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 원한다면 불 꺼야…약한 조명도 심장에 부담” 美 연구

장만순
2022년 04월 15일 오전 10:34 업데이트: 2022년 04월 15일 오전 11:47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잠자는 동안 침대 옆 램프, TV 또는 노트북에서 방출되는 약한 불빛에 노출돼도 신진대사 건강과 심장 건강에 해롭다.

잘 때 빛에 노출되면 심혈관계 건강에 영향

이 연구는 건강한 성인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럭스(lux) 단위에 따라, ‘적당히 밝은 방’은 밝기를 100럭스로, ‘어두운 방’은 3럭스로 조절했다.

첫 번째 그룹은 어두컴컴한 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밝은 방에서 하룻밤을 잤다. 두 번째 그룹은 어두운 방에서 이틀 연속으로 수면했다.

연구팀은 100럭스의 밝은 방에서 하룻밤을 잔 참가자들이 어두운 환경에 비해 심박수가 빨라지고 기상했을 때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높은 인슐린 저항성은 대표적인 비만의 원인이다.

또한 깊은 잠에 빠진 상태를 나타내는 서파수면과 몸이 휴식을 취하는 상태인 렘(REM)수면에 더 적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노스웨스턴 의과대학 필리스 지 학장은 “수면 중에 빛에 노출되면 약한 실내 조명일지라도 혈당과 심혈관 조절을 손상할 수 있으며, 이는 심장병, 당뇨병 및 대사 증후군의 위험 요소다”라고 말했다.

낮에 활동하는 교감 신경계 활성화…생체 리듬 방해

불을 켜둔 채 잠들 경우 우리 몸은 생체 시스템을 변경하여 멜라토닌 리듬을 억제하고, 포도당 대사를 변경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킨다.

또한 심박수를 높이고 코르티솔(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호르몬) 생산을 높이고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수면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들은 우리 몸은 교감 신경계는 낮에 활동하고 부교감 신경계는 밤에 활동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지적한다.

필리스 지 박사는 교감신경계의 과도한 활동이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고 비만과 대사 증후군의 발병에 기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연구뿐만 아니라 이전 연구에서 잠잘 때 인공 조명에 노출되는 것과 여성 비만이 관련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노인 참가자의 경우 침실의 높은 빛 노출은 제2형 당뇨병 발병률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숙면 취하고 싶다면 어두운 방이 적절

가장 좋은 수면 환경은 커튼을 치고 취침 시간에 모든 조명을 끄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조명을 켜야 하는 경우 바닥에 가까운 희미한 조명이 좋다.

또한 호박색이나 주황색 조명은 흰색 또는 파란색 조명(컴퓨터 및 TV 화면에서 나오는 빛)보다 뇌에  덜 자극적이다. 방이 너무 밝다면 암막 커튼과 안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지 박사는 “만약 당신이 자려고 누웠는데 사물을 잘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너무 밝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침 일찍 햇빛이 들이치지 않도록 침대 위치를 변경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수면 전문가들은 잠들기 최소 1시간 전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같은 온라인 활동을 자제할 것을 조언한다.

수면의 질 높이려면 음식과 허브차가 도움

전문가들은 영양소 섭취를 통해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숙면을 위해 세로토닌이 풍부한 키위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들어 있는 타르트 체리를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불포화지방이 많은 생선들은 세로토닌 조절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D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세 번 연어를 먹은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더 나은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식주의자는 적정량의 호두 섭취로 오메가-3 지방산, 멜라토닌을 얻을 수 있으며 아몬드에는 마그네슘과 멜라토닌이 모두 풍부하다.

위산 역류를 방지하려면 음식은 잠자기 2시간 전에 섭취하는 게 좋다.

허브차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카모마일차는 아피제닌(순한 진정 특성을 지닌 항산화제)이 풍부해 수면을 돕는다.
패션플라워(시계꽃)차는 뇌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화학 물질을 억제하며 불안을 진정시키는 신경전달 물질의 생성을 증가시킨다.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처럼 숙면은 몸과 정신의 회복을 돕고 일상생활에 활력을 준다. 잠들기 전에 조명과 TV를 끄고, 스마트폰은 잠시 멀리 두고 ‘어두운 방’을 만들어 편안한 휴식을 취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