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교육정책 방향 토론회…‘총체적 위기’에 공감

이윤정
2022년 04월 27일 오전 9:10 업데이트: 2022년 04월 27일 오전 10:05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4월 26일 오후 ‘새 정부 교육정책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1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정경희 의원은 “대한민국 교육이 총체적 위기”라고 진단하며 “지난 5년간 추락한 학생들의 학력을 회복하고 우리 아이들이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육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 국가의 발전을 이끌 인력을 양성하는 것 등 새 정부 앞에 많은 교육과제가 놓여 있다”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장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평등만 강조하고 그 결과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좌편향 교육정책으로 대한민국 교육이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며 “일부 이념집단의 입김에 좌우되는 교육의 정치화와 국가의 과도한 학교 교육 통제로 국가교육체계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문재인 정부가 무너뜨린 ‘공정성’ ‘다양성’ ‘자율성’ 기조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文 정부서 ‘경쟁’ 없애…학력 저하 심각”

조윤희 대한민국교원조합 상임위원장은 현 정부 교육 정책의 문제점으로 ‘학력 저하’와 ‘고교학점제 강행’을 지목했다.

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교육에서 ‘경쟁’을 없앴다”며 “‘진단’과 ‘평가’가 사라진 정책은 학력 저하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가속한 원인으로 ‘자유학기제’를 꼽았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에서 1~2개 학기 동안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의 소질·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다.

조 위원장에 따르면 2016년부터 전국의 중학생은 자신의 꿈과 끼를 찾기 위해 1~2개 학기 동안 시험으로부터 해방됐다. 이 기간의 성적은 고교 입시에 반영되지 않고 마지막 학기는 입시에 직접적 영향이 적어 사실상 중학교 과정 6개 학기 중 3개 학기만이 내신에 반영된다. 중학교 전체 대상의 학력 진단 평가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진단’과 ‘평가’가 사라진 정책은 학력 저하로 이어졌다.

조 위원장은 ‘고교학점제’에 대해선 “학교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고교학점제는 말 그대로 대학생이 수업을 듣는 형태와 비슷한 것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 자율권이 확대되는 제도다. 학교에서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올해 일반고와 특성화고에 부분적으로 도입한 후 2025년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부산 동구 부산고등학교에서 사회 교사로 재직 중인 조 위원장은 학교 현장의 문제와 관련해 “학교에 소인수 강좌를 동시에 개설할 교실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교사 수급이 유연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다(多)교과 담당 교사도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선택권을 지원하기 위한 강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고교학점제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연착륙을 원한다”면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학교 인프라는 물론 교사 수급 문제 등을 충분히 고려한 뒤 단계별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진짜 문제는 학력 격차가 아니라 학력 저하”라며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를 ‘불평등’으로 규정짓고 전국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전부 ‘학력 격차 해소’를 과제로 내세우는 건 행정 일변도의 교육정책이 빚어낸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모든 학생의 학력이 저하돼도 ‘평준화’만 이뤄지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건가”라고 반문하면서 “학력 저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 전수 조사를 위한 평가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4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 정부 교육정책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교육감 직선제 폐지해야”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감은 각 광역시·도마다 한 명씩 있다. 교육의 전체적인 틀은 중앙 정부에서 마련하지만,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기관은 각 시도 교육감이다. 교육감 임기는 4년이며 3번까지(최장 12년) 연임할 수 있다.

1990년대 지방자치제도와 더불어 교육감 선거제도가 도입됐다. 처음엔 간선제를 채택했다가 학운위(학교운영위원회)에서 뽑는 방식을 거쳐 2006년 직선제가 도입됐다. 2007년 부산광역시 교육감 선거부터 주민의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했으며 2010년에는 전국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

김 교수는 “2010년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교육감 당선자는 2명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전교조 간부 출신 교육감이 10명, 친전교조 성향 교육감까지 합치면 14명에 이른다”며 “결과적으로 전교조만 살찌운 선거제도가 됐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전교조의 이익, 가치가 과잉 반영되고 학생 인권 강화, 자사고·특목고 폐지, 국가학업성취도 전수 조사 폐지 등 전교조의 주장이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직선제 도입 후 16년 동안 공교육 경쟁력은 퇴보했다”며 학력, 사교육비, 학부모 만족도 등 교육 성과 지표가 답보 내지 하락하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진보·좌파 교육감들은 ‘경쟁을 줄이고 서열화를 없앤다’며 학습량과 시험 횟수를 줄이는 혁신 교육을 폈다. 그 결과 기본 수업도 못 따라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정부보다 2~3배 증가했다.

그는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지출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통계청이 공식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2012년을 제외하고 1인당 사교육비는 지속해서 증가했다. ‘2020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8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21.5% 증가했다.

학교, 교사에 대한 만족도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떨어진다는 점도 언급했다. 각종 교육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의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 교육 분야의 자치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도 교육감 직선제 폐지 이유로 꼽았다.

김 교수는 “교육활동의 기본 요소, 즉 ‘누가(교사), 무엇을(교육과정) 어떻게(교육방법) 가르칠 것인가’를 국가가 정한다”며 “교원은 국가 공무원이고 가르칠 내용은 국가에서 정하는 교육과정 체제를 따르며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지방재정 자립도는 거의 제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 교육 자치의 토대가 되는 재정고권과 인사고권이 매우 취약해 고유의 자치사무가 거의 없어 시·도지사처럼 주민직선제로 선출할 근거가 미약하다”고 분석했다.

또 “중앙 정부와 이념을 달리하는 교육감이 선출된 경우, 초등교육사무의 권한을 둘러싸고 장관과 교육감들 간에 갈등을 빚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0년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 교육감의 무상급식을 둘러싼 갈등 사례를 제시했다. 당시 소득 하위 30% 초·중·고 학생에게 선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던 오세훈 시장은 모든 학생에게 보편적 무상급식을 주장한 곽노현 교육감과 대립했다. 서울시 주민투표로 돌파구를 찾으려던 오세훈 시장은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해 주민투표가 무효가 됐고 이에 정치적 책임을 지고 2011년 8월 사퇴했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복지 이슈가 가르치는 교육 문제보다 우선시되는 본말전도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또 후보자를 사전에 검증하고 거르는 과정이 없어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 막대한 선거 비용 부담으로 부정과 비리 원인 제공, 교단의 줄서기를 유인해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드는 점 등을 직선제로 인한 교육적 폐해로 거론했다.

김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 포퓰리즘을 양산해 교육을 황폐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교육 본연의 목적보다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