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에 생사가 달린 일” 유기동물 ‘인생샷’ 찍어주는 동물보호센터

이서현
2020년 07월 8일 오전 11:1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2:33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천만 가구를 넘어섰다.

안타까운 건, 그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전국의 300여 개 유기동물 보호소에 머무는 유기견은 10만여 마리.

최근 코로나 사태로 보호소를 찾는 외부인 발길이 끊기면서 입양률이 뚝 떨어졌다.

국내에서는 입양을 꺼려 해외로 보내던 대형견들은 하늘길마저 막혀 더 막막한 상태다.

보호소는 포화상태인데 입양은 줄고, 새로운 유기견이 계속 들어오다 보니 그 끝은 결국 안락사로 이어진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이런 상황에서 사진이라도 예쁘게 찍어서 어떻게든 유기동물 입양을 추진하기 위해 애쓰는 보호소가 있다.

지난달 11일,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는 유기동물 인생샷을 찍어주는 경북 포항시 동물보호센터의 소식을 전했다.

유기동물 입양 공고에 올라오는 사진은 대부분 힘이 없이 누워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포항시 동물보호센터의 사진은 조금 다르다.

[좌]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우] Instagram ‘pohanganimal’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한껏 꾸민 강아지들이 조화나 풀밭을 배경으로 웃거나 하품을 하고, 때로 아련미를 뽐내기도 한다.

이렇게 입양 공고 사진에 공을 들이는 건 이 사진 한 장이 녀석들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이 보호소에서 일하는 염희선 팀장은 “동물보호 시스템 때문에 무조건 사진을 찍어야 된다. 근데 너무 급하니까 철장 위에서 그냥 탁탁 찍기도 한다. (저희도) 신경 써서 찍긴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급하게 찍던 사진을 애써서 찍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유별나게 사람을 잘 따르는 한 녀석이 예쁘게 앉아 있는 사진을 찍게 됐는데, 그때 입양 문의가 부쩍 늘어난 적이 있었다.

염 팀장은 ‘사진 한 장으로도 이렇게 입양률이 올라가는구나’라는 걸 깨닫고, 그 후로 최선을 다해서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야생에서 살던 녀석들을 붙들고 예쁘게 찍는다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다.

모든 직원이 총출동해 아기를 다루듯이 신경을 써야 하고 간식도 동원된다.

털을 다듬어주는 미용 봉사자들과 사진을 찍는데 필요한 소품을 보내주는 이들의 도움도 있었다.

사진뿐 아니라 좋은 가족을 만나도록 녀석들의 특이사항을 적는 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염 팀장은 “많은 분이 사이트에 한 장 사진 보고 쓱 넘겨버리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 성격도 ‘온순함, 경계, 입질’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다양하다”라며 “제가 알고 있는 (아이들의) 성격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진 한 장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서로에게 기다림이 필요한데 그걸 못 기다리고 ‘다른 아이로 바꾸겠다’ ‘암컷인데 수컷으로 바꿔 갈래요’ 이런 분들이 많다”라며 “가족이니까 끝까지 책임지셔야 한다. 끝까지 무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유기동물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말이 너무 강압적으로 들린다고 사람들이 (말씀)하세요. 생명은 돈 주고 사는 게 아니잖아요. 정말 입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