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체포 빈과일보 주식 장중 최고 344% 폭등…홍콩인들 “양심 언론 지킨다”

류지윤
2020년 08월 11일 오후 6:20 업데이트: 2020년 08월 11일 오후 10:38

11일 전날 종가 대비 183% 급등한 채로 마감
홍콩인들 앞다퉈 주식 매입 “구독료 선납한 셈”
빈과일보 “발행부수 5배 확대…언론 사명 사수”

빈과일보 창업주 지미 라이(黎智英·71) 홍콩 넥스트미디어그룹 회장이 홍콩판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자 회사 주가가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홍콩 경찰은 홍콩 언론계 거물 지미 라이를 체포했다. 이날 그의 두 아들 그리고 회사 고위 간부 4명 등 최소 7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당일 오후 넥스트미디어그룹 주가가 장중 최고 344%까지 치솟았다. 홍콩인들이 회사의 주식을 너도나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홍콩 시민들, 주식 구매로 양심 언론 지지

당초 지미 라이 회장이 체포된 직후까지만 해도 넥스트미디어그룹 주가는 16% 급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주가는 344%까지 폭등했다.

홍콩 시민들이 넥스트미디어그룹 주식과 빈과일보 신문을 구매하며 지미 라이 회장 응원에 나선 것이다. 이날 장은 최종적으로 183% 급등한 0.255 홍콩 달러에 마감됐다.

지미 라이 회장이 체포된 10일 넥스트미디어그룹 주가는 344%까지 폭등했다. 이날 장은 최종적으로는 183% 급등한 0.255 홍콩 달러에 마감했으며, 하루 거래량은 3억9400 홍콩 달러(약 459억원)에 달했다. 이는 2000년 상장 이후 최대 거래 금액이다. | 동영상 캡처

넥스트미디어 그룹은 시가총액 2억 홍콩 달러에서 6억7천만 홍콩 달러로 반등해 홍콩 증시 사상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루 거래량은 3억9400 홍콩 달러(약 459억원)에 달했다. 2000년 상장 이후 최대 거래 금액이었다.

팡바오차오(方保僑) 홍콩통신협회(香港資訊科技商會) 명예 회장은 1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넥스트미디어그룹의 주식을 샀다고 밝혔다.

그는 “별 고민 없이 넥스트미디어 주식을 구매했고, 앞으로도 팔 계획이 없다. 10년 치 구독료를 지급한 것으로 치겠다”고 전했다.

또한 “언론의 자유는 값을 매길 수 없다. 언론사는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주가 지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주가는) 회사가 건강한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반영한다”며 “홍콩 사람들은 넥스트미디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경제전문 칼럼니스트 훈수이(渾水)도 “0.078 홍콩 달러에 넥스트미디어그룹 122만 주를 매입했다”며 거래 내역을 캡처해 소셜네트워크에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게시되자마자 5천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300회 이상 공유됐다.

훈수이는 향후 넥스트미디어 주식 일부를 매각해 번 돈을 대학 장학금형식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빈과일보 “언론자유 수호, 반드시 자리 지킨다”

7월 말까지 빈과일보 측이 공개한 일일 발행 부수는 7만부, 판매 부수는 약 6만부였다.

그러나 빈과일보 측은 지미 라이 회장이 체포된 다음 날인 11일부터 35만 부씩 찍겠다고 발표했다.

11일 빈과일보는 앞으로 신문 35만 부를 인쇄한다고 밝혔다. | 인터넷 화면 캡처

사측은 성명을 통해 “홍콩 경찰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회적 공포를 조장하려해 매우 격분했다”고 전했다.

또한 “언론기관 수사는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문명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성명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0여 명의 홍콩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없이 빈과일보 건물을 봉쇄했으며 취재 활동을 제한하고 뉴스 취재 자료를 열람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

사측은 “홍콩 정부가 국제적인 도시 홍콩을 낙후된 제3세계 수준으로 후퇴시키려고 한다”며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홍콩의 언론 자유가 벼랑 끝에 몰렸지만, 빈과일보 직원들은 반드시 자리를 지키고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겠다”고 다짐했다.

빈과일보는 홍콩 경찰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회적 공포를 조장하려는 시도에 매우 격분했다고 밝혔다. | 빈과일보 홈페이지 캡처

홍콩 언론협회 공동 성명, “중공 친위대가 홍콩 언론자유 말살한다”

이날 홍콩기자협회, 홍콩사진기자협회, 독립논평인협회, 명보(明報)직원협회, 홍콩방송프로그램제작자노조 등 홍콩언론협회들은 공동성명을 발표해 이번 대규모 언론기관 압수수색의 목적과 법적 근거를 추궁했다.

이들은 경찰관 100여 명이 한 언론사의 모든 출입을 통제하고 기자의 개인 소지품을 수색하는 등 개인 프라이버시와 언론 자료 수색 원칙을 무시했다고 했다.

언론은 권력 남용과 거짓을 폭로하는 책임을 짊어진 만큼 취재원 보호를 중시하는데 경찰이 무턱대고 자료를 뒤져 사람들이 제보하지 못하게 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언론의 감찰 기능을 약화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짓밟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기자협회장 양젠싱(楊健興)은 전날 홍콩 경찰이 빈과일보 건물을 봉쇄할 때 밖에서 상황을 지켜봤다며 “기자의 개인 물품을 수색하는 등 수십 년간 언론사에서 일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을 목격했다. 경찰의 대규모 수색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제3세계 국가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홍콩에서 벌어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매우 안타깝다”고 심경을 전했다.

홍콩 시민기자회도 “공산당 안전법(홍콩안전법)이란 교수대에 올려진 언론의 자유가 목 졸라 살해됐다”며 “그다음은 홍콩 시민사회가 될 수 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