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부터 물가 비상…한은 “올해 통화정책, 물가안정에 중점”

이윤정
2023년 01월 2일 오후 4:34 업데이트: 2023년 01월 2일 오후 4:34

새해에도 각종 물가와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신년사를 통해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 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상승해 1998년(7.5%)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458개 중 395개(86.2%)의 가격이 올랐다. 10개 중 9개가 가격이 오른 셈이다.

품목별로는 무(38.6%), 식용유(35.8%), 배추(35.7%), 경유(31.9%)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특히 농어촌이나 지방 소도시에서 난방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등유는 한 해 동안 56.2% 올라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전기요금을 비롯해 각종 먹거리, 대중교통과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인상되며 고물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부터 전기요금을 kWh당 13.1원 인상했다. 지난해보다 9.5% 오른 가격이다. 가스요금도 2분기부터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대중교통 요금도 오른다. 서울시는 2월 1일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4800원으로 인상하고 오는 4월 말을 기점으로 지하철,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요금을 300원씩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상수도 요금도 인상할 계획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잇달아 이와 비슷한 인상 계획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 역시 택시요금 인상 폭을 조율 중이며, 인천을 비롯해 경남·울산은 버스 요금 인상을 고려 중이다. 인천·울산·대전·세종은 상·하수도 요금 인상이 예정됐다. 경기·전남·강원 등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원유 가격 인상, 환율 인상 등을 이유로 꾸준히 제품 가격을 올려 온 식음료업계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일부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10~12% 올렸고, 매일유업은 커피 14종 제품 가격을 10~12.5% 올렸다. 남양유업도 일부 두유 제품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국민 생활에 가장 중요한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 안팎에서 높은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 뒤 “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물가·경기·금융 안정 간 상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므로, 더욱 정교한 정책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라고 강조했다.

최근 무역수지 적자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선 “반도체 수출이 단가 하락으로 부진했지만, 여타 주력 품목들은 지난해 증가를 이어간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외 여건이 회복되면 무역수지도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 같은 위기 대처 과정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고금리 환경 역시 높은 가계부채의 수준을 낮추고 부채구조를 개선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13일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연 3.25%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더 올릴지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