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만에 8천미터 수직낙하한 中 항공기…구조신호 왜 없었나

김정희
2022년 03월 22일 오후 2:46 업데이트: 2022년 03월 23일 오후 2:45

21일 승객 132명을 태운 중국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신호가 전혀 없었고, 여객기가 수직 급강하해 추락하는 등 여느 항공기 사고와는 다른 점이 많아 조심스럽게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민항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중국 동방항공 소속 보잉 737 여객기가 중국 남부 광시좡주자치구 우저우 텅현에서 추락했다. 이 항공기에는 승객 123명, 승무원 9명 등 총 13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상자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여객기가 추락한 곳은 인적이 없는 산림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이날 오후 1시 15분 윈난성 쿤밍을 출발, 광둥성 광저우로 향하던 동방항공 MU5735편 여객기이며 오후 3시 5분 광저우 바이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MU5735편 여객기는 이륙 후 약 1시간 만인 오후 2시 20분께 지상기지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고 레이더에서도 신호가 사라졌다. 10여 분 뒤인 2시 30분께 현지 경찰에는 “비행기가 야산에 추락했다”는 지역 주민들의 신고전화가 쇄도했다.

웨이보 등 중국 온라인에는 목격자들이 촬영한 MU5735편 추락 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영상을 보면 항공기는 공중에서 지면을 향해 수직 급강하했고 엄청난 충격으로 동체가 산산조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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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중국에서 11년 만에 발생한 항공기 사고다. 항공기가 지면으로 수직 강하했다는 점에서도 매우 이례적 사고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탑승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보고 있다. 탑승자 전원 사망 시 동방항공 설립 후 최대 사고가 될 전망이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사고에 대한 충격을 토로하고 탑승자들을 걱정하는 한편, 이번 사고에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는 이야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이 말하는 의문점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이례적 수직 추락 ▲구조요청 부재 ▲엄청난 강하속도 ▲급하강 중 한 차례의 상승 등이다.

사고 영상을 본 모든 이들이 놀라움과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은 항공기가 ‘수직 추락’한 점이다. 대체로 비행기 추락사고는 비스듬한 궤적을 그리며 이뤄진다. 동력을 잃더라도 날개가 있는 이상 글라이더가 활강하듯 추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방항공 MU5735편 여객기는 날개가 멀쩡한 데도 수직 급강하했다. 추락 현장 근처에 있던 한 광산업체의 폐쇄회로카메라(CCTV) 영상을 보면, 여객기의 두 날개는 지면에 추락하면서 충돌로 박살이 나기 전까지 온전했다.

기장과 승무원들이 구조신호를 전혀 보내지 않은 것도 미스터리다. 민항국 발표에 추락한 여객기에서 구조신호를 보냈다는 내용은 없었다. 통상 여객기는 이륙 후 ‘순항 모드’에 들어가 자동으로 비행한다. 자동 비행 중 사고가 나는 경우는 드물다. 항공기 사고는 거의 대부분 이륙 직후나 착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사고가 난 여객기는 추락 전까지 고도 2만9100피트(약 8900m)에서 안정적으로 비행하고 있었다. 이 고도에서 급강하하더라도 폭발이나 정전, 통신장애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승무원들은 지상기지와 통신하거나 긴급상황을 알리는 비상코드를 발신할 여유가 있다.

중국 여객기 추락 | 웨이보

그러나 이번에 사고가 난 항공기의 승무원 9명은 사고 당시 누구도 지면에 긴급 상황을 알리는 코드를 보내거나 지면의 호출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 여객기는 보잉 737-800기로 2015년 6월 인도됐으며 기령은 6년 8개월이다. 이 기종의 일반적인 내구연한은 20년으로 사고가 난 항공기는 ‘젊은’ 축이었다. 기체 노후나 기기 고장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수직 급강하 속도와 과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도 국내 항공편 이용이 많은 나라다. 적잖은 승객이 항공기 추적 앱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 배리플라이트(VariFlight) 등을 사용해 운항 상황 등을 살피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두 앱 모두 사고가 난 항공기가 2분 만에 고도가 무려 2만1000피트(약 8000m)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직 낙하 과정에서 최대 속도는 시속 566km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여객기의 긴급 하강속도는 100~130km 정도로 알려졌다. MU5735편은 기수를 아래로 향한 채 그 5배가 넘는 속도로 내려꽂히듯 추락했다.

게다가 무서운 속도로 추락하면서도 중간에 한번 ‘반전 상승’하는 추락 과정을 나타냈다.

항공기 비행기록에 따르면 MU5735편은 오후 2시 20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시 21분에 7425피트(약 2260m)까지 추락한 뒤 약 20초 동안 위로 상승했다. 상승하는 동안 가속도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8600피트까지 고도를 회복한 항공기는 다시 하강했고 결국 추락하고 말았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이번 사고에 대한 검열이 이뤄진 정황도 포착됐다. 사고 발생 소식 직후 웨이보에 #MU5735 태그를 단 게시물의 조회수는 16억7천만 회에 달했다. 그러나 한 시간 후 조회수는 3억2천만 회로 급락했고 한 시간 후 다시 4억8천만 회로 늘었다.

당국이 조회수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낮췄지만 워낙 많은 이들이 검색하다보니 이를 뚫고 조회수가 치솟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