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연출가, 美 컬럼비아대 종신 교수직 사퇴 “학교 공산주의 편향 심각”

하석원
2019년 12월 17일 오후 3:12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7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자 안드레이 세르반(Andrei Serban·76) 감독이 컬럼비아대 종신 교수직을 사퇴한 이유가 뒤늦게 전해졌다.

안드레이 감독은 “컬럼비아 대학은 완전히 공산주의로 가고 있다”며 “자신에게 정직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떠났다”고 했다.

안드레이 감독은 연극·뮤지컬 분야 최고 상인 토니상을 비롯해 수많은 수상 경력을 지닌 명연출자다. 사회주의 루마니아 정권으로부터 ‘노동자를 위한 작품을 만들라’는 압력을 받았지만, 자신의 예술세계를 정치와 타협할 생각이 없었던 그는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다가 1969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지난 10월 루마니아 방송(TVR1)과 인터뷰(유튜브)에서 컬럼비아대에서 겪은 ‘사회 정의(social justice)’ 강요 풍조에 대해 밝혔다. 그 사례로 연극학과 지원생 입학 인터뷰 당시 일화를 전했다.

지원생 가운데에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을 연기하겠다고 했고, 안드레이 감독은 “줄리엣은 순수의 화신인 14세 소녀”라며 의구심을 품었다고 했다. 이 지원자는 줄리엣의 독백을 연기했고, 안드레이 감독은 “그에게 다른 역할을 해볼 수 없냐고 물었다가 나중에 동료들에게 호되게 비판당했다”고 했다.

안드레이 감독은 “자신을 여성으로 생각하는 남학생이 줄리엣이 된다는 건, 나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 학생은 다른 많은 역할을 연기할 수도 있었다”고 했다. 트렌스젠더 지원자가 입학하면 그에게 정말로 줄리엣 역을 맡겨야 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빠진 안드레이 감독은 결국 컬럼비아대에 사직서를 냈다. 그는 “나의 원칙을 위배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교수 채용 관련 회의에서도 비슷한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한 교수가 퇴직하면서 결원이 생기자, 예술학부 학장이 회의를 소집해서는 “백인 교수가 너무 많고, 이성애자 남자가 너무 많다”며 성적 소수자나 여성 혹은 동성애자를 채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안드레이 세르반 감독 | 유튜브 화면 캡처

채용 심사위원이었던 안드레이 감독은 “나와 같은 사람은 교수로 채용될 수 없었다”며 “여성과 결혼했으며 아이가 있는 남성”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드레이 감독은 “가장 우수한 교수 후보가 만약 백인 남성이라면 채용할 수 있는지 학교 측에 문의했다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또다시 공산주의 치하에서 살게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정치평론가 데니스 프레이거(Dennis Prager)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펜실베이니아 대학 영문학과 학교 건물에 걸려있던 셰익스피어의 초상화가 학생들에 의해 철거당한 사건을 언급했다.

프레이거는 “셰익스피어 초상화가 거기에 걸린 건 백인 남성이어서가 아니라 영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을 창작한 작가였기 때문이다”라며 “그런데 학생들은 셰익스피어가 백인 남성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초상화를 철거하고 흑인 레즈비언 시인의 초상화를 그 자리에 설치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