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에 집안이 흥건”…상하이 강제 방역에 SNS서 반발

강우찬
2022년 05월 12일 오전 11:07 업데이트: 2022년 05월 12일 오후 12:19

방역요원, 강제로 집에 들어와 소독약 살포
옷·가구·침구류 다 젖고 음식물은 폐기 처분
집에 뒀던 현금도 사라져…“강도나 마찬가지”

중국에서 방역 요원이 강제로 집 안에 들어와 소독약을 뿌리는 영상이 공개됐다.

온라인에 올라온 다수 영상에서는 방역 요원이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양성이 확인된 주민의 집에 강제로 진입해 집 안 곳곳에 소독약을 뿌렸다.

방바닥은 소독약이 고일 정도로 흥건했고, 소파 등 가구는 소독약이 배어들어 엉망이 됐다.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식재료는 강제로 폐기처분을 당했다.

네티즌이 올린 동영상에는 헤이룽장성의 한 밀접 접촉자가 격리시설에서 귀가한 뒤, 옷가지와 가재도구가 모두 사라진 집 안에서 황당해하는 모습이 담겼다.

냉장고는 텅 비었고 옷과 커튼, 침구가 모조리 사라졌다. 영상을 찍어 올린 네티즌은 집 안에 보관하고 있던 현금 약 6천 위안(약 113만원)도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관계 당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 온라인에는 소독약 대량 살포로 인한 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살균을 위한 소독인지 아니면 살균을 빙자해 대낮에 벌인 강도 행각인지 모르겠다”는 불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인권연구가로 근무하는 중국 인권 활동가 출신의 텅뱌오(滕彪) 객원교수는 “임시 격리시설로의 자의적 연행, 자택 살균소독 같은 중국 방역 정책의 상당수는 중국 헌법에도 맞지 않는 위헌이자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이러한 소독 행위는 과학적 근거마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저명한 분자생물학 및 바이오 방어 전문가인 릿거스 대학 리처드 에브라이트 교수는 미국 매체 RFA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며 “환경 표면에 대한 소독이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강제 자택 소독은 공산주의 체제에 물든 관리들의 낮은 인권 의식, 상부로부터의 ‘제로 코로나’ 달성 압력, 재난 상황을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일부 일선 방역 관계자들 탐욕 등이 얽히면서 공산당 정권 치하 혼란상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중국 내부에서도 ‘정치 방역’에 대해 참지 못한 인사들의 항의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상하이 화둥정법대학 둥즈웨이(童之偉) 교수가 당국의 방역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렸다.

중국 헌법 전문가인 둥 교수는 이 글에서 상하이의 강제 방역 조치가 위헌이며 “시민을 강제로 격리시설에 보내는 것은 불법이고, 당국은 시민의 집에 강제로 들어가 소독할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글은 곧 삭제됐고 팔로워가 46만 명인 그의 계정은 얼마 후 차단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5일 당 최고 지도부 방역회의를 열고 ‘제로 코로나’를 견지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하면서 “방역 방침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모든 언행과 단호히 싸우겠다”고 강조하는 등 이의 제기를 불허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0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지속 불가능하다며 정책 변경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