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2021년 그 어느해 보다 더 불안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아

조영이
2022년 07월 20일 오후 10:02 업데이트: 2022년 07월 20일 오후 10:02

세계인들에게 2021년은 어느 해보다 더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갤럽이 최근 발표한 2022 세계 감정 보고서에 따르면 122개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긍정,부정 경험을 조사한 결과 부정경험지수가 33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사 방식은 응답자에게 어제 ‘잘 쉬었나요?’,’미소 짓거나 웃었나요?’ 같은 긍정적 감정 경험을 묻는 5가지 질문과, 어제 ‘슬픔을 느꼈나요?’,’스트레스를 받았나요?’와 같은 부정적 감정 경험을 묻는 5가지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응답자는 하루 전날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답하고, 갤럽은 이를 취합해 세계인의 긍정경험지수와 부정경험지수를 산출했다.

전 세계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이 전날 걱정거리가 있었고(42%) 스트레스를 받았다(41%)고 답변했다. 10명 중 3명은 신체적 고통(31%)을, 4명 중 1명은 슬픔(28%)과 분노(23%)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갤럽은 “2020년에 이미 최고치를 기록했던 스트레스, 걱정, 슬픔 등의 감정이 2021년에 더욱 상승했다”고 밝혔다. 걱정은 2%포인트, 스트레스와 슬픔은 각각 1%포인트 상승했으며, 신체 고통을 당한 사람도 2%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분노지수는 2020년 대비 1%포인트 낮았다.

부정경험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아프가니스탄(59점)이었다. 이 나라 국민은 대부분 걱정으로 하루를 보냈고(80%), 스트레스를 받았으며(74%), 슬프다고 생각했다(61%). 긍정경험지수도 32점으로 가장 낮았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에서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미 공군 C-17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2021.8.21 | AP=연합

아프가니스탄은 지난 2021년 8월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집권하면서 경제적, 정치적 격변을 겪고 있다. 갤럽은 “지난 16년간의 조사에서 이 정도로 높은 부정 경험 비율을 보인 나라는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 16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인들이 느낀 부정적 감정의 가장 큰 원인이 코로나19 펜데믹과 그에 따른 고립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전적으로 코로나19의 탓은 아니라고 말했다.

갤럽 수석 연구원은 캐럴 그레이엄은 저숙련 근로자가 직면한 경제적 불확실성과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가 세계인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레이엄은“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를 보았고, 이는 인간이 상호 작용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며 “우리는 이러한 환경의 단점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스트레스 연구소의 연구원 조시 브릴리는 세상이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항상 많은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릴리는 “뉴스와 소셜 미디어에서부터 라디오와 팟캐스트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인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위기(정보)의 물결에 둘러싸여 있고, 이 물결이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좋은 일들을 내리누른다”고 말했다.

40년 이상의 임상 경험이 있는 심리학자 메리 카라페티안 알보드 박사는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많은 접촉이 세상을 더 작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며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도 깊은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총 300건이 넘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며 그의 미국인 고객들이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 불확실성이라고 밝혔다.

갤럽에 따르면 세계인의 부정적 감정 증가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에서 여과되지 않은 채 쏟아지는 정보, 경제적 불확실성, 사회의 안전성 등이 세계인의 정신건강과 행복을 저하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세계인의 긍정경험지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긍정경험지수는 69점으로 2020년 71점에서 2점 하락했다. 긍정경험지수가 하락한 것은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전 세계 성인 10명 중 7명이 전날 잘 쉬었으며(69%) 즐거웠고(70%) 많이 웃었다(72%)고 답변했다. 그러나 한 해 전에 비해 ‘잘 쉬었다’는 비율은 3%포인트, ‘즐거웠다’는 비율은 2%포인트 낮아졌다.

덜 쉬고 덜 즐거웠다고 느낀 가운데서도 웃으며 지냈다는 비율은 2%포인트 늘었다. 흥미로운 것을 배웠다는 비율도 1% 늘었다. 10명 중 9명(86%)은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꼈다.

긍정경험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파나마(85점)였다. 파나마를 비롯해 파라과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5개국이 모두 80점을 넘었다. 중남미 이외의 지역 중 탑5 안에 든 나라는 인도네시아(84점)가 유일했다.

세계인의 긍정 경험 결과에 대해 알보드 박사는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삶에 만족을 느끼는 순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현실적인 기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부정적인 감정을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갤럽의 이번 조사는 2021년과 2022년 초에 걸쳐 각 나라의 15살 이상 인구 중 평균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또는 대면 방식으로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