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낙 英 총리, 대중국 강경 입장 선회? “공자학원도 전부 폐쇄할 필요 없어”

최창근
2023년 05월 21일 오후 3:32 업데이트: 2023년 05월 21일 오후 6:45

리시 수낙(Rishi Sunak) 총리의 영국 정부가 공자학원(孔子學院) 폐쇄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서방 언론들이 보도했다. 수낙 총리는 지난해 보수당 당수(대표) 경선 시 “영국 대학의 모든 공자학원을 전면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다우닝가 10번지(영국 총리 관저) 대변인이 5월 17일, “영국 대학들이 설립한 공자학원 30개를 모두 폐쇄하는 것은 지나친 행동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이 해외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세계 각국에 설립한 선전선동 기구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중국 공산당 정책을 홍보하고 자유, 인권 등 각국의 가치에 개입하여 비판받아왔다.

VOA에 따르면 영국 총리관저 대변인은 “영국 정부는 중국이 공자학원을 통해 영국 고등교육 부문에 개입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공자학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철회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공자학원 전면 폐쇄는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내에서 운영되는 다른 국제기구처럼 공자학원 운영은 투명하고 합법적이어야 하며 개방성 언론 자유라는 우리의 가치관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는 수낙 총리가 보수당 당수 경선 시 내건 공약을 철회하거나 수정했음을 시사한다.

영국 언론들은 “수낙 총리가 당수 경선 시 공자학원 전면 폐쇄 등 선명한 반중(反中) 입장을 표명했던 것을 지적하며 정책이 오락가락해서 집권당과 보수 성향 지지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을 방문한 수낙의 전임자 리즈 트러스 전 총리도 “공자학원을 조속히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언 스미스(Iain Smith) 보수당 하원의원은 영국 정부의 발표를 두고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공자학원은 언어 교육과 관련도 없다.”며 “그들(공자학원)은 특히 중국 학생들과 특히 홍콩 학생들을 감시하기 위해 있다.”고 말했다. 이언 스미스는 보수당 당수를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영국 각 대학의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문화 수업을 제공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비판적인 시각의 사람들은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흰장갑(白手套)’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관제(李冠傑) 중국 상하이외국어대(上海外國語大) 영국연구센터 연구원은 “수낙의 대중국 입장은 원래 급진적이고 강경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총리 출마를 위해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리관제는 “영국은 여전히 중국어에 능통한 인력과 외교관을 양성해야 한다. 또한 수낙은 본래 아시아계 출신이어서 영국 백인 부유층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도 했다.”고 해석했다. 이어 “프랑스,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 고위 관리들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수낙이 기존의 강경 정책에서 선회하여 대중 외교 정책에 있어서 이성적이고 노련하며 매끄러운 태도를 되찾아야 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를 ‘후퇴’나 ‘‘친중’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