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드라마 속 이야기 아냐…한국에서 마약 유통 급증

최창근
2022년 09월 20일 오전 11:17 업데이트: 2022년 09월 20일 오후 4:42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9월 18일 발표한 9월 2주 차(9/10~9/16) 통합 콘텐츠 랭킹에서 수리남은 지난 추석 연휴에 이어 정상을 지켰다. 이는 OTT 서비스 내의 콘텐츠와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모두 포함하는 수치이다. 수리남은 지난해 ‘오징어게임’과 올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K-콘텐츠’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수리남’은 ‘한국 출신 국제 마약왕’으로 불리며 2011년 구속 기소된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조봉행은 남미 최대 마약 조직 ‘칼리 카르텔’과 연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코카인(당시 시가 1600억 원)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봉행은 지난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남미 수리남에서 거주하면서 대규모 마약밀매조직을 운영했고 한국 국가정보원과 미국 법무부 마약단속국(DEA), 브라질 경찰의 공조 작전으로 2009년에 체포됐고 한국 법정에서 2011년 징역 10년,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다 2016년 복역 중 사망했다.

수리남은 외교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드라마의 주 배경으로 등장하는 수리남 정부가 “자국을 마약 소굴로 표현했다.”며 외교 경로를 통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한 가지 더 불편한 사실은 한국도 마약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국내로 들여오다 적발된 마약 총량이 2톤, 금액으로 2조 2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이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님을 의미한다.

주요 유입국은 수리남과,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르코스’에서 묘사된 것처럼 멕시·코페루 등 중남미 국가들이다.

9월 18일,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7~2021년 마약 밀수 단속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마약류 밀수량은 2264㎏이다. 총 적발 건수는 3499건, 적발 금액은 2조 2496억 원에 달했다.

2017~2022년 국내 마약 밀수 단속 현황. | 연합뉴스.

마약 밀수량은 급증세이다. 2017년 69㎏이었는데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기 시작한 2021년에는 1272㎏으로 급증했다. 한 해 적발된 물량이 1톤을 넘은 건 사상 처음이다. 밀수 적발 금액도 2017년 880억 원에서 지난해 4499억 원으로 5배 증가했다.

마약 종류별로는 지난 5년간 필로폰 밀수량이 1008㎏으로 가장 많았다. 코카인이 640㎏으로 뒤를 이었다. 코카인 1회 투약분 0.01g 기준으로 64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같은 기간 적발된 신종 마약 밀수량도 234㎏으로 집계됐다. 일명 ‘물뽕’이라 불리며 성범죄에 악용되는 GHB는 지난해 적발량만 29㎏에 달했다.

유입 국가는 미국과 중국, 멕시코, 페루 등이었다. 특히 멕시코와 페루에서는 지난해에만 400㎏이 넘는 마약이 들어오다 적발됐다. 밀수 경로는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 항공 여행자 편 등이었다.

마약 적출국별 상위 5순위 국가별 현황(단속량 기준)으로는 멕시코가 40만 5,754g(4건)으로 가장 높았고, 페루가 40만 418g(1건), 미국이 11만 2,087g(267건), 중국이 9만 8,438g(154건), 베트남이 7만 7,450g(33건)으로 뒤를 이었다.

2021년 3월 독일발 국제우편을 이용해 모발 영양크림에 숨겨 들여온 케타민 979g과 미국발 국제우편을 이용해 입욕제에 숨겨 들여온 필로폰 4000g이 적발되기도 했다. 같은 해 7월 부산세관에서는 맥시코발 해상화물을 이용해 항공기 부품의 하나인 헬리컬 기어에 필로폰 40만2천800g을 은닉해 들여오다 적발됐으며, 2022년 5월에는 태국발 국제우편을 통해 불상(佛像) 안에 야바(필로폰 30%와 카페인 60%, 코데인 10%를 합성한 마약) 1만9천968정을 숨겨 들여오다 적발됐다.

양경숙 의원은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라는 이야기는 옛말이 된 지 오래”라며 “관련 인력과 설비 부족 등으로 적발하지 못한 것까지 감안하면 더 많은 양이 유통되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급증하는 마약 밀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기관 사이에 긴밀한 협조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약청정국’으로 간주되던 한국은 젊은층을 비롯해 마약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필로폰의 경우 동남아시아보다 수십 배 비싸게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터넷 거래가 활발해진 것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