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총회에 美 “대만 초청해야” 中 “결연히 반대” 臺 “자격있어”

최창근
2023년 05월 12일 오후 8:45 업데이트: 2023년 05월 12일 오후 8:45

미국이 이달 말 개최되는 세계보건총회(WHA)에 대만(중화민국)을 초청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은 강력 반발했다. 당사국인 대만은 “자격이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5월 21~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WHA에 대만을 초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5월 9일, 성명에서 블링컨 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WHA 연례 회의에 대만을 옵서버(참관인)로 참여하도록 초청해 논의에 전문성을 더할 수 있길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WHA에서는 전 세계 공중보건 우선순위를 논의한다. 이는 전 세계 대표단과 보건 전문가들이 세계 보건 및 보건 안보를 발전시킬 특별한 기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옵서버 초청은 국제보건 분야 협력에 있어서 ‘모두를 위한 보건’이라는 WHO의 포괄적인 약속의 좋은 예시가 될 것”이라며 “대만은 세계 보건계의 매우 유능하고 적극적이며 책임감 있는 구성원이자 과거 이 회의에 옵서버로 초대된 바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한 2016년 WHA 총회장. ‘중화타이베이’ 명의의 명패가 놓여 있다. | 트위터.

블링컨 장관은 “주목할 만한 공중보건 전문지식, 민주적 거버넌스·첨단기술 등 대만의 고유한 역량과 접근방식은 WHA 논의에 상당한 가치를 더해 준다.”며 “대만을 WHA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세계가 요구하는 포괄적인 글로벌 공중보건 협력과 안보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만이 적절한 국제 토론의 장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대만관계법(臺灣關係法‧TRA), 미중 간 6대 보장 및 3개 코뮈니케에 따른 ‘하나의 중국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이 언급한 대만관계법은 1979년 1월 1일 미-중 수교와 동시에 이뤄진 미-대만 단교 이후 대만과 비(非)공식 외교관계 설정을 위해 1979년 4월, 미국 의회가 제정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 대만과 비공식 교류를 지속하고, 대만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 등을 명시한 미국 국내법이다.

‘6대 보장(Six Points)’은 1982년 미중 간 8‧17코뮈니케(제2차 상하이코뮈니케) 발표 직전 공개된 보장 조항으로, 다음의 6가지로 구성돼 있다. ▲미국은 대(對)대만 무기 수출에 관해 기한을 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대대만 무기 수출에 있어 중국과 사전 협상을 진행하지 않는다. ▲미국은 대만해협 양안 간의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다. ▲미국은 대만관계법을 수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대만의 주권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변경하지 않는다. ▲미국은 대만으로 하여금 중국과 협상토록 강요하지 않는다.

3대 코뮈니케(공동성명)는 1972년 상하이코뮈니케, 1979년 수교코뮈니케, 1982년 제2차 상하이코뮈니케( 8‧17코뮈니케)를 의미한다. 이들 1법, 3코뮈니케, 6대 보장은 미중 관계, 미국-대만 관계를 규정하는 ‘규범’으로 작용해 오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의 성명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WHO 활동을 포함한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는 반드시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하여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이 국제 사회의 보편적 지지를 얻는 것은 민심이 향하는 바이자 대세로서 이를 부인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고 막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민진당 당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기반으로 한 ‘1992컨센서스(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만이 WHA에 참여하는 정치 기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만 카드로 중국을 제압하려는 도모는 반드시 국제사회의 결연한 반대에 봉착하고, 실패로 끝나게 돼 있다.”며 미국의 대만 지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1945년 국제연합(UN‧유엔) 창설 회원국으로 참여한 대만(중화민국)은 WHO에도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다만 1971년 10월 제2758호 결의안에 의하여 유엔에서 퇴출된 후 WHO를 비롯만 모든 유엔 산하기구에서도 회원국 자격을 상실했다. 이후 WHO 재가입, WHA 참석을 희망했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운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의 벽에 막혀 좌절됐다.

다만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국민당 정부 집권기에는 양안관계 해빙 속에서 2009~16년 옵서버 자격으로 WHA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러다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이듬해인 2017년부터 중국의 반발로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량광중 주한국대만대표부 대표. | 주한국대만대표부 홈페이지.

미국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인 2020년 이른바 ‘타이페이법(TAIPEI Act‧Taiwan Allies International Protection and Enhancement Initiative Act)’을 제정하여 대만의 국제사회 진출을 지원했다. 타이페이법은 △미국-대만 간 경제교류 및 협력 강화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 지원 △대만의 외교관계 강화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대만의 WHA 참석을 WHO에 요청했지만 중국 반발로 무산됐다. 이어 2022년에는 ‘대만의 WHA 옵서버 자격 참석을 지원하는 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지만 중국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대만 정부도 국제사회에 대만의 WHA 참여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량광중(梁光中) 주한국대만대표부 대표(대사)는 5월 10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대만의 WHA 옵서버 참여를 지지하고 대만이 WHO의 모든 회의, 활동 및 메커니즘에 참여하는 것을 제도화하는 데 협조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량광중 대표는 “대만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데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회원국 및 싱가포르와 비교했을 때, 누적 확진 사망률 및 치사율 부문에서 6위, 코로나 백신 최소 1회 접종자 수 부문에서 4위, 백신 추가접종 수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며 대만의 WHA 참여 당위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