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앞둔 윌리엄 바 美법무장관 “연방정부, 투표기 압수할 권한 없다”

이은주
2020년 12월 22일 오전 11:38 업데이트: 2020년 12월 22일 오전 11:39

이달 말 사임을 앞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연방정부가 전자 투표기를 압수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 장관은 21일(현지 시각) 팬암기 폭파사건 32주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 사용된 투표기를 압류할 권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현재 연방정부가 기계들을 압수할 근거가 없다고 본다”면서 “대량의 투표기를 압수해선 안 된다”고 발언했다. 

바 장관은 또한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대선 결과를 뒤집을만한 선거 사기의 증거를 보지 못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체계적 또는 광범위한 사기에 대한 주장을 이미 언급했고, 그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이런 보도가 나가자 트럼프 대통령과 법률팀은 충분한 증언과 증거를 제시했다고 반박하면서 연방수사국(FBI)의 트럼프-러시아 수사 기원에 대한 법무부의 조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바 장관은 그러나 “11월 3일 선거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믿는다”면서 “불행히도 대부분의 선거에서 우리가 너무 관대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기 혐의를 조사하거나 투표기를 검사하기 위해 특별 검사를 임명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이 단계에서 특검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면 임명했을 텐데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할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바 장관의 임기는 오는 23일까지다. 앞서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바 장관이 공직에서 물러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바 장관의 뒤를 이어 제프리 로젠 법무부 부장관이 법무장관 대행을 맡는다. 

최근 트럼프 법률팀은 선거 청렴성을 위해 투표기 포렌식 감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률팀 최고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애리조나주에서 투표기 포렌식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명한 선거를 위해서는 투표 기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줄리아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투표기에는 의료 정보 혹은 불법적인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면서 “심지어 유권자들이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포렌식 감사를 통해 유권자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기계 소환을 거부한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 위원회를 향한 발언이었다. 

그는 카운티 위원회를 겨냥해 “투표기는 사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공 정보이며, 당신의 것이 아니다”면서 투표기 소환을 기피하는 것은 “부정행위를 감추려는 노력의 신호”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조지아·애리조나·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 4개 주의 포렌식 감사를 촉구했다. 

“당국자들이 애리조나에 있는 수십 대의 투표기를 감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팀이 감사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다고 줄리아니는 덧붙였다. 

대선 부정선거 의혹의 핵으로 떠오른 투표시스템 업체 도미니언은 애리조나주를 비롯한 미국 28개 주에서 사용되고 있다. 

도미니언 측은 ‘표 전환’에 대한 의혹과 외국 정부와의 유착 관계 모두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