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남시 대장동 비리 게이트와 분노하는 청년들

오세라비 /작가·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2021년 10월 9일 오후 6:51 업데이트: 2021년 10월 10일 오후 3:49

성남시 대장동, 화천대유 게이트…다시 청년들 거리에 나서다

2019년 8월 일명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법무부 장관의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청년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당시 서울대학교를 비롯해 50여개의 전국대학생연합촛불집회 집행부가 구성돼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그리하여 2020년의 최대 신조어는 ‘가붕개’였다. 가붕개라는 말의 창시자는 조 전 장관으로 2012년 3월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쓴 글에서 시작됐다. “용이 돼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 트윗은 조국 사태를 맞아 단번에 조롱과 한탄, 불공정을 대변하는 하나의 ‘밈’이 됐다.

‘가붕개’로 표현되는 자괴감은 곧이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폭등과 맞물려 청년세대를 더욱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평생 가붕개로 살아야 한단 말인가”라며 계층 사다리가 끊긴 청년들은 좌절한다. 오래된 속담인 ‘개천에서 용 난다’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가슴 한구석에 품게 만든 말이었다. 하지만 2021년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전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말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청년세대를 분노하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토건사업 관련 비리가 터졌다. 경악할 일은 토건 세력과 결탁한 전직 언론인, 정치인, 법조계 거물 인사들의 명단이 줄줄이 튀어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대장동 게이트라 불리는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의 도시개발 사업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대장동은 공권력을 동원해 민간 택지를 헐값으로 수용하면서 2014년에 개발구역으로 확정됐다. 토건 비리 복마전이 그렇듯 대장동 게이트 역시 진상 파악이 상당히 복잡하다.

현재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 시장 재임 시절 대장동이 공공개발 사업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성남시의회의 반대, 혹은 또 다른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장동은 공공개발 대신 공공과 민간의 복합 개발 사업이 됐다. 대장동 프로젝트라 불리는 땅 개발로 5903가구의 아파트 건설이 2015년 8월부터 시작돼 2018년 12월 무렵 분양이 이루어졌다.

이때 땅 주인들은 토지수용권이라는 공권력에 굴복해 평당 280만원에 토지를 넘겼다. 최소 평당 600만 원인 땅을 헐값에 사들여 대장동 개발 사업의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신생기업이었던 화천대유는 자본금 5000만원을 투자해 현재 알려진 바에 의하면 577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화천대유는 7개의 자회사를 설립해, 1호~7호 주주들은 전체 약 3억5천만 원을 출자해 3500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니 돈의 액수가 너무나 크기 때문인지 도무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현재까지 관련 사업에 드러난 수익금 현황만 이 정도니 앞으로 얼마나 더 큰돈이 대장동 게이트에서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

더 놀라운 일은 화천대유의 고문단 구성에 전직 대법관 등 법조계 최고위층 인사들이 줄줄이 참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고문단에는 지난해 9월에 퇴임한 권순일 대법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바로 그들이다. 또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소속된 로펌도 이 회사와 고문 계약을 맺었고,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은 화천대유 자문변호사로,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은 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뿐인가.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대리로 근무하다 퇴직하면서 50억 원을 퇴직금을 수령했다. 곽 의원의 아들은 30대 초반의 나이다.

대선 경선 정국에서 터져버린 대장동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지사는 지난 9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이 설계는 제가 한 겁니다.”

우리 국민들이 알게 된 사실은 대장동 게이트에 여·야 그리고 사법계 거물급들이 이권 카르텔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와 화천대유 관련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금도 그렇지만, 법조계 최고위층 인사인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이 연간 2억 원에 달하는 고문료 받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존경받는 법조계의 지도층이 돼야 할 인물들의 행태는 실망을 넘어 할 말을 잃게 한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대장동 게이트가 영화 ‘아수라’와 같은 현실이 일어나고 있는 곳에 꼭 몸을 담아야만 했을까?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대장동 개발 부패 사건에 대해 청년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필자가 속해있는 시민단체와 청년이 주축이 된 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버스킹 연설 형식으로 진행된 대장동 게이트 규탄 현장에서 많은 청년을 만났다. 한 청년은 이렇게 외친다.

“대장동에서 수천억에서 1조 가까운 수익을 올린 사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런 일이 그냥 넘어간다면 전 국민이 꾸는 꿈은 모두가 어떻게든 권력과 가까워지는 것이 꿈이 될 것이다. 권력에 가까운 자는 수천억을 벌어 일평생을 떵떵거리며 살고, 권력과 멀리 있는 국민들은 일평생 내 집 마련 꿈조차 꿀 수 없게 처참하고 빈곤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나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20대 청년의 말을 들어 보았다. “나는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며 살아가는 평범한 20대다. 나의 부모님은 무주택자로 월세로 살았다.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이사를 여러 번 해야 했다. 이런 우리에게 작년에 발의된 임대차 3법은 재앙과도 같았다. 연달아 LH공사 투기 사건이 발생했고, 일 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을 접하니 분노를 넘어 정치와 세상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한다면 나와 같은 청년들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나 같은 청년들 요즘 뭘 하는지 아는가? 집 장만하고 주거 빈곤 해소하려고 하는 일이 주식하고 코인 한다. 그래서 코인충이란 말이 나오고 어떤 청년은 빚을 져서 극단적인 선택하는 청년들도 있다. 그런데 배경이 든든한 누구의 아들은 사회 초년생인데도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을 받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나와 같은 서민, 즉 가재, 개구리, 붕어들의 삶은 생각지도 않고, 자신과 가족의 이익만 챙긴다.”

또 다른 청년의 목소리다. “이 문제를 진영 논리로 접근하는 어른들에게도 분노한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 어른들은 어디에 있나? 청년, 아이들의 미래를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는 게 어른들이다. 그리고 이재명 지사는 대장동, 화천대유 사건에 대해 떳떳하고 당당한가? 앞에서는 청년 위한다면서 20만원 주면서 너희는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평생 가붕개로 살라는 것이냐. 청년들 어리석지 않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추악한 정치인들의 위선의 가면을 찢어버리겠다.”

그 외에도 분노하는 여러 청년의 발언을 들었는데 대동소이했다. 명확한 점은 청년 세대의 미래를 갉아먹는 기성세대 기득권자들의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장동 개발 부동산 사업을 벌인 화천대유 고문을 전 대법관이 맡았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최종적인 정의에 대한 심판의 보루가 무너졌다는 절망적인 느낌이 든다. 아울러 법치주의가 이렇게 땅바닥에 떨어진 시대도 없을 듯싶다. 법치주의의 원칙은 간단하다. 누구나 법을 준수하고, 누구에게나 법은 공정하게 적용돼야 하며,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대장동 게이트에 어떤 정·관계 로비가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금품이 오갔는지 계속 드러날 터이고 앞으로 여·야 공방전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그럴수록 청년들은, 또 국민들은 얼마나 한숨을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 오가는 거리에는 문을 닫은 상점들은 자꾸만 늘어나는데,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지 허탈한 마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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