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춘천 중도유적지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이윤정
2021년 09월 6일 오후 7:31 업데이트: 2021년 09월 7일 오전 6:45

중도본부 “기소 송치 후 8개월 넘게 기소 안 돼”
문화재청 “매립된 잡석 양은 확인 안 해…신고 지역은 공사 중단”

춘천 중도에 불법으로 매립된 잡석이 발견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으나 8개월 넘게 기소가 보류되는 가운데 개발공사가 지속되고 있어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이하 중도본부)는 춘천 호반(하중도) 관광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춘천지방법원에 사업 시행사인 (주)강원중도개발공사를 상대로 공사 중지 가처분 재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종문 중도본부 상임대표는 지난 2일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유적지 보존을 위해 춘천지방검찰청 ‘2021형제2971’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레고랜드코리아프로젝트 관련 공사를 중단시키고자 한다”고 가처분 신청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중도본부는 지난해 4월 6일 ‘H구역 및 순환도로부지구역’에서 대량의 불법으로 매립된 잡석들을 발견해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이후 문화재청은 중도개발공사 등 춘천레고랜드 사업자들을 형사고발 했다.

춘천경찰서는 지난해 12월 29일 문화재청의 복토지침을 위반한 혐의로 레고랜드 사업자들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2021형제2971)했다. 하지만 검찰은 8개월 넘게 이 사건을 기소하지 않고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기소가 안 되고 있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6일 춘천지방검찰청에 문의했다. 검사는 “수사 중에 있다”며 “공보 준칙이 강화돼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기소가 지연되는 이유 등은 확인해드리기 곤란하다”고 전화로 답변했다.

김 대표는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아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공사가 지속되면서 유적지 파괴가 가속하고 있다”며 “문화재청이 불법으로 잡석이 매립된 것을 인지했으면서도 공사를 중단시키지 않아 유적지 파괴를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춘천 의암호의 섬 중도에서는 현재 ‘하중도 관광지 개발조성사업’에 따라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4년 착공한 레고랜드 테마파크는 지난 2월 초 춘천 시청에서 공식 승인을 받아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며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49층 고급호텔 기반시설 공사도 한창이다.

에포크타임스는 6일 문화재청에 ‘중도에 매립된 잡석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와 ‘잡석 매립 발견 후 공사 지속 여부’에 대해 문의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매립된 잡석의 양은 확인할 필요가 없어서 확인하지 않았다”며 “잡석이 매립된 범위만 확인한 결과 ‘H구역 및 순환도로부지구역의 북쪽’이라는 게 확인돼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로 북쪽 호텔 부지 공사는 중단시켰고 나머지 지역은 도로 기반 시설 등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남쪽과 중도의 다른 지역에 대한 점검은 별도로 실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복토 점검을 하고 있는 데다 나머지 지역은 지난해 4월 중도본부의 신고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점검한 지역이라 따로 점검할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중도는 수천 점의 유물이 출토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선사시대(청동기) 유적지가 발견된 곳이다. 중도유적지가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1977년 반달돌칼, 돌도끼 등이 발굴되면서부터다. 이후 1980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한 5개 기관이 대대적인 발굴조사를 했고 거대한 선사유적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 형성된 충적지인 중도의 토양은 가는 실트(silt·모래보다 작고 점토보다 큰 토양입자) 등의 세립물질과 모래 사력 등으로 이뤄져 있다.

김 대표는 “중도는 자연 상태에서 이런 잡석이 나올 수 없다”며 “지금까지 문화재청은 중도유적지에 잡석을 매립하도록 허가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중도 유적지 내 잡석 매립과 관련해 춘천시에도 논평을 요청했다.

춘천시청 관계자는 6일 전화 통화에서 “춘천시도 해당 사항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으나 문화재청으로부터 해당 사무가 춘천시에 위임되지 않아 행정적 조치나 형사 처리에 대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도 문화재는 관내 문화재이지만 이에 대한 보존조치 사항은 상위기관인 문화재청에서 직접 권한을 가지고 고발 조치 및 업무 처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중도는 한국 고고학 사상 유례없는 선사시대 도시 유적”이라며 “중국의 동북공정을 저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적으로 잡석이 매립된 사실이 발견됐는데도 문화재청은 중도 전체에 잡석이 얼마나 매립됐는지 파악조차 하지 않고 공사를 지속시키고 있다”며 “문화재청과 검찰의 방조로 레고랜드와 중국인을 위한 49층 호텔 공사가 지속되는 건 대한민국 역사를 말살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