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서로 ‘형’ 노릇 기싸움…이면 갈등 노출

양웨이(楊威)
2023년 03월 27일 오후 2:36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뉴스 분석

“중·러 관계는 이른바 ‘형님, 아우’ 하는 식의 ‘동맹’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 매체들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흘린 말이다. 중국 공산당은 ‘형님’ 신분으로 러시아 ‘아우’를 데리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도전하려 하지만, 푸틴은 ‘아우’가 되고 싶지 않다.

중공과 러시아는 줄곧 서로를 이용해 왔다. 지금은 모두 곤경에 처했으니 서로를 이용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고, 그래서 서로 간에 더욱 어색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

푸틴, 의도적으로 시진핑 하대

크렘린궁은 한 달 전에 시진핑의 방문 소식을 발표했다. 이로 보아 전쟁의 늪에 빠진 러시아가 중공의 도움이 더 절실한 듯하다. 중국공산당 지도자는 이 기회에 ‘형님’이 되기를 원한다.

중국 공산당은 구소련을 ‘형님’이라고 불렀고, 구소련이 지원한 외몽골의 독립을 인정했고, 구소련이 블라디보스토크 등의 영토를 침탈해도 묵인했으며, 구소련을 대신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구소련으로부터 핵 공갈을 당했다. 이제 중국공산당은 마침내 ‘형님’ 노릇을 할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푸틴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높이고 시진핑을 하대했다.

3월 20일, 시진핑과 푸틴은 일대일 회담을 앞두고 서로를 “오랜 친구”라고 칭했지만, 시진핑이 21일 크렘린궁을 찾았을 때 푸틴은 문 앞에 나와서 맞이하지 않았다. 푸틴은 영접 식장 맨 안쪽에서 기다리고 시진핑은 긴 홀을 걸어서 푸틴에게로 다가갔다. 두 정상 간의 거리는 눈대중으로 100m 정도는 돼 보였다.

두 사람이 악수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곳은 푸틴으로부터 약 20~30m, 시진핑으로부터는 50~60m 떨어져 있었다. 푸틴은 시진핑이 좀 더 많이 걸어 오도록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이 모습은 마치 제후국의 왕이 황제를 알현하는 듯했다.

영접 의식은 두 정상이 만난 후 간단한 연주와 사진 촬영으로 끝날 정도로 성대하지 않았다.

중국공산당의 관례에 따르면 외국 정상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지도자들과 함께 3군 의장대를 사열한다. 날씨가 좋을 때는 베이징 인민대회당 밖에서, 날씨가 나쁠 때는 인민대회당 로비에서 의식을 한다. 하지만 시진핑이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했을 때 러시아는 부총리를 파견해 영접했다. 공항에 소규모 사열을 준비했지만 부총리만 동행했다.

3월 21일 오전, 시진핑은 러시아 총리와 회담하기 위해 총리 관저에 도착했을 때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가 현관까지 나와 영접했다. 오후에는 푸틴과의 회담을 위해 크렘린궁으로 이동했지만 푸틴은 마중 나오지 않았다. 크렘린궁이 마련한 환영식은 대체적으로 2019년과 같았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를 여전히 ‘아우’로 대한 것이다. 의전 수준으로만 보아서는 푸틴이 중공 지도자에게 바라는 것이 없어 보인다.

2022년 9월 중앙아시아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은 다소 어색했다. 당시 푸틴은 다급하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시진핑은 의도적으로 회피했고 중국 공산당 매체도 의도적으로 보도 수위를 낮췄다.

지난 21일, 푸틴은 시진핑을 위해 크렘린궁에서 짧은 환영식을 가진 뒤 회담장으로 가자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 Sergei Karpukhin/SPUTNIK/AFP via Getty Images

크렘린궁의 계산

크렘린궁은 이번 시진핑의 방문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시진핑이 방문하기 전인 3월 18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풀에 나타났는데, 시진핑을 러-우 전쟁의 늪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시진핑의 이번 방문으로 중국 공산당이 직접 전쟁에 말려들면 가장 좋고, 중공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쳐도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하기 때문이다.

