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의 땅’ 아일랜드 찾은 바이든 “내년 재선 결심”

한동훈
2023년 04월 15일 오후 10:45 업데이트: 2023년 04월 15일 오후 10:45

“아일랜드 여행에서 낙관적인 생각 강해져”
귀국 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공식 선언”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출마해 재선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으며, 곧 이를 공식 발표하겠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 방문 마지막 날인 이날 귀국길에 오르기 전 “이미 그 계산을 했다”며 “비교적 빨리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북아일랜드에 도착, 영국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영접을 시작으로 나흘간의 일정에 들어간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아일랜드 방문 일정 중 감정적인 모습을 자주 보였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그는 가족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꺼냈다. 벽돌을 만들어 팔았던 고조할아버지를 언급하며 “증손자가 200년 만에 미국 대통령이 돼 돌아오리라 상상했겠냐”며 격세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마지막 날인 14일에는 2015년 뇌종양으로 숨진 큰아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던 신부를 만나 눈물을 쏟았으며, 이후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을 살피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아일랜드 여행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전 기자회견에서 “이곳(아일랜드)에서의 여행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나의 낙관적인 생각을 북돋워 줬다”고 말했다.

이어 ‘재선을 결심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시 출마하는 것이 내 계획이라고 여러분에게 이미 말했다”며 재선 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의 재선 출마 여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미 언론계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출마할 경우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지만,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고령의 나이다.

올해 80세인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다. 2024년에 재선에 성공할 경우 86세로 임기를 마치게 된다. 해프닝으로 끝난 사례도 있지만, 임기 중 때때로 인지능력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러한 시선을 염두에 둔 듯 지난 13일 아일랜드 의회 연설에서 “나는 시작이 아니라 경력의 끝에 있다”며 나이가 많다는 사실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러면서도 “나이가 들어서 이 직업에 끼치는 유일한 영향이라면, 내 나이를 보면 알겠지만 약간의 지혜”라며 “미국 역사상 어떤 대통령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그 일에 임한다”고 노련미를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그렇다고 내가 더 나아지거나 나빠지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핑곗거리는 된다”고 청중의 웃음을 이끌어내며 이야기가 너무 무겁게 흐르지 않도록 하는 관록을 보이기도 했다.

* 이 기사는 에멜 아칸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