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통 중국고전무용 ‘션윈’, 공산주의를 탄(嘆)함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2023년 02월 22일 오후 7:56 업데이트: 2023년 02월 24일 오전 11:29

‘우수’에 임박해 목멱산 오십구 번지에는 미혹을 타파하고 선량과 전통을 지키라는 한 줄기 빛이 있었다. “역사의 긴 강 파도가 겹겹이고/ 백 왕조 문물 서로 같지 않네/ 풍운호걸 얼마나 많았더냐/ 한 더미 황토가 영웅의 동반자/ 윤회전생 어느 때 그치랴/ 만리장공(長空萬里)은 어찌하여 광활한가/ 인생은 구르고 구르며 법을 기다리기 위함이니/ 법을 얻어 하늘로 돌아가 창궁(蒼穹)에 오르리라.” 지난 션윈예술단(神韻藝術團) 공연에서 예술감독 D.F.의 작시 ‘인생은 무엇인가’가 예술단의 한 구릉을 지나간다. 신성을 드높이는 일 ‘감추기 어렵고’, 신이 없다고 자신을 속이지 말고, 구도의 가르침 ‘실행’에 옮겨 세상의 평화 일구는 참일꾼이 되세나.

계묘년 들어 매머드급 해외무용단으로는 처음으로 뉴욕 소재의 션윈예술단(Shen Yun Performing Arts)이 부산, 구미, 서울에서 14회의 ‘2023 션윈 월드투어(이하 션윈)’ 한국 공연을 펼쳤다. 코로나 발생 3년 만이다. 션윈예술단은 D.F. 뉴욕 페이톈(Fei Tian, 飛天)대학 음악무용과 석좌교수가 설립했으며, 동일 규모의 8개 팀이 전 세계를 순회하며 공연을 펼치고 있다. 부산에서 ‘션윈’이 공연되고 있을 때 캐나다(몬트리올, 퀘벡), 프랑스(리옹), 미국(클리블랜드, 오하이오), 도미니카 공화국(산티아고)에서도 다른 ‘션윈’이 공연되고 있었다. 이 무용단은 중화인민공화국 이전의 정서를 바탕으로 오천 년 중국 역사에 걸친 여러 갈래의 춤을 아우르며 평화를 간구한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의 ‘션윈’ 한국 공연은 테레사 두와 제임스 남의 사회로 중국무용극 7(고전 5, 컨템포러리 2), 중국고전무용 6, 민족무용 3, 가곡 2, 독주 1편 등 19개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션윈’은 중국무용극[‘세상에 내려와 중생을 구하다’ ‘수수(水袖)-흐르는 소매’ ‘주자국(朱紫國) 이야기’ ‘홀로 적진에 들다’ ‘노지심(魯智深)’ ‘전대미문의 죄악’ ‘법정인간(法正人間)’], 중국고전무용[남성무 ‘서생의 감회’, 여성무 ‘선아비무(仙娥飛舞)-하늘을 나는 선녀들’ ‘당 현종과 양귀비’ ‘물동이 인 여인들’], 민족무용[‘만주족 무용’, ‘설산환가(雪山歡歌)’, ‘몽골 젓가락춤’], 가곡[‘감추기 어렵네’-바리톤 왕차오(王超), ‘실행’-소프라노 장민(姜敏)], 독주[얼후, ‘고풍추월(古風秋月)’, 앤드리아 리(李陽陽), 피아노 반주: 징야 말렌(蘇晴雅)의 무가악(舞歌樂)]로 구성되었다.

션윈예술단은 창작의 자유를 찾아 2006년 뉴욕으로 이주한 일군의 중국 고전 예술 분야 예술가들에 의해 뉴욕에서 설립되어 17년이 된다. 신들이 전해 준 전통 중국문화를 되살리고 세계와 공유하겠다는 사명감의 이 단체는 올해에도 동일 규모의 8개 예술단이 5대륙, 20개 이상 국가, 180여 개 도시에서 750여 회 공연 여정을 시작했다. 2007년 월드투어를 시작하여 임인년 12월 미국에서 킥오프한 ‘션윈 2023 월드투어’의 아시아투어팀은 일본을 거쳐 2월 2일(2월 2일~5일 5회 공연, 부산 소향씨어터)부터 8일 구미 문화예술회관에서 2회 공연, 19일(2월 15일~19일 7회 공연,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까지 한국 공연을 마무리하고 20일 대만으로 출국했다.

