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자신감 잃었나? 시진핑 3기 중국 경제 전망

차이나뉴스팀
2022년 11월 8일 오후 2:46 업데이트: 2022년 11월 8일 오후 4:58

시진핑 지도부가 지난달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세 번째 임기를 확정 지었다.

그러나 블룸버그 등은 “경제발전에 대한 자신감이 보이지 않는다”며 시진핑 지도부의 향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평가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제 충격 속에서도 시진핑은 “역동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하고 전염병을 상대로 전면적인 인민전쟁을 전개하겠다”며 정책 고수 방침을 확실히 했다.

중국 전역에서는 연일 이어지는 PCR 검사와 도시 전면· 부분 봉쇄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항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이미 침체한 중국 경제의 커다란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그 외 중국의 이념적 경제 불안 요소들을 점검했다.

‘공동부유’ 내걸고 사회주의 정책 강화

덩샤오핑은 일부 지역·사람부터 부유하게 만든다는 선부론으로 중국 경제 개발을 이끌었지만 빈부 격차와 기득권층 형성 등 적잖은 폐해를 남겼다.

시진핑은 이번 당 대회에서 자신이 열어나갈 새 시대의 핵심 개념으로 공동부유를 강조했다. 공동부유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공산주의의 기본적인 사상으로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중공) 건국 초반 내세운 구호이기도 했다.

공동부유는 1차적으로는 빈부격차의 해소를 나타낸다. 실현 가능 여부를 떠나 기존 사상과 차별화를 선명하게 함으로써 중국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자신의 지도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시진핑은 이번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독자적인 발전 모델을 뜻하는 ‘중국식 현대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웠다. 이어 향후 5년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전면적인 건설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동부유와 중국식 현대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느냐다.

시진핑은 “재산 축적 메커니즘 규범화”라는 표현을 이번에 처음 사용했다. 중국 언론에 실린 당 대회 업무보고서 전문에서는 이와 관련 “합법적인 소득을 보호하고 지나치게 높은 소득을 조절하며 불법적인 소득을 단속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분배 정의 실현’ 혹은 경제정책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쉽게 말해 당 안팎 기득권층을 손보겠다는 뜻이다.

시진핑은 집권 초반 반부패로 기존 세력을 공격하며 정권 기반을 다졌다. 재산 축적 메커니즘 규범화는 공동부유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경제와 정치 분야에서 변혁을 추진하겠다는 선포로 여겨진다.

민간기업 위축과 시장경제 요소의 쇠퇴

중국에서는 덩샤오핑 시대부터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유제 경제와 사기업 등으로 구성된 비공유제 경제가 나란히 달려왔다.

최근에는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부문의 확대와 민간부문의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이 발표하는 매출액 기준 세계 500대 기업인 ‘포천 글로벌 500’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은 대부분 국유기업이다.

중국 경제 시스템을 양분하는 공유제와 비공유제(사유제) 경제에 관한 당국의 ‘차별대우’는 시진핑의 발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시진핑은 활동보고에서 국영기업에 관해 “조금도 흔들림 없이 유지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공유제는 다시 말해 사회주의 경제다. ‘국유기업 개혁에 관한 3개년 계획’에도 사회주의 특징이 짙게 반영돼 있다.

그러나 국진민퇴 전략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존재한다. 중국 공산당이 만들어낸 거대한 국유기업은 업계를 독점하지만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국제 수준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즉 경제 전반의 침체라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시진핑은 “정부의 역할”을 주장했다. 그는 “자원 배분에서 시장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정부도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가 추진해온 정책에 비쳐 볼 때 ‘정부의 역할’이 본심으로 추측된다.

경제학에는 대부분 ‘작은 정부를 지지한다. 다만 1929년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으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큰 정부’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그러나 대공황에 빠진 미국을 구한 것은 뉴딜 정책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뉴딜 정책은 부작용만 낳았고, 대공황은 전쟁으로 인한 호황에 의해 상쇄되면서 끝났다.

중국 공산당이 말하는 “정부의 역할”이 큰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목표로 삼고 시대에 역행하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고품질 발전 단계”라는 말에 담긴 뜻

2012년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자원과 환경 문제의 심화, 금융 리스크 등 다양한 경제 왜곡이 가시화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은 둔화됐다.

이는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당국은 더 이상 자국민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분식회계 같은 속임수도 쓸 수 없게 됐다. 보는 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제의 신창타이(新常態·새로운 상태)”나 “고속성장 단계에서 고품질 발전단계로 전환하고 있다”와 같은 수사적 표현으로 경제 상황을 설명할 수밖에 없게 됐다. 수치로 보여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지난달 18일로 예정됐던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는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돌연 연기됐다가 약 일주일 뒤인 24일에야 이뤄졌다.

시장에서는 발표 연기에 따라 예상치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관측했으나, 중국이 발표한 3분기 GDP 성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3.9%로 블룸버그(3.3%)와 로이터(3.4%)의 예상치보다 오히려 높았다.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발표되긴 했지만 올해 중국의 누적 GDP 성장률은 연간 목표치 5.5%를 크게 밑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달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을 3.2%로 전망했고 세계은행은 이보다 낮은 2.8%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