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권력 흔들리나…中 외교부서 감지된 기류변화

강우찬
2022년 07월 4일 오후 3:03 업데이트: 2022년 07월 4일 오후 3:03

중국 문제 전문가들이 최근 중국 외교관 2명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한 명은 승진경쟁에서 탈락했고, 다른 한 명은 유럽을 순방하며 그동안 펼쳐왔던 공세적인 전랑(戰狼) 외교에 대해 사과했다.

이는 올가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짓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물밑에서는 치열한 내부 권력 다툼이 이뤄지고 있는 신호로 풀이된다. 시진핑 진영이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우선 ‘승진 경쟁에 탈락한 외교관’은 러위청(樂玉成·59) 외교부 부부장이다. 그는 지난달 14일 외교부 부부장에서 면직돼,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 부국장으로 임명됐다.

광전총국은 중국의 TV·라디오·미디어 등을 총괄하는 감독기관이다. 러위청은 왕이 외교부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던 인물 중 하나다. 이번 인사발령은 사실상 좌천이다.

러시아 전문가인 러위청은 외교 분야에서 주로 러시아와 동유럽 문제를 담당했다. 그는 모스크바에 있는 중국 대사관에서 두 번 근무했고 이후 카자흐스탄 대사를 지낸 경력이 있다.

러위청은 시진핑 지도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모스크바 중국 대사관 근무 경력은 그가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음을 보여준다. 그런 러위청이 차기 외교부장 후보군에서 밀려났다는 사실은 시진핑 지도부의 외교부 장악력이 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랑외교를 사과한 외교관’은 우훙보(吳紅波) 중국 유럽사무 특별대표다. 그는 중국과 사이가 틀어진 유럽연합(EU)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지난 5월 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 체코, 벨기에, 키프로스를 3주간 순방했다.

우훙보는 방문지마다 중국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전랑 외교, 경제 정책에서의 실책을 인정하는 등 기존 중국 외교부에서 볼 수 없었던 충격적 행보를 보였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사무차장을 지냈고 이후 중국 외교관으로 유럽 각국을 방문한 우훙보는 소위 유럽 외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러나 작년 12월 노르웨이 국무장관과 오슬로에서 회담 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올해 5월 유럽 특사로 깜짝 발탁됐다. 전랑 외교에 불만을 품은 유럽 각국을 달랠 ‘최적의 인물’로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러위청과 우훙보는 전랑 외교에 대해서도 극명한 태도 차이를 나타냈다. 우훙보는 전랑 외교를 사과했지만, 러위청은 전랑 외교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왔다.

이러한 중국 외교부의 미묘한 변화 기류에 대해서는 EU-중국 간 달라진 처지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워싱턴의 국가안보·외교정책 민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4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EU와 관계 재조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글턴 연구원은 이어 “전랑 외교를 반성했다는 사실은 중국이 가장 중요한 무역파트너인 유럽과 관계에서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약화했음을 인식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재미 중국문제 전문가 스산(石山)은 에포크타임스에 “우훙보는 중국 공산당과 유럽의 관계 개선의 임무를 수행했지만, 시진핑 정권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스산은 “중국은 유럽과의 경제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물러서야 했다. 그러나 대내적으로는 시진핑과 경쟁하는 세력에 약점을 노출한 결과가 됐다”고 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들은 틀려서는 안 된다. 공산당은 모든 지도자가 항상 위대하고 영광스럽고 올바르다고 주장한다. 만약 어느 지도자가 실책을 범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는 물러나야 하고 다른 지도자가 그를 대신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는 큰 실수에 해당하는 경우고, 작은 실수라면 덮고 지나간다. 그러나 작은 실수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계속 덮고 다른 거짓말로 가리다 보면 결국 큰 문제로 이어진다”며 “실수를 인정할 수 없는 공산당 통치 시스템의 위험 요소”라고 덧붙였다.

스산은 “러위청의 해임, 우홍보 유럽특사의 이례적 발언을 보면 당 고위층 내부에서 작지 않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시진핑이 외교 분야 통제권을 상실했거나 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다만, 시진핑이 공산당 권력의 핵심인 군권과 공안권력은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군과 공안부 관리 인사를 더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