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봉쇄 후폭풍 지속…美 밀입국 중국인 10배 폭증

제니 리
2023년 02월 28일 오후 2:18 업데이트: 2023년 02월 28일 오후 5:08

‘제로 코로나’ 겪은 중국인들, 자유 찾아 미국행
부유층 아닌 서민들은 중남미 정글 도보로 통과

팬데믹 이후 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가 봉쇄되면서 중국에서는 ‘润’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윤택할 ‘윤(潤)’의 간체자 표기다.

이 단어는 ‘젖다’ 혹은 ‘윤기 있다’는 뜻으로 중국어에서 ‘룬’으로 발음하며 알파벳을 이용한 발음표기법은 ‘Run’이다. 영단어 ‘런(Run·달리다, 도망가다)’과 일치한다.

그 때문에 지난해 2개월간 봉쇄된 상하이에서는 탈출(Run)하고 싶은 열망을 담은 은어로 이 단어가 유행했다.

실제 자국을 탈출하는 중국인들의 수는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은 멕시코와 맞닿은 미국 남부 국경을 넘어오는 중국인 수가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미 국경보호국에 따르면, 1월에만 1084명의 중국인이 미 남부 국경에서 체포됐다. 전년 동기 89명과 비교하면 111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동안 체포된 중국인은 2999명이다. 이 또한 전년 동기 366명보다 719%가 늘었다.

미 남부 국경을 통한 중국인 밀입국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발생한 이민의 물결 중 작은 흐름에 불과하다.

거리를 봉쇄 중인 중국 공안들|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런’을 부추긴 중국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지난해 비즈니스 및 문화 학계 엘리트가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상하이가 전면 봉쇄된 가운데,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 부모와 자녀에 대해서도 강제로 분리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당국의 정책을 비판하는 자국민에 대해서는 중국 공안이 나서 처분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이민을 향한 열망은 늘어만 갔다.

한 누리꾼은 “내가 아는 상하이 시민 중 많은 사람이 이미 도망쳤다. 도망갈 수단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중국을) 떠났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중국인 변호사 첸추안촹 씨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물론 수십 년 동안 중국 공산당 정권이 폭정을 일삼았지만, 이번처럼 근 3년 동안 모든 중국인이 고통받았던 때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첸 씨는 “20%의 도시 인구는 나머지 80%의 농촌 인구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이건 시골이건, 베이징이건 상하이건 모든 곳에서 정부 당국이 사람들을 죄수처럼 집에 가둔다”고 설명했다.

과연 중국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润(룬) 단어 검색 및 조회 수가 천정부지로 증가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엄격히 준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뒤인 2022년 4월 3일,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서 ‘이민’을 검색한 횟수는 440% 급증했다. 이 기간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도 이민 관련 키워드를 검색한 데이터는 전월 대비 2500%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더 많은 중국인이 해외 탈출을 고려하는 추세다.

중국 및 홍콩 상류층을 상대로 세금과 이민 컨설팅을 진행하는 유럽 출신 데이비드 레스퍼런스 변호사는 중국 한 자산가로부터 ‘비상탈출 계획’을 실행하라는 주문을 세 번이나 받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다. 레스퍼런스 변호사는 자신의 고객 중 상당수가 안전한 역외 관할권으로 떠나기 위해 수년에 걸쳐 탈출 계획을 세운다고 덧붙였다.

투자 이민 컨설팅 기업 헨리앤파트너스에 따르면, 2022년 약 1만800명의 중국인 상류층이 이민을 떠났다.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2022년 10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20기 1중전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새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들어오고 있다. |Wang Zhao/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중국인 한 명의 밀입국이 당긴 방아쇠

부유층이야 이민을 가는 방법이 다양하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중국을 탈출할 수 있을까.

지난해 8월, 미국 CNN이 보도한 기사 하나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33살 중국인 청년 왕쿤 씨가 미국 남부 국경을 넘은 사연을 보도한 내용이었다.