크렘린궁은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우크라이나를 무상 원조하는 것처럼 중공이 대규모 무기·탄약을 조속히 공급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 요구를 들어주면 중공은 미국과 나토 국가들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하게 되고 모스크바와 한 전차(戰車)에 묶이게 된다.

모스크바는 중공과 미·유럽 간의 관계가 악화하고 나토의 적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면 러시아가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압박이 다소 해소될 것이다. 만약 미·중 충돌이 격화하고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챙길 여유가 없을 것이다.

크렘린궁은 러-우 전쟁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중국 공산당의 속셈을 잘 알고 있다. 즉 중공이 러시아로 하여금 미국과 유럽을 계속 견제하게 하고, 러시아를 카드로 삼아 서방과 맞서고 타협하는 게임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크렘린궁은 중국 공산당도 러시아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베이징에 이용당하기보다는 중공을 카드로 사용하려 한다.

크렘린궁 역시 베이징의 어려움을 보았고 베이징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중공 지도자는 지금 미국과 대놓고 맞설 힘이 없고, 유럽과의 관계 악화도 피해야 한다. 그래서 모스크바는 중공이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크렘린궁은 달갑지는 않지만 베이징의 중재자 역할에 어느 정도 협조해야 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공세를 유지하고 있어 아직 휴전할 때가 아니다. 몇 달 뒤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해 러시아군이 버티지 못할 때가 되면 휴전을 논할 것이다. 크렘린궁은 평화협상을 준비하더라도 직접 서방과 접촉할 수 있어 베이징이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 크렘린궁은 베이징보다 서방의 외교 모델과 소통 채널에 더 익숙하기 때문에 베이징에 의존할 필요가 없고, 베이징만 바라보며 중·미 간 게임의 카드가 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지금 이 시점에는 중국 공산당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크렘린궁은 중공 지도자의 체면치레용 ‘대국 외교’, ‘원수 외교’에 맞춰주고 중재자 역할에 맞춰주면서 미국과 서방에 함께 맞서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중공은 이란·벨라루스를 통해 러시아에 우회적으로 무기 지원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공이 감히 공개적으로 지원하지 못한다면 기껏해야 일부 부품만 제공할 수 있고, 러시아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모스크바는 중공이 무기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러시아산 에너지와 원자재를 높은 가격으로 더 많이 사주기를 바랄 것이다. 이것이 20일 가진, 푸틴과 시진핑의 일대일 대화의 핵심 내용일 것이다.

양측은 아마 흥정을 하고 기싸움을 했을 것이다. 시진핑은 ‘형님’ 노릇을 하고 싶겠지만 푸틴은 ‘아우’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은 허세를 부릴 뿐이다

시진핑과 푸틴은 만나거나 통화한 횟수는 많지만 이른바 ‘협력 분야’에는 큰 변화가 없다.

3월 21일, 중러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 측은 “에너지, 자원, 전기 기계 제품 등의 전통 무역을 확대한다” “정보 기술, 디지털 경제, 농업, 서비스 무역 분야의 협력을 확대한다” “국경 간 물류 운송을 원활하게 한다” “양국의 인적 왕래를 촉진하기 위한 편리한 조건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무역, 투자, 에너지, 우주항공, 국경을 넘나드는 교통·물류 분야에서 양국 간 실무협력을 추진해 새로운 진전을 이루었다”고만 언급했다.

양측이 극력 과시하고 있는 중·러 협력은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듯하다. 신화통신이 나열한 협력 분야에는 농업, 임업, 기초과학연구, 시장감독, 언론 등이 포함됐는데 별로 진전된 것이 없다.

