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미국 대선 승부…트럼프 VS 바이든

윤건우
2020년 11월 3일 오후 2:13 업데이트: 2020년 11월 9일 오전 11:23

뉴스분석

미국의 방송과 신문에서는 거의 매일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미디어는 조사결과를 간단하게 도식화해 대중에게 친숙한 형태로 전달한다. 즉, 어느 주가 누구를 얼마나 지지하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 맹점이 있다.

미국 대선에서 일반인들이 주목하기 어려운 지표의 하나가 ‘신규 등록 유권자’ 숫자다.

과거 미국 선거를 보면 신규 등록 유권자가 더 많은 정당과 후보가 거의 예외 없이 승리했다.

미국은 투표하려면 사전에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한다. 이때 어느 정당에 가입할 것인지를 기재할 수 있다.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 외에 자유당, 녹색당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기존 등록된 유권자 외에 신규로 등록된 유권자 숫자는 각 정당 지지층의 활성도, 기초선거 조직 동원력, 후보의 정책·정견이 지닌 호소력 등을 나타내는 객관적 지표가 된다.

통계에 따르면 애리조나, 플로리다, 노스카드, 펜실베이니아 등 핵심 경합 주에서 트럼프는 이 수치 면에서 월등히 앞선다.

플로리다에서는 3월 기초선거 이후 10월말까지 민주당 10만명, 공화당 20만명이 신규로 등록했다.

또 다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는 9월 말까지 민주당 6만명, 공화당 14만명이 신규 등록했다.

이 두 지역은 대선을 결정짓는 승부처로 꼽힌다. 지난 2016년 당시 트럼프는 이 두 곳에서 각각 11만3천표, 4만4천표(0.7%포인트) 간발의 차이로 이기며 대권을 잡았다.

정당과 후보에 대한 호감도 역시 표심을 나타내는 한 지표다.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 유권자를 제외한 히스패닉 유권자의 트럼프 지지율은 35%로 4년 전(22%)보다 10%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아프리카계 유권자의 지지율도 40%를 넘어섰다. 지난 22일 2차 TV토론 직후 라스무센의 여론조사에서 아프리카계 지지율은 토론 전(31%)보다 12%포인트 높은 46%로 치솟았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얻은 아프리카계 표는 8%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대선 과정에서는 아프리카계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응원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는 2016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세 현장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로나 맥대니얼(Ronna McDaniel)은 올해 트럼프의 유세에 관한 수치를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지난달 28일 트럼프의 애리조나주 유세장 등록 입장객 총 2만3천591명 가운데 비공화당원이 24%를 차지했다.

또한 전체 입장객 가운데 45.3%는 지난 대선 때 투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플로리다주, 미시간주, 아이오와주 등 4개 주요 경합주 유세장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참석자 38%는 비공화당원이었고 26.9%는 지난 대선 때 투표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지지층 결집은 물론 부동층 혹은 민주당 지지자의 표심까지 돌려세웠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이번 대선은 유례없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미국의 대선 투표율은 낮은 편이다. 지난 2016 대선 투표율 역시 54.7%로 겨우 과반을 넘겼다. 가장 높았을 때도 60%를 넘지 않았다.

신규 유권자 등록과 호감도 조사, 히스패닉·아프리카계의 지지, 역대급 투표율은 모두 트럼프의 우세를 나타낸다.

이밖에 미국 선거 상황을 잘 맞춘 지표가 있다. 중국의 ‘이우지수(義烏指數, Yiwu Index)’다.

‘세계의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저장성 이우시장에서는 트럼프 대선 관련 용품이 품목에 따라 바이든 관련 용품보다 5~10배 이상 팔리고 있다.

특히 최근 몇십 년간 미국 대선에서 증세를 지지하거나 공약한 후보가 패배한 사례가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에 이어 2대로 대통령에 취임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감세 정책으로 강력한 상대방이었던 앨 고어를 꺾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세금 인하를 약속함으로써 세금 감면을 지지하지 않는 매케인 후보를 물리쳤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역시 감세 정책을 제시했다.

올해 바이든은 사상 최대 규모의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