왕 씨는 가족을 남겨둔 채 비행기와 버스, 보트, 오토바이를 타고 수천 마일을 이동했다. 울창한 정글과 황량한 산을 지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지만, 긴 여정 끝에 미국 남부 국경을 넘었다.

이 중국인 청년의 기사를 또 다른 중국인 청년이 접했다. 1985년 신장에서 태어난 류샹 씨로, 신장은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이 자행되기로 악명 높은 지역이다.

중국 공산당 감시 시스템에 따르면, 류 씨처럼 신장 출신의 시민들은 신분증 번호 자체가 별도로 지급된다. 중국 전역 어디에서건 이들은 공안의 제지를 받는 등 검열 대상이 된다.

이달 17일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 응한 류 씨는 “중국 어디에서든 호텔에 묵거나 기차 같은 대중교통을 탈 때마다 공안이 찾아왔다”며 “무엇을 하는지, 얼마나 머물 것인지, 연락처 등 모든 것을 검사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공안의 제지를 받은 경험을 회상했다. 당시 공안은 류 씨의 휴대전화를 검사하며 ‘재교육 캠프’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던 지난해 CNN 보도를 접한 류 씨는 미국행을 결심하고 여권 발급을 신청했다.

신청은 곧바로 거부됐다. 중국 당국은 ‘필수적이지 않은 해외여행’이라며 류 씨의 여권 발급 신청을 반려했다. 류 씨는 “마카오에서 국제영어시험인 아이엘츠(IELTS) 시험을 치른다”는 사유를 대고 다시 여권 발급 신청 절차를 밟았다.

마침내 여권이 발급됐다. 류 씨는 관광 비자를 받기 위해 주중 미국영사관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관광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류 씨는 다시 결심한다.

신장 재교육 캠프로 추정되는 시설|Greg Baker/AFP/Getty Images/연합뉴스

오토바이로 멕시코를 횡단하다

2022년 11월 1일, 류 씨는 마카오로 입국했다. 그런 다음 마카오에서 대만으로 건너갔고, 대만에서 태국으로, 태국에서 대한민국 서울로, 서울에서 중앙아메리카 국가인 파나마로, 거기서 또 니카라과, 온두라스, 과테말라, 코스타리카로 이동했다. 코스타리카에서 멕시코로 입국한 류 씨는 그 뒤 14일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미 캘리포니아 국경을 향해 멕시코를 횡단했다.

1600마일(약 2600km)에 달하는 구간을 통과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류 씨는 수많은 고난을 겪었다.

류 씨는 “매일 출입국 심사를 받았다. 갱단도 있었고, 비리 경찰도 있었다”며 “모든 사람이 돈을 요구했다. 돈이 없으면 이민국 감옥으로 나를 보내려고 했기 때문에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과정 끝에 미국에 입국한 순간, 류 씨는 안도감을 느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기분이었다.”

멕시코 내 불법체류자들|Charlotte Cuthbertson/The Epoch Times

급증하는 중국인 밀입국, 우려하는 미국

류 씨는 미국 남부 국경으로 밀입국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중국인 50여 명을 만났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빅터 아빌라 전 미 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은 현재 중국인 수천 명이 남미에서 미국 국경으로 몰려드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고든 창 미국 기반 중국 전문가는 폭스뉴스에 현시점이 중국 공산당 정권에 있어 미국에 보안 인력을 배치할 ‘완벽한 기회’가 돼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 남부 국경은 무방비 상태이며 좋지 않은 행위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미국은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빌라 전 요원 또한 밀입국자들 가운데 중국 공산당 스파이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아빌라 전 요원은 “이는 심각한 국가 안보 문제다. 우리는 중국이 누구인지 안다. 그들은 우리의 가장 큰 적”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사 첸 씨는 “밀입국은 합법적인 신분보다 한 가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종류의 비자를 신청하든 항상 개인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직업, 가족관계 등 모든 것을 미국 정부가 확인한다. 밀입국한 경우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