3월 21일, 중국 외교부 기자회견에서 더 많은 실상이 드러났다. 한 러시아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앞서 중국은 외국인 비자 발급을 재개하기로 했다. 현재 러시아인의 중국 비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신청자가 많아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한두 달 정도 기다려야 한다. 중국은 러시아 국민의 비자 신청을 더 빨리 처리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

왕원빈 대변인은 “러시아 국민에게 양질의 비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의 비자 발급 주기가 이전보다 크게 단축됐다”고 대답했다.

이로써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이후에도 양국 간의 왕래가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양국은 이를 정상화하려는 의지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양국의 이른바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중공은 최근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중국인 9명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러시아 바그너 그룹의 군인을 지목하고 있다. 또한 중·러는 아프간 문제에서 여전히 기싸움을 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아직까지 중공이 지지하는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공도 러시아가 장악해 온 중앙아시아 지역을 노리고 있다. 이른바 “중·러 협력에는 상한선이 없다”는 말은 한낱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신화통신은 시진핑과 푸틴이 21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양국 협력은 단순한 양자 관계를 넘어 세계 구도와 인류의 장래 운명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의 중·러 협력에 대한 선전은 주로 중국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지만, 시진핑이 허세를 부리며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주로 미국에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제시한, 중·러가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방식은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BRICS) 협력체제,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 다자간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것일 뿐이다.

상하이협력기구와 브릭스 협력체제는 서방 선진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G20은 주요 7개국(G7)이 주도하고 있고, 중·러는 발언권이 거의 없다. 2022년 11월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은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푸틴은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 중·러 간 실무 회담은 큰 힘을 보여준 적이 없다.

3월 21일 푸틴(오른쪽)이 시진핑 환영 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Pavel Byrkin/SPUTNIK/AFP via Getty Images

중국 공산당, 스스로 함량 미달 인정

3월 21일, 중국 외교부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서 진정으로 중립적인가?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 ‘공정하다’고 주장하는데 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는가?”

이 질문은 중국 공산당의 아픈 곳을 찔렀다. 왕원빈은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한 기자는 “중국이 미국과 함께 러-우 평화협상을 추진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왕원빈은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하기를 원한다”는 모호한 대답을 내놓고는 “미국 측에도 평화협상을 추진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왕원빈의 답변은 자신감이 없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8일 ‘중국 지도자는 왜 러시아에 가나’라는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의 열쇠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서방이 쥐고 있다”고 했다.

중공은 중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중재할 생각도 전혀 없다. 단지 그러한 자세를 취할 뿐이다. 신화통신은 21일 중·러 공동성명에 담긴 우크라이나 관련 내용을 미리 공개했다.

이 성명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을 뿐 중공의 중재자 역할을 수용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신화통신도 이른바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입장문’만 되풀이해서 보도했을 뿐, 중국이 중재에 나서려 한다고 밝힌 적이 없다.

3월 20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에서 철수시키지 않는 휴전(합의)은 모두 러시아의 불법 정복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중러 회담에서 제기된 어떤 휴전 관련 호소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최소한 당신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해 우크라이나의 견해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은) 러시아를 규탄하는 대신 그런 범죄를 계속 저지를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엄호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만이 오늘이라도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이 내놓은 러시아 카드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커비 국장은 또 바이든-시진핑 간 통화는 여전히 가능하지만 ‘가장 적절한 시기’에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의 통화는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이어 코로나19 기원과 관련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이른바 ‘코로나19 기원법’에 서명했다. 백악관이 중국 공산당에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중·러는 서로를 카드로 삼아 미국과 서방을 견제하려 하지만 푸틴과 시진핑의 게임은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목표 달성이 너무 절실하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이 ‘형님’ 노릇을 하려면 당연히 러시아가 약해져야 하지만, 러시아가 빠르게 패퇴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러시아는 중공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중공 역시 러시아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결코 ‘아우’가 되려 하지 않는다.

중-러가 가질 수 있는 진정한 공감대는 제한적이고 양자 협력의 기반도 제한적이다. 허장성세의 회담 정치쇼를 한 후에도 각자의 난제에는 여전히 뾰족한 수가 없다. 따라서 쌍방의 ‘형님·아우’ 게임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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