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원한 봄’ 시사회…진실 알리려 노력한 사람들의 실화

정향매
2023년 06월 3일 오후 1:15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5

제3회 서울 락스퍼 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중국의 인권 탄압을 작품화한 캐나다 영화도 소개됐다.

6월 2일, 서울 종로구 피카디리 CGV에서 중국 파룬궁 수련자들의 실제 활동을 다룬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영화 ‘영원한 봄(창춘·Eternal Spring)’ 시사회가 열렸다. ‘창춘(長春)’은 영화 배경 도시 이름이자 ‘영원한 봄’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녔다. 

2002년 3월 5일, 중국 북동부 지린성 창춘시에서 이른바 ‘케이블TV 삽입방송’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국영방송에서 이른바 가짜뉴스를 방송해 파룬궁 수련자들의 현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오도했다. 이에 파룬궁 수련자 18명은 위험을 무릅쓰고 창춘시 국영 케이블TV 방송 시스템에 개입해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전했다. 

중국 당국은 곧바로 대대적인 단속을 시행해 창춘시 안팎에서 파룬궁 수련자 5000명 이상을 체포했고 이들 가운데 최소 7명이 수일 안에 폭행과 고문 끝에 목숨을 잃었다. 

캐나다 태생의 제이슨 로프터스 감독과 중국 창춘 출신 애니메이터이자 파룬궁 수련자인 궈징슝(郭競雄·필명 ‘다슝’)은 6년에 걸쳐 해당 사건 참여자들의 후일담을 86분 분량의 영화로 제작했다. 

영화 ‘영원한 봄(창춘·Eternal Spring)’ 중의 한 장면 | Courtesy of Lofty Sky Pictures

로프터스 감독은 2015년 피바디상 다큐멘터리 프로그래밍 부문 수상자이다. 국내 다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가면(假面)-감춰진 진실(원제: In the Name of Confucius)’의 총괄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저스티스 리그’ ‘스타워즈’ 코믹스 작품에 참여하기도 한 궈징슝(郭競雄)은 중화권 저명 만화가이다. 2006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전에서 중국인 중 최초로 최고상인 특별상을 수상했다.

‘영원한 봄’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캐나다의 아카데미 국제 장편 영화상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앞서 제23회 밴쿠버 영화 비평가협회상에서 캐나다 부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최우수 영화상’을 받았고 애니메이션계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애니상(제50회)에서는 ‘장편 애니메이션 각본상’을 수상했다. 

2일 시사회는 로프터스 감독도 자리했다. 그는 관객들에게 “고등학교 때부터 동양 문화와 명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도 호기심을 가졌다. 그러다 쿵푸 게임을 함께 제작하기 위해 다슝을 만났다. 그를 통해 창춘 삽입 방송 사건의 진실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에게 이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며 영화를 제작한 모티브를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영화 ‘영원한 봄(창춘·Eternal Spring)’ 감독 제이슨 로프터스 | 김국환/에포크타임스

그는 “우리는 6년 동안 해당 사건의 생존자와 유가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그러고는 90분으로 압축된 영화로 제작했다”며 “이 영화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삽입 방송 사건 생존자인 김학철 씨도 참석했다. 그는 삽입방송 사건에 참여한 이유로 중국에서 7년 4개월 복역했다. 이후 간신히 중국 탈출에 성공한 그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창춘 ‘케이블TV 삽입방송’ 작전 참여자 김학철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김학철 씨는 “영화를 관람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서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진선인(真善忍)’ 원칙에 따라 수련하지만 그들 가운데 많은 이는 잔혹한 박해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면서도 다슝의 말을 인용해 “삽입 방송은 한순간 반짝하고 꺼지는 불꽃처럼 중국 당국에 의해 신속하게 지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의 찬란함은 영원히 빛나는 별처럼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김주성 전 한국교원대 총장은 “영화를 통해 아주 특별한 점을 보았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단지 개인 수련을 견지하는 사람들이다. 중국 공산당과 싸우거나 공산주의와 부딪치려 한 적이 없다. 중국 공산당은 스스로 두려워서 이들을 탄압한다”며 “중국 공산당은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지만 이런 영화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잔혹한 탄압 속에서도 용감하게 맞서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주성 전 한국교원대 총장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한민호 전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관은 “실사 촬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영화를 제작한 것 같다. 그런데도 내용이 잘 전달됐다”며 “한국인들은 언론 자유 등 기본 인권마저 허용되지 않는 중국의 현실에 대해 잘 모른다. 이런 영화를 통해 중국을 더 구체적으로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영원한 봄(창춘·Eternal Spring)’ 시사회 현장. | 김국환/에포크타임스

‘영원한 봄’은 이번 영화제 기간인 6월 3일과 6일 같은 영화관에서 2회 더 방영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또 탄소중립 미래를 위한 원자력 공감대 형성을 위한 ‘원자력 포럼’ 개최와 더불어 ‘판도라의 약속(Pandpra’s Promise)’ ‘뉴클리어 나우(Nuclear Now)’ ‘아토믹 호프(Atomic Hope)’ 등 원자력 특별전 출품작 3편도 상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