션윈(神韻)은 신비, 신성, 경이로움을 상징한다. ‘션윈’은 중국의 오랜 문명을 스치며 정제된 품격, 혜지(慧智), 정신적 가치의 정본(正本)이다. ‘션윈 2023 월드투어’ 한국공연단은 무용단, 오케스트라, 스텝을 합쳐 백여 명에 이른다. 방대한 규모의 공연은 경탄을 엮어 중독성을 전파했다. 부분별 작품들은 찬찬히 수 세기에 걸쳐있는 왕조, 민족, 민속과 전설, 문학성 농후한 작품 등을 상상시키면서 강렬한 메시지들로 엉클어진 영혼을 일깨운다. 작품의 감정이입을 위한 미셸 런(任鳳舞)·천융자(陳永佳)·구윈(古韻)·구쉬안(古旋)·구위안(古緣)·채드 천·위웨·크리스티나 리·김지성 안무와 뉴욕션윈예술단 공동안무가 독창성을 각인하면서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고전 무용극을 소화해 내기에는 경지에 오른 동양계 무용수들의 춤 동작이 적합하다. 무용단의 수석 무용수 멜로디 친(秦歌), 파멜라 두(杜增美), 숀 런(任劭星), 제이슨 판(潘克岐), 빌 슝(熊泓亦), 저스티나 왕(鄭煜), 루비 우제(大勢如日)는 변화무쌍한 군무를 이끌면서 유연한 동작에서 역동성인 동작, 전통 무용에서 공산당 치하의 압제를 묘사하는 현대 무용극까지 절정의 무용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비슷한 중국인 외모이지만 중국 동북방 랴오닝, 미국 애틀랜타·워싱턴, 캐나다 토론토, 대만 타오위안·타이베이, 일본 도쿄 등 다국적·다지역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용수 사이의 미세한 신체적 특징과 연기력의 차이를 헤아리는 것도 묘미이다.

린자치(林家綺) 지휘자의 다국적 출생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작곡가 D.F., 징셴(淨弦), 가오위안(高原), 친위안(琴媛)의 주제에 밀착된 영감에 기인한다. 치유력을 소지한 무용 음악은 장구한 중국 역사에 걸쳐있는 내러티브 가운데 인간의 희로애락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예로부터 상급 중국 무용은 작금의 혼합 변종의 군사무용이 아니라 호기심의 대상이며 본받기 좋아하는 춤이었다. 따라서 동서양 음악의 시메트리감(感)은 절대적 과제였다. 가슴을 열고 악기에 살아있는 영혼(화음, 화성, 대위 작업)을 불어넣어 실핏줄이 돌게 하는(선율의 존재감) 작업은 두 줄 현악기 얼후의 개성을 살리면서 피아노 연주와 춤출 수 있게 만드는 예술 행위였다.

‘션윈’은 수련자들의 집단 예술답게 자신들이 지향하는 무용극의 목표를 은근히 달성하였다. 그 특별함은 믿음으로 하늘을 공경하고 덕(德)을 숭상하고 선(善)을 행하여 잃어버린 유산을 되찾겠다는 신조에서 출발한다. 고전무용을 현대무용과 뒤섞은 정체불명의 현재 중공 무용이 아닌 정통 중국 고전무용의 전통을 계승한 춤을 보여주었다. 음악은 동서양의 악기를 조화롭게 편성·결합하여 오케스트라를 꾸리고 있었고, 성악은 중국어 가사로 전통 벨칸토 창법을 구사하였다. 밝고 아름다운 전통 무대의상과 다채로운 색채로 역대 왕조와 시대의 복식, 다양한 지방과 소수민족의 복식, 천인(天人)과 신불(神佛)의 복장을 아우르며 판타지를 창출하였다.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혁신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3D 프로젝션은 무용수가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무대를 무한 확장하도록 도움을 주었고, 사실감과 생동감을 부여하였다. 조명, 음향, 무대미술은 과장 없이 무난한 공연 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션윈예술단은 정신적 승화를 구하는 여정을 공유하면서 진선인(眞善忍)의 내공을 쌓아가고 있었으며, 단원들은 내면을 닦아내는 수련 과정이 아름답고 지고지선한 예술창작의 길이라고 믿고 있었다. 션윈예술단은 다년간 월드 투어에서 매년 무용극을 완성하는 부문들을 새로이 하며 신작을 선보여 왔다. 그들은 인간 정신의 숭고함, 천상과 지상이 공존하는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션윈’은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문·사·철에 걸친 예술성과 고난도의 기교적 고전무용, 동서양 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 교향악단, 화려한 의상, 첨단 디지털 영상 기술로 제작된 무대 배경이 어우러져 신비롭고 환상적인 무대 감각을 보여주는 ‘월드클래스’ 공연이다. 뉴욕제 ‘션윈’의 부문별 특징들을 살피면서 역대 왕조와 영웅들, 민속을 헤아리는 일은 흥미롭다. 션윈예술단은 옛 모습에 충실한 중국 고전무용과 전통에 기반한 음악으로 화려하게 교훈적·역동적 서정성을 앞세운다. 변화무쌍한 장면에 등장하는 영상은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 화려한 중국 전통 남녀 의상을 실제 관찰하는 일과 어우러지면서 일생의 경험이 되었다.

