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물난리 난 허난성 패싱하고 티베트 찾은 이유는

2021년 07월 28일 오후 4:53 업데이트: 2021년 07월 28일 오후 4:53

현직 국가주석으로는 31년 만에 첫 방문
인도와 갈등 고조…전략적 중요성 부각

 

중국 허난성에서 ‘1000년에 한 번 일어날 홍수’로 물난리가 극심한 와중에 재난 현장이 아닌 티베트를 찾은 시진핑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은 지난 21~23일 사흘간 티베트 곳곳을 둘러봤다. 도착 첫날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차량으로 지역을 살펴봤고, 22일은 기차를 타고 라싸로 이동해 포탈라궁 앞 광장에서 티베트 병합 70주년 축하 행사에 참석했다.

중국 측은 티베트 병합 대신 ‘시짱 평화 해방’이라고 부른다. 시진핑이 연설한 포탈라궁 앞 광장은 시짱 평화 해방 기념비가 세워진 곳이다.

일정 마지막 날 시진핑은 티베트 주둔부대 장병 대표들을 만났다. 그는 훈련과 전투준비 강화를 강조하고 “티베트의 평화와 안정, 번영과 발전을 위해 앞장서서 공헌해달라”고 부탁했다.

장병들에게 훈련과 전투준비를 강조한 시진핑의 발언은 티베트의 치안이 아닌 인도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중화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진핑은 10년 전인 2011년 중국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티베트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국가주석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현직 국가주석의 방문은 1990년 장쩌민에 이어 31년 만의 일이다. 이번 방문의 의미가 남달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시진핑은 홍수로 90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허난성을 모른 척했다. 허난성은 베이징과 티베트 중간쯤에 위치한다. 시진핑은 출발을 앞당기거나 경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홍수 사실을 언급조차 않고 티베트로 직행했다.

시진핑의 ‘허난성 패싱’은 이미 조짐이 있었다. 신화통신, 인민일보, CCTV 등은 유럽의 수해 소식을 대서특필하면서도 자국의 홍수 피해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관영매체는 공산당에 불리한 소식은 외면하거나 축소 보도하는 것이 관행이기도 했다.

해외에 기반을 둔 중국 평론가 장펑은 “시진핑의 티베트 직행은 중국과 인도가 지난해 수십년 만에 최악의 군사적 충돌을 일으켜 양측 모두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CCTV는 시진핑이 티베트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고 이틀 뒤 ‘역사적인 티베트 시찰, 어떤 깊은 의미가 담겼나’라는 특집방송을 편성해 내보냈다. 이에 따르면 시진핑의 티베트 방문 첫 방문지는 린즈(林芝)시의 니양허(尼洋河)였다.

니양허는 티베트 남부지역을 거쳐 인도로 들어가는 야루짱푸(雅魯藏布)강의 중요한 지류 중 하나다. 야루짱푸강은 인도에서 브라마푸트라강으로 불리며, 인도 북부 지역의 주요한 젖줄이다.

중국과 인도는 10여 년 전부터 야루짱푸강 댐을 놓고 대립해왔다. 중국은 이 강에 3개의 댐을 건설하거나 건설 계획 중인데, 여기에는 현재 세계 최대인 싼샤(三峽)댐보다 더 큰 모퉈(墨脫)댐이 포함됐다.

인도는 중국의 야루짱푸강 댐 건설 사업이 강의 물줄기를 차단하거나 흐름을 바꿔 일종의 무기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댐을 건설하면 당장 강의 수량이 줄어들어 인도 북부 지역의 물 공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당시 중국은 “하류 지역의 영향을 고려해 손해를 입히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수십년 만에 군사 충돌로 양측 모두 사상자를 내며 최악의 상황을 치달은 오늘날 중국과 인도의 관계를 생각하면, 10년 전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장펑은 “시진핑은 허난성의 엄청난 수해를 보고도 그대로 티베트를 찾았다. 물론 부정적인 뉴스가 중국 전역에 보도되는 걸 피하고 싶었겠지만,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공산당 지도부의 행동에는 대개 숨은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장펑은 “현재 86세가 된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 지정 문제는 종교적 관습 차원을 떠나 향후 티베트에 대한 영향력을 좌우하는, 인도와 중국 양측 모두에 매우 중대한 문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현재 달라이 라마는 인도에 망명한 지 62년을 맞고 있다. 그가 죽은 뒤 인도에 환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경우 티베트 지역에 대한 인도의 영향력이 계속 되거나 확대될 수 있다.

산업·경제 분야에서 인도의 도전도 중국으로서는 가볍지 않은 문제다.

장펑은 “중국이 미국과의 대결로 체력을 소모하는 사이, 인도는 중국이 누리던 ‘세계의 공장’ 지위를 상당수 가져갔다”며 “인도와의 국력 경쟁은 이미 본격화됐다. 중국이 미국을 만도초차(彎道超車·자동차 경주 때 코너에서 경쟁자를 추월한다는 뜻)하려면 먼저 인도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댐 건설은 중국 입장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탄소 배출 절감 압박을 해소하고, 동시에 수자원으로 인도를 견제할 수 있는 카드다. 시진핑의 티베트 방문은 그만큼 이 지역의 안보와 건설사업이 중요함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장펑은 시진핑이 티베트에 시선을 집중시킴으로써, 자국 여론이 인도와 분쟁에 더 신경을 쓰도록 할 수 있다고도 봤다.

그는 “인도는 미국에 더 기울어지면서, 아시아태평양 문제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인도와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커졌다. 시진핑으로서는 국내 정치에서의 압박을 해소할 창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리스크도 있다. 이미 중국은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위험이 고조됐다. 인도를 상대로 침략 전쟁을 벌이면 그 불똥이 남중국해의 화약고로 튈 것이다. 만약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과 군사적으로 맞붙게 된다면 이는 공산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