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부패기업 단속 첫 타겟은 ‘완다그룹’

2017년 09월 13일 오후 1:54 업데이트: 2019년 11월 26일 오후 4:17

시진핑 체제 하 부패 단속 대상이 정경유착 기업가, 이른바 정상(政商)까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의 대부호 왕젠린(王健林) 회장도 포함돼 다롄완다그룹(大連萬達集団)은 지난 몇 개월 간 국내 기업의 지분 80%를 처분했다. 특히 주요 경영 기반인 부동산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로써 과거 ‘타도 디즈니’를 외쳤던 왕젠린 CEO는 경영 동력을 상실했다.

왕젠린 회장은 영세한 가족 기업에서 출발한 완다그룹을 세계 유수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며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2015년 중국 최대 부호에 오른 바 있었다. 자산은 약 300억 달러(약 33조 9000억 원)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정치권력과의 유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15년 4월 미국 뉴욕타임스가 ‘완다 제국의 왕젠린, 비즈니스와 권력 계급을 마음대로 조종하다’라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그의 실상이 밝혀졌다. 왕 회장은 공산당 고위층과 접촉하며 인맥을 넓히고 이권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기사에 따르면 충칭시 전 서기 보시라이(薄熙來, 비리 등으로 무기 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 전 중앙 정치국 위원 자칭린(賈慶林)과 왕자오궈(王兆國)가 거론됐다.

거액의 은행 대출 받아온 완다그룹

중국에서 기업의 자금 조달은 당 관리와 정부 고위 관료의 인맥을 통해 이루어진다. 인맥이 없다면 자금 조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완다 그룹은 중국건설은행 등 복수의 국유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아 사업 분야를 확대해왔다.

특히 2012년부터 완다그룹은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해외기업 인수에 뛰어들었다. 완다그룹이 해외 영화관 및 스포츠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에 투자한 자금은 현재까지 약 2500억 위안(약 43조 원)으로 추산된다. 관영 언론은 이러한 해외 투자자금이 은행 대출금이라면서 중국 자금이 완다그룹에 의해 해외로 유실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행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거액의 부실 채권을 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적극적인 해외 기업인수는 중국 내 금융 리스크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약 4조 달러(약 440조 원)에 이르던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3년 만에 1조 달러(약 110조 원) 가까이 감소해 3조 달러(약 330조 원)에 머무르게 됐다. 현재 중국 정부는 디레버리지(채무 삭감)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왕젠린, 외화 유출의 ‘주범’?

현재 완다그룹의 부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한 보도에 따르면 6000억 위안(약 103조 원)으로 추정된다. 중국 당국은 6월 국유 대형은행에 완다그룹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중국 당국이 거액의 외화 유출을 초래한 ‘주범’으로 왕 회장을 간주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몇 개월 간 완다그룹은 호텔 77곳, 테마파크, 상업시설을 갖춘 복합형 리조트 등 국내 사업의 80%를 매각하고 주요 경영 기반인 부동산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복수의 중국 언론에 따르면 8월 하순, 왕 회장은 가족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런던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공항에서 일시구속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왕 회장의 일가는 해외출국금지 처분이 내려진 상태로 알려졌는데 완다그룹은 이 보도에 대해 부인했다.

금융 대기업 ‘밍톈그룹’의 샤오젠화(肖建華), 덩샤오핑의 손녀사위이자 안방보험그룹의 우샤오후이(呉小暉) 등 대기업 총수가 최근 잇따라 구속됐다. 따라서 왕 회장 역시 반부패 개혁의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경유착 기업가의 탄생 배후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간 중국 기업들은 정치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성공을 도모해왔다. 정경유착은 사회의 상식처럼 여겨졌다.

“거의 모든 비리 사건에는 공산당 간부의 주변에서 맴도는 기업가들이 있었다. 그들은 권력과 돈을 교환했다. 따라서 권력을 제한하는 것은 중국 사회의 난제 중 하나이다.” 이는 중국 관영 언론이 보도한 시진핑 국가 주석의 담화의 일부이다.

거물급 정경유착 기업가들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그들의 배후 세력 역시 무너지고 있다. 본지 평론가이자 재미 경제학자 허칭롄(何清漣)은 인터뷰에서 “이제 우샤오후이 회장에게 따라붙었던 ‘덩샤오핑의 손녀사위’라는 직함과 왕젠린 회장의 상층부 인맥은 무가치해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