‘션윈’에서 창세주는 ‘세상에 내려와 중생을 구하다’의 존재로 주목받는다. 찬란한 당나라의 치명에 이르는 사랑을 보여준 ‘당 현종과 양귀비’, ‘수호지’의 ‘노지심(魯智深)’의 등장은 코믹 무용극으로 범위를 넓히게 되었고, 우아한 여인의 소맷자락으로 비유되는 ‘수수(水袖)-흐르는 소매’, ‘서유기’에 나오는 요괴 이야기를 극화한 ‘주자국(朱紫國) 이야기’, 유비의 최고의 장수 조자룡이 유비의 가족을 구하기 위하여 적진에 뛰어든 ‘홀로 적진에 들다’, 신비로운 달빛 아래 서생의 막힌 글 문을 트게 해준 ‘서생의 감회’, 황금빛 황혼을 배경으로 한 ‘선아비무(仙娥飛舞)-하늘을 나는 선녀들’, 우아한 여인들의 세련된 자태를 보인 ‘물동이 인 여인들’이 포진해있다.

‘션윈’은 ‘서유기’, ‘삼국지’ 등 고대사와 신화 소재의 프로그램으로 순수 중국 전통문화를 완벽히 재현한다. 시공을 넘나드는 역사 속 환상 여행은 무대 배경을 광활한 몽골 초원에서 장엄하고 우아한 당나라 시대로, 만주족 여인의 공간에서 설산의 티베트까지, 전란의 전쟁터에서 히말라야까지 무대를 무한 확장한다. 불확실성의 현대 사회 속에서 ‘션윈’은 전통적인 가치관으로 사람들을 밝고 활기차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션윈’의 모든 예술가는 ‘순선·순미(純善·純美)’의 가치를 전파하는 파룬따파(法輪大法) 수련인으로서 진·선·인(眞·善·忍)을 각인하고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가치관, 자신에 대해 엄격함으로 예술을 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1949년 집권)은 전통문화를 당의 절대적 지배력을 위협하는 사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무신론 주창의 문화대혁명으로 전통 가치관과 오랜 문명을 대규모로 말살했다. 조직적으로 전통적 믿음 체계를 뿌리째 흔들고 옛 유물들을 파괴하였다. ‘션윈’이 세계적 인기와 영향력을 가지자 중국 공산당은 공연을 음해하고, 극장에 공연 취소 협박을 하거나 단원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 타이어에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은 ‘션윈’의 중국 내 공연 불허뿐 아니라 해외 공연도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다. 한국도 중국 공산당의 방해 공작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서울의 대표 공연장에선 한 차례도 공연하지 못했다.

국립극장 주변에서 중국 공산당을 옹호하는 일부 집단이 장기 적출 대상자가 된 파룬궁 수련자 모녀를 다룬 ‘전대미문의 죄악’과 공안 통치로 무법천지가 된 세상을 바로잡는 내용을 다룬 ‘법정인간’이라는 무용극을 문제 삼아 시위를 벌임으로써 주권국가 한국의 권위와 공연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무례를 범하기도 했다. 장충동 국립극장에서의 공연은 십수 년 만의 서울 공연이며, 정부 산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이어서 그 의미가 실로 컸다. ‘션윈’은 순회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공연을 마무리하였다. 앞으로도 독창적이고, 배합의 묘미를 구사한 구성과 뛰어난 기교로 한국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공연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 한국에서의 ‘션윈’ 공연은 한국극장사의 불타는 연대기에 아름답게 장식될 의미 있는 공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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