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후원한 기업, 유전자 조작 모기 미국에 첫 방출

한동훈
2021년 05월 8일 오전 6:19 업데이트: 2021년 05월 8일 오전 11:00

영국 생물공학기업이 유전자를 조작한 모기를 미국 플로리다주에 풀었다. 미국 본토에 유전자 조작 모기를 풀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지원을 받는 영국 생명공학기업 옥시텍(Oxitec)은 최근 플로리다주 남부 키스(keys) 지역 6곳에 유전자 조작 모기알 수천 개를 방출했다.

3개월에 걸쳐 매주 1만2000마리씩, 총 14만4000마리가 부화해 하늘로 날아오르게 된다. 이후 실험 성과에 따라 올해 안에 최대 2000만 마리의 유전자 조작 모기를 추가로 방출할 계획이다.

유전자 조작 모기 방출은 지카 바이러스, 말라리아, 뎅기열 같은 모기 매개 감염병을 퇴치하기 위한 조치다. 구체적으로는 ‘이집트숲모기(AedesAegypti)’를 겨냥한다.

이번에 풀어놓은 모기들은 수컷인데,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 치명적인 유전자가 새끼들에게 남겨진다. 이 유전자는 암컷에만 치명적으로, 암컷은 성체가 되기 전에 죽는다.

유전자 조작에 따르면, 암컷 모기가 살아남으려면 특정한 화학물질이 필요한데, 이 물질은 자연 상태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컷 개체 수가 줄어 결과적으로 이집트숲모기 종은 절멸하게 된다.

이집트숲모기는 키스 지역 전체 모기의 4%를 차지하지만, 대부분의 감염병과 애완동물을 위협하는 심장사상충 등이 이 모기를 통해 전파돼 질병 퇴치 효과가 크다.

옥시텍이 수컷의 유전자를 조작한 것은 피를 빨아먹는 암컷과 달리, 수컷은 꽃의 꿀이나 수액, 과일즙을 먹고 살기 때문에 기생충이나 바이러스를 사람과 동물에 전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은 미 환경보호청(EPA), 플로리다주 농식품부(FDACS),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승인을 받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비슷한 실험이 진행된 말레이시아, 브라질, 케이맨 제도, 파나마 등 지역에서는 모기 개체 수가 무려 90%나 감소했다.

한편 이번 실험은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역 주민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올해 안에 유전자 조작 모기 수백만 마리가 지역을 날아다니게 된다는 사실에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