억제’와 ‘미국’이라는 말은 없다.

“민족주의 선동은 불황에 대한 시선 돌리기”

중국 경제는 부채 증가, 인구 고령화, 부동산 및 투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시진핑은 또 갈수록 엄격해지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장비 수출 통제에 대응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외교관계, 특히 서방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일련의 외교 공세를 펼쳤다.

중국 공산당은 지도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 미국을 공격하고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지만,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쑤쯔윈(蘇紫雲) 대만 국방안보연구원(INDR) 국방전략·자원연구소 소장은 에포크타임스에 “시진핑 3기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첫째가 경제인데, 중국의 경제성장이 3%에 그친 것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민족주의를 선동해야만 경제 부진에 대한 시선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 정권은 내부 불안정(동요)이 클 때 대외적으로 더 극단적일 수 있지만, (극단적인 행동은) 구두에 그칠 것으로 본다. 만약 그가 정말로 (미중) 관계를 잘 관리하지 않고 무력을 사용한다면 그것이 중국 공산당의 마지막 전쟁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실제로 우리는 중국 공산당의 행동 패턴을 보아왔다. 그들은 이제 경제적으로 더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개방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따라서 친강이 양회 기간에 한 발언, 그리고 시진핑이 군부 및 무장경찰에 한 발언은 주로 정치적 제스처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헤인즈 국장도 “(시 당국이) 이런 좀 더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비판 발언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베이징이 여전히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고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시진핑)는 중국이 점점 더 심각해지는 내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안정을 제공하는, 상대적으로 평온한 시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쑤쯔윈은 “중국 공산당은 선전선동을 통해 세력을 키웠기 때문에 이런 외적인 말은 내적인 행동보다 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제시한 가드레일…핵심은 대만”

시진핑이 미국을 직접 비난하자 중국 공산당 전체 관료체계가 바짝 뒤를 따랐다. 다음 날 시진핑의 신임 외교부장 친강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제시한 ‘가드레일’ 개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친강은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로 계속 폭주한다면, 가드레일이 아무리 많아도 탈선·전복을 막을 수 없고, 충돌과 대립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중·미 관계에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충돌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실 중국에 때려도 되받아치지 말고 욕해도 대꾸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중국 헌법을 들고 “대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중국인들의 일이며, 그 어떤 외국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 NOEL CELIS/AFP via Getty Images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약 2년 동안 ‘가드레일’은 워싱턴의 대중(對中) 정책의 키워드가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적어도 2021년 중반부터 이 ‘가드레일’을 미중 관계를 ‘책임 있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개념으로 사용함으로써 긴장 국면에서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탄야오난은 “가드레일은 단순하다. 미중 양국이 고위층의 소통을 늘려 오판을 줄이고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는 데 동의하면 되는 것”이라며 “친강은 가드레일이 불필요하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짐짓 목소리를 높였을 뿐”이라고 했다.

쑤쯔윈은 친강의 비난은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드레일은 방화벽 내지 완충지대 개념일 뿐으로, 강제성 없이 양측의 합의 또는 암묵적인 계약에 속한다고 했다.

쑹궈청(宋國誠) 대만 국립정치대학 국제관계연구센터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에 “가드레일은 이른바 레드라인 이론으로, 서로 상대에게 핵심 이익이 무엇인지 밝히고 자신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라며 “핵심 중의 핵심은 대만 문제”라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미국의 대만 정책이 바뀌었고, 대만의 민주주의와 안보를 지키는 것이 세계적 이슈가 됐다. 2월 하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대만 문제는 중국이 주장하는 주권에 기초한 내정 문제가 아니라 확실한 글로벌 이슈”라고 했다.

친강은 기자들의 질문에 블링컨 장관의 이 발언을 언급하며 “대만 문제가 잘 처리되지 않으면 중·미 관계가 요동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중국인들의 자체적 일이며, 그 어떤 외국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도 했다.

추궈정(邱國正) 중화민국(대만) 국방부장은 6일 중공군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암묵적인 합의를 깼다”며 “중공군이 더 나아가면 국군이 자위적 반격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중앙사 DB

이에 쑹궈청은 이렇게 반박했다.

“(중국 당국은) 대만은 중국 내정 문제라고 하는데 당연히 아니다. 적어도 중화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PRC) 정부의 일부가 아니다. 대만인들은 소득세를 베이징의 재정부에 내지 않는다. 대륙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실시하고 상하이를 봉쇄했지만 대만 정부는 타이베이를 봉쇄하지 않았다.”

“대만이 중국 내정의 일부라는 주장은 성립할 수도 없고 대만 국민과 미국이 받아들일 수도 없다. 조국 통일의 대업은 일종의 ‘양안 인민들 공동의 신성한 책임’이라고 주장하는데, 대만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만 국민의 신성한 책임은 바로 대만의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것이다.”

쑤쯔윈은 중국 공산당이 대만 문제를 의도적으로 고조하고 책임을 대만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의 대중 정책은 확고부동하기 때문에 베이징의 이런 상투적인 화술로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쑹궈청은 중국공산당 양회 기간의 각종 발언이 대만 정부와 인민에게 매우 중요한 경고를 주었다며 대만은 향후 세 가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미국과 대만이 실질적인 군사협력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만이 내부적으로 적아(敵我)를 구분하는 의식을 가지고 뭉치는 것이고, 세 번째는 대만이 군사적으로 자위 능력을 확실히 갖추는 것이다.

WSJ “미중 충돌 가능성”…러시아 군사지원 여부 촉각

7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호감을 갖는 미국인은 전체 국민의 15%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보다 5%포인트 하락하고 2018년 이래 38%포인트 하락한 사상 최저치다.

시진핑 당국이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미중 간 긴장 고조로 이어질까?

탄야오난은 “미국에 대한 이런 직설적인 비판이 앞으로 일상이 된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탄야오난은 “단기적으로 미·중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중 관계의 기본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며 “중공이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한다면, 그것이 진짜 변화를 일으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 11월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화상회담을 하고 있다. | MANDEL NGAN/AFP

쑹궈청은 “중공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2021년 알래스카에서의 외교·국방장관 ‘2+2’ 회담 때도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미국의 이런 수법은 중국에 먹히지 않는다’고 했다. 중공의 이런 강경한 태도와 엄포를 놓는 수법에 미국은 이미 익숙해졌다. 미국은 이런 주장 때문에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인도·태평양의 안보를 지키고 대만의 안보를 보장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10일 중국 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실시한 상징적 ‘투표’에서 1949년 이후 최장 기간 집권하는 중국 공산당 국가원수가 됐다.

페이민신(裴敏欣) 미국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진핑의 첫 10년은 미·중 관계를 망쳤다”며 “중국 경제가 하강함에 따라 시진핑의 향후 최대 도전은 어떻게 미국을 비난하면서 사람들의 신뢰를 되살릴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의 생각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관계에 대한 시진핑의 비관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미국 측의 두 초강대국 간 잠재적 충돌 발언은 결국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전문가인 칼 민즈너 미 외교관계위원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마오쩌둥주의 시대의 1인독재 체제로 회귀하면서 1950~60년대 중국 정치의 일부 특징, 즉 엘리트 정치가 흔들리고 정책 재앙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