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증산 중단 검토…美 비축유 방출에 대응”

한동훈
2021년 11월 25일 오전 10:58 업데이트: 2021년 11월 25일 오전 11:21

미국 등 국가들이 원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증산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와 러시아가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오펙 플러스'(OPEC+) 합의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다. 이 단체는 지난해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자 생산량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석유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OPEC+는 지난 8월 증산에 합의했다. 다만, 공급 과잉을 우려해 증산 규모를 하루 40만 배럴로 제한했다. 이후 매월 화상회의를 통해 이 합의를 연장해오고 있다. 이달 초에도 연장을 결정했다.

이는 미국의 비축유 방출로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석유 증산을 요청해왔으나, 이달 초 OPEC+이 증산 규모를 늘리지 않기로 확정 짓자 지난 23일 10년 만에 방출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대응에 나섰다. 미국이 자체 전략비축유 5000만 배럴을 포함해 총 7000만 배럴에 이르는 원유를 방출할 경우, 유가 수급 불균형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게 양국의 입장이라고 WSJ은 전했다.

다만, OEPC 회원국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는 증산 중단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두 나라는 그동안 OEPC 리더격인 사우디와 석유 생산 정책 주도권을 놓고 몇 차례 대립한 바 있다.

고유가로 세계 경제의 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OPEC+ 역시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각국의 코로나19 규제로 석유 수요예측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경제 활동을 억제하고 석유 수요 감소를 초래할 코로나19 규제 방안을 추진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 열릴 OPEC+ 회의에서 하루 40만 배럴 증산의 계속 유지 아니면 추가 증산 합의에 도달할지 국제적인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미국의 비축유 방출 계획에 시장은 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이날 0.4% 오른 배럴당 81.66달러에 거래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7% 상승한 배럴당 79.01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