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제재거부, 중·러에 분노 확산

2012년 02월 8일 오후 3:38 업데이트: 2020년 01월 7일 오후 9:01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시리아 제재 결의안이 무산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6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전날 오후부터 홈스 등 반정부 거점도시를 맹폭해 최소 6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3일에는 정부군이 탱크와 대포를 앞세워 홈스 인근 칼리디야를 공격해 하루에만 26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리아 중부에 있는 홈스는 지난해 3월부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었던 곳 가운데 하나다.

정부군은 헬기까지 동원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고 있으며, 부상자가 있어도 구급차가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리아 정부의 민간인 대량학살 행태가 확연해짐에 따라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분노도 확산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4일(이하 현지시간)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시위대 유혈진압 중지와 평화적 정권이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통과가 무산됐다.
유엔 안보리의 대(對) 시리아 결의안 표결에서 15개 이사국 가운데 13개국이 찬성한 반면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져 결국 결의안은 채택되지 않은 것이다.

표결 직전 시리아에서 하루 사이에 민간인 최소 260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표결에 부쳐진 결의안 문안도 서방과 아랍국가들이 제출한 초안보다는 상당폭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안보리 표결이 부결되자 서방국가들의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그 거부권 행사는 시리아 정권의 시위대 진압에 힘을 실을 것”이라며 “시리아의 비극은 끝나야만 한다”고 밝혔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독재자들을 지원하는 표결에 역겨움을 느낀다”고 맹비난했으며 제라드 아르도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도 “아사드 정권을 보호한 사람들은 역사가 가혹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대사 피터 비티그는 “오늘 안보리는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시리아 국민은 또다시 좌절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내고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한 것은 시리아 및 중동 국민들, 또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은 시리아인들을 실망시켰다”며 “자신들 국익을 지지하면서 잔악한 시리아인 탄압을 편들었다”고 비난했고,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한 목소리로 학살의 종식을 요구하고, 시리아의 민주적인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일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난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결의안이 정권 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 외부 무력 개입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리바오동(李保東)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중국은 정권 교체를 강요하는 압력을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이는 유엔 헌장과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중국 전문가는 “지금의 중국 공산당정권(이하 중공)의 주석인 후진타오가 바로 티베트 독립운동을 잔인하게 탄압하며 15만 명을 학살한 장본인이며, 전 주석 장쩌민은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대학생 소요가 있을 때 3천 명을 탱크로 깔아 죽이기도 했다”며 “학살자가 최고 지도자가 되는 나라가 중공정권이며, 그들이 바라는 것은 자신들의 독재체제 유지이지 학살의 종식과 민주적인 미래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정권을 지지하는 국가의 행위는 그 어떤 가치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덩치만 커져서 우람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중공정권은 그러나 가야할 길이 너무 멀다”고 했다.

한편, 안보리 이사회 결의안이 무산된 상황에서 시리아 사태와 관련하여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대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미 NBC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에 리비아처럼 군사 개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모든 상황에 군사 개입을 할 수 있지 않다”며 “(군사 개입은) 국제사회의 단결, 우리의 능력 등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군사개입을 배제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에게 남은 효과적인 수단은 시위대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작년 카다피 축출 과정에서 연합군은 시민군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연합군은 공중 폭격하는 역할 분담으로 카다피 군대에 승리를 거뒀다.

이번 시리아 사태에서도 시위대에 대한 무기 공급으로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오바마 대통령은 자국 군인의 인명 피해 없이 시리아 사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위대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만으로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리비아에는 이슬람 세력 간 파벌이 없지만, 시리아에는 그렇지 않다는 게 판단의 근거다. 시리아는 이슬람의 소수파인 알라위트(Alawite)파가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다. 시위대는 이슬람의 다수파인 수니파 위주이다. 군부를 호령하는 알라위트파와 수니파 시위대의 종교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이란이 수니파 국가라는 점도 시위대에 무기를 공급하는 문제와 관련해 신중히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와 대치중이다. 미국이 시위대에 쥐여 준 무기가 이란으로 흘러들어가 미군을 겨냥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