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성과 함께 히말라야 올랐다가 직접 시신 수습하게 된 산악인 (영상)

황효정
2021년 02월 11일 오후 11:1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25

2009년 7월 11일. 한국 여성 산악인을 꼽으라면 바로 이름이 튀어나오는 산악인이 만년설에 사그라졌다. 故 고미영이다.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도전하던 중이었던 산악인 고미영은 이날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산,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 정상(8,126m)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당시 고미영의 등반 매니저였던 산악인 김재수 대장은 먼저 하산, 캠프에 도착해서 추위에 떨 고미영을 위해 따뜻한 물을 끓이고 있었다.

고미영과 김재수 대장은 서로에게 마음을 둔 사이.

SBS 스페셜
SBS 스페셜
SBS 스페셜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고미영은 기쁜 마음을 안고 하산하던 중, 안타깝게도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히말라야에서 시신을 찾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아무리 수색해도 찾을 수가 없었던 고미영. 결국 포기하고 돌아오려던 그 순간이었다.

김재수 대장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내려 오는 그 순간에 갑자기 제가 뒤를 돌아보고 싶더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뒤를 돌아본 순간, 고미영을 발견했다. 김재수 대장과 산악대 대원들은 함께 고미영의 시신을 안고 내려왔다.

SBS 스페셜
SBS 스페셜
SBS 스페셜

꼬박 13시간이 걸린 시신 수습 작업. 시신을 수습한 대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김재수 대장은 그때까지 눈물 한 번 흘리지 않았다. 시신을 다 추스르기 전까지 울 수조차 없었다.

시신을 추스른 침낭의 지퍼를 채워주며 김재수 대장은 “이제 안 추울 거야”라고 속삭였다. 그러다 결국 시신을 꼭 껴안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편하게 쉬어. 응? 편하게 쉬어. 이제 힘 안 들 거야. 힘 안 들어, 이제. 이제 힘 안 들 거야. 왜 이런 걸 해. 하지 말지…”

SBS 스페셜
SBS 스페셜
SBS 스페셜

고미영이 추락한 곳에서 2~3분 떨어진 지점. 바로 그곳에서 김재수 대장은 그녀를 위해 물을 끓이고 있었다.

김재수 대장은 “먼저 혼자 내려와서, 정말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하늘을 보며 목놓아 울었다.

“너무 힘듭니다. 너무 힘들어. 이제 어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 평생 어떻게 삽니까. 이래서…

그 잠깐… 거기서 한 2, 3분만 내려오면 물 끓이고 앉아 있었는데…”

SBS 스페셜
SBS 스페셜
SBS 스페셜

함께 등산하면서 고미영이 발이 시리다고 할 때는 자신의 가슴이라도 내어 주고 싶었다는 김재수 대장은 이후 고미영의 생전 꿈이었던 히말라야 14좌를 목숨을 걸고 대신 완등했다.

“나로 인해 행복하다던 당신. 나는 당신으로 인해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 자신을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 목숨도 바친다는 말처럼

나 또한 그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