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제주서 기자회견…“공자학원 퇴출 바람 속 한국만 요지부동”

이윤정
2023년 04월 18일 오후 4:33 업데이트: 2023년 04월 18일 오후 4:33

국립제주대·제주한라대 앞 집회
2021년 이어 전국 순회 기자회견 시작
싱하이밍, 지난해 전국 공자학원 방문·격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첩보·선전 공작기관으로 알려진 공자학원을 추방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대표 한민호, 이하 공실본)’와 ‘CCP(중국 공산당) 아웃!’은 4월 18일 국립제주대와 제주 한라대 앞에서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부와 시·도 교육감, 공자학원을 수용하고 있는 22개 대학 및 16개 중고등학교에 공자학원 폐쇄를 요구했다.

두 단체는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공자학원의 정체를 파악하고 퇴출 바람이 거세지만, 한국에서 공자학원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여전히 공작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공자학원을 세계 최초로 설립한 나라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 아시아 최다 공자학원 보유국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 서울 강남에 세계 최초로 공자학원이 문을 연 이래 23개 대학(1곳은 학원)에 공자학원이 설립됐다. 이 중에 강원대·인천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 등 국립대학도 5곳이 포함돼 있다.

4월 18일 제주 한라대 앞 기자회견 모습 | 공실본 제공

한민호 공실본 대표는 “오늘을 시작으로 4~5월 중에 전국 22개 대학교 소재 공자학원과 서울 강남의 서울공자아카데미를 모두 방문해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1년 9월에도 전국을 순회하며 공자학원 추방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공실본은 “공자학원 추방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중국대사관과 공자학원 측에서는 공개적인 맞대응은 피하고, 내부적으로 동요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실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 광주시에서 한국공자아카데미연합회가 주최하고 호남대가 주관한 ‘한국공자아카데미연합회 원장 포럼’이 개최됐다.

호남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포럼에는 박상철 호남대학교 총장을 비롯해 싱하이밍 주한중국 대사, 장청강 주광주중국총영사, 아이홍거 주한중국대사관 공사, 김현철 한국공자아카데미연합회장(연세대 공자아카데미 원장) 등 국내 공자아카데미 원장 및 주한중국대사관, 주광주총영사관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했다.

2022년 12월 9일, 한국공자아카데미연합회가 주최하고 호남대가 주관한 ‘한국공자아카데미연합회 원장 포럼’이 광주시에서 개최됐다. | 호남대 제공

공실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싱하이밍 대사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찬양하면서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전 인류의 진보에 더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포럼을 계기로 공자아카데미와 관련한 여러 잡음과 방해, 의심과 도발에 맞서 어려움을 극복하며 부단히 나아가길 바란다”고 참석자들을 격려했다는 게 공실본의 전언이다.

싱하이밍 대사는 이 행사를 전후해 전국 24개 공자학원을 일일이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싱하이밍 대사는 전국에 설치된 24개 공자학원을 방문하면서 광주를 찾았다. 당시 강기정 광주시장은 시청 비즈니스룸에서 싱하이밍 대사를 접견하고 교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한민호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 대표 | 에포크타임스

한민호 공실본 대표는 이를 두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반중 움직임, 공자학원 추방 요구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이 긴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우리도 전국을 순회하면서 공자학원 관계자들에게 하루빨리 공자학원을 추방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2021년 6월, 2022년 11월에 이어 세 번째로 공자학원연합회 측에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연합회 측에선 아무 반응이 없다고도 전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이번 달 안으로 세종시와 충남·충북 지역을 순회하고, 오는 5월 4일에는 광주를 비롯해 전남·전북 전역을 돌며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