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외무장관, 중공 일국양제 약화 지적…“스위스 기업도 위험”

이윤정
2020년 08월 7일 오후 3:28 업데이트: 2020년 08월 7일 오후 3:48

스위스가 홍콩의 일국양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홍콩의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공산당(중공)은 “근거 없는 발언”이라며 반박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는 “프랑스와 독일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던 중공이 스위스 장관 발언에 빠르게 대응한 것은 스위스 은행 계좌에 중공 고위층의 검은돈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현지 시각) 이그나지오 카시스 스위스 외무장관은 중국과 외교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의 홍콩 국가안전법 시행 이후 악화하고 있는 인권상황을 의식한 발언이다.

카시스 장관은 현지 신문 손탁스블릭과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인권침해가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이 홍콩에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버린다면 홍콩에 투자한 많은 스위스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카시스 장관은 “중국과의 70년 관계를 통해 우리는 건설적이면서도 비판적인 관계를 구축해왔다”며 법치와 인권은 늘 양국 간 대화의 일부였다고 덧붙였다.

카시스 장관은 “처음에는 (중국과) 경제관계를 수립했고 이후에는 인권에 대해 말했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변했다. 그렇기 때문에 스위스는 국제법과 다자체제를 강화해 자국의 이익과 가치를 보다 강력하게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중공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카시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근거 없고 건설적이지 않다”며 “홍콩안전법은 일국양제의 지속을 보장한다”고 반박했다.

왕원빈 대변인은 또한 “스위스의 금융회사들은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축에 속한다”며 특정 업체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국문제 전문가 장린(張林)은 “독일, 프랑스가 중국을 비판했을 때보다 중국 외교부가 빠르게 대응했다”면서 “스위스 외무장관 발언이 중공 고위층에게 적잖은 불안감을 심어줬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위스가 신용을 철저하게 지키는 용병과 고객 비밀을 엄수하는 금융업으로 성공한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며 “중공 고위층은 미국과 영국에도 자산을 두고 있지만, 고객 비밀을 철저하게 지키는 스위스 은행에도 적잖은 자산을 감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중공이 협상을 통해 스위스의 우려를 진화했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스위스 역시 서방세계의 중요 일원이므로 자국의 가치관을 지키려 할 것”이라며 “결국 스위스는 중국 공산당의 검은돈을 동결하거나 제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