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감도는 中 양회…대만 독립 지지자 학살 제안까지

강우찬
2023년 03월 10일 오후 3:57 업데이트: 2023년 03월 10일 오후 4:27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는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가 4일,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5일 개막했다.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이 두 회의를 통틀어 양회라고 부른다. 정협은 11일, 전인대는 13일까지 열린다.

전인대는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으로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공산당 휘하의 형식적 단체에 그친다. 당의 결정 사항을 승인하는 ‘거수기’ 의회라는 비판을 받는다.

전국에서 모인 각 지역·분야·민족 대표들은 과거 오른손을 거수했지만, 지금은 탁상에 설치된 버튼을 눌러 일제히 찬성을 나타낸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의제에 따라 극소수 반대도 전광판에 표시되지만, 연이은 100% 찬성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피하려 사전에 기획된 ‘구경거리’다. 당에서 결정한 의제가 부결된 경우는 없다.

정협 역시 형식적 자문기구일 뿐이다. 중국 공산당과 민주당파(체제 내 민주주의 세력을 표방하는 군소정파), 그 외 단체 대표들이 참여하지만 민주적 정치를 펼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쇼에 불과하다.

다만, 중국 공산당은 이런 뻔한 연출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고 중국 문제 전문가 장광위는 지적한다.

장광위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은 합법성이 전혀 없는 강도 정권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통성, 집권 합법성을 매우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역사적으로 음모를 꾸며 정권을 강탈한 정권들은 모두 ‘정통성이 없다’는 세간의 평가를 가장 견디지 못한다”며 “이는 중국 공산당이 늘 합법적 정권이며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필사적으로 선전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신해혁명(1911)에 의해 청나라가 전복되고 중화민국이 집권했을 때인1912년 2월, 흔히 마지막 황제 푸이(부의)로 불리는 선통제(6)의 퇴위 절차가 진행됐다.

선통제는 당시 6세의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그의 명목상 모친이었던 융유태후가 대신 간소화된 퇴위 절차를 밟았으나, 다음 정권의 발전과 인민의 번영을 축원하는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었다.

장광위는 “그러나 국민당을 대만으로 내몬 중국 공산당은 그런 형식적인 왕조 교체의 절차마저도 치르지 않았다”며 “중국 공산당이 폭력혁명으로 정권을 강탈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자신의 정통성을 증명하기 위해, 또한 정말 인민의 지지를 얻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전국에서 약 3천 명의 ‘인민대표’를 선출해 집합시킨다”며 “이것이 전인대의 실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화려한 민족 의상을 입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자리 잡은 소수민족 대표들 역시 분위기 연출을 위해 빼놓 수 없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장광위는 “공산당은 이들 인민대표에게 당의 결정 사항을 승인하도록 하는데 인민대표라는 호칭만 붙은, 당이 지명한 연기자일 뿐 인민이 선출한 ‘대표’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은 ‘국가권력을 인민의 손에 맡긴다’, ‘인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인민에게 더 잘 봉사하겠다’고 요란을 떨지만 이러한 엉터리 인민대표야말로 인민에 대한 무시”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가 지적한 올해 양회의 특징은 ‘살기등등한 분위기’다.

장광위는 “이번 양회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당 지도 강화 및 조직 개혁, 그리고 퇴임을 앞둔 리커창 총리의 마지막 정부 업무보고였다”면서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인민대표, 정협 위원들의 발언도 주목받았다”고 했다.

대표적 사례가 정협위원으로 선출된 홍콩 출신 액션배우 견자단의 “홍콩 시위는 폭동” 발언이었다.

액션배우 견자단이 2023년 3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했다. | Lintao Zhang/Getty Images)

견자단은 영국 잡지 GQ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많은 나라를 가봤지만 고속도로, 건축, 생활의 편리함 등 발전상이 중국에 훨씬 못 미친다”며 중국을 추켜세웠다.

또한 견자단은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 “그건 시위가 아니라 폭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서방 언론이 중국을 정당하게 묘사하지 못한다는 부정적 견해도 드러냈다.

인터넷 작가이자 대표적인 샤오펀훙(공산당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청년층)으로, 정협위원인 저우샤오핑(周小平)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이들의 숙청을 주장했다.

저우샤오핑은 4일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인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를 제안했다.

정협 회의에서는 각 위원들이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다. 저우샤오핑은 자신의 숙청안에 따르면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누가 죽여도 상관없다.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훈장까지 수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제안이 입안 심사를 통과했다고 주장했지만, 어느 단계를 통과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만약 저우샤오핑의 제안이 초기 심사만 통과하고 기각됐더라도 이는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탕징위안은 “입안 통과는 숙청안이 저우샤오핑의 개인적 의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내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저우샤오핑은 인터넷에서 젊은 네티즌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라며 “그의 발언이 당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사실상 공식 입장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탕징위안은 “중국에 진출한 대만 자본, 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협박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공갈 협박은 올해 양회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