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광시 소수민족 시찰의 숨은 이유

박상후 /국제관계,역사문화평론가
2021년 05월 3일 오후 6:40 업데이트: 2022년 05월 28일 오전 11:43

요즘 시진핑이 자주 시찰을 가는 지역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황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찾는 섬서성 진령입니다. 풍수상 용맥에 해당된다고 해서 주술적인 의미로 섬서성을 찾습니다.

또 하나는 광시성입니다. 광시성은 풍광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계림이 있어서 태평성세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광시성을 찾는 결정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광시성은 소수민족 좡족이 살고 또 가난한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소수민족까지 품에 끌어들여 이들의 가난도 해결해 준다고 선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 고유의 전통문화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산주의 사상선전에 상당히 효과가 있습니다. 시진핑은 4월 27일 광시 난닝 민속박물관을 시찰했습니다. 마침 이날은 좡족의 싼웨싼(三月三, 삼월 삼짇날) 민족문화절이었습니다.

음력 3월 3일은 광시 좡족의 시조가 태어난 날이라고 해서 이 지역에서는 최대 절기입니다. 광시성 정부는 좡족 민속 배우들을 집결시켜 시진핑 주변에 도열시켰습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은 “광시의 630만 인구가 빈곤에서 탈피했다”, “빈곤 탈피에는 어느 누구 하나 빠뜨릴 수 없고 어느 민족 하나 빠뜨릴 수 없다”, “중국인과 중국 공산당은 확실히 말한다.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가 말하는 법은 모두 헤아려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진핑이 광시성 소수민족 좡족을 챙기는 제스처를 취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중공중앙 선전부가 치밀하게 준비한 겁니다. 이는 과거 히틀러가 게르만 민족의 단결을 위해 바그너의 음악을 이용한 것과 비슷합니다.

광시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구이린(桂林·계림)입니다. 그리고 구이린에서 가장 아름다운 데는 양숴(阳朔·양삭)입니다. 중국에서는 ‘구이린의 산수는 천하제일, 양숴의 산수는 구이린 제일(桂林山水甲天下, 阳朔山水甲桂林)’이라고 할 만큼 양숴는 천하절경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중국 광시자치구 구이린 양숴. | China Photos/Getty Images

구이린에서 가장 아름다운 양숴, 아마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오신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양숴에서 가장 볼만한 게 강을 끼고 있는 대자연에서 연출되는 대형 오페라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입니다. 유삼저(劉三姐)는 광시 좡족의 전설에 등장하는 노래하는 여자 신선입니다. 이 오페라는 대단하게 기획된 퍼포먼스로 이 지역의 관광 수입원이기도 합니다.

인상유삼저는 중공의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기획한 작품입니다. 시진핑이 광시를 중시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도 인상유삼저의 아우라를 가지기 위해서입니다.

어둠이 깔리면 시작되는 공연은 물과 오색찬란한 조명이 어우러져 상당히 스펙터클합니다. 출연 인원이 600명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의 공연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산촌 노래가 봄의 강물과 대조된다는 내용의 좡족의 민요(山歌好比春江水)는 인상유삼저의 테마곡으로 중국에서 아주 유명합니다.

중국 공산당은 유삼저를 사상선전의 도구로 활용해 왔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지주와 가진 자들이 계급의 적이란 내용으로 스토리를 가공했습니다.

좡족은 상당히 온순한 민족입니다. 서로 싸울 때도 칼을 가지고 목숨을 걸고 결투하는 게 아니라 노래로 겨뤄 적과 우열을 가르는 특이한 전통이 있습니다.

중공이 유삼저를 활용하는 이유는 예술을 이용해 계급의 적을 물리치고 당원을 단결시킨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특히 소수민족의 예술을 활용하면 중국 공산당이 56개 민족을 모두 아우른다는 인상도 심어줄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박상후의 문명개화에도 게재됐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