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테슬라 공매도 비판한 머스크 “기후변화 기부 안해”

남창희
2022년 04월 24일 오후 5:05 업데이트: 2022년 04월 24일 오후 5:06

전기차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에게 6천억원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 중인지 직접 따져 물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공매도(숏 포지션)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매매 기법이다. 주가 하락 전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나중에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긴다. 게이츠의 테슬라 주식 공매도 유지는 그가 테슬라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네티즌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을 확인했다. 한 네티즌은 머스크와 게이츠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로 추정되는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를 올리면서 사실인지 물었고 머스크는 “그렇다”고 답했다.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머스크는 다른 화제로 대화 중 게이츠에게 돌연 “아직도 테슬라 주식을 5억 달러 공매도 유지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게이츠는 “미안하지만 공매도를 청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게이츠는 “자선 사업에 관해 이야기 좀 하자”고 곧바로 화제를 돌렸지만, 머스크는 “미안하지만, 당신은 기후변화 해결에 가장 많은 노력을 하는 테슬라를 대규모 공매도를 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당신의 자선 활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따졌다.

머스크는 대단한 비밀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유출된 내용에 대해 “내가 뉴욕타임스에 흘린 게 아니다. 뉴욕타임스가 친구의 친구를 통해 입수한 것 같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이어 “테드(TED)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게이츠가 여전히 테슬라 주식에 대해 5억 달러(약 6200억원) 공매도를 유지 중이라는 말을 여러 사람들에게서 들었다”면서 “이를 확인하려 게이츠에게 물었다. 엄밀히 말하면 일급기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다음 날인 23일 배가 불룩 나온 게이츠의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네티즌이 게이츠의 몸매를 놀릴 때 사용하는 인터넷 밈(온라인에 유행하는 사진 혹은 짧은 영상)이다.

머스크는 또한 어두운 곳을 배경으로 두건이 달린 검은색 외투로 온몸을 가린 사람들이 마치 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것처럼 보이는 사진도 올렸고 “어둠의 차단 위원회가 트윗을 검토 중…”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트위터 운영진이 자신의 게시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음을 풍자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 운영이 특정 이념에 편향적이며 불투명하다고 계속 비판해왔다.

그는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TED 컨퍼런스에서 트위터가 어떤 알고리즘으로 계정 등급을 올리고 내리며 게시물을 유포하는지 이용자들은 전혀 알 수 없다며, 이를 블랙박스에 비유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위터를 비상장사로 만들어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대안도 제시했다. 트위터 지분 9.2%를 확보하고 트위터에 현금 총 430억 달러로 지분을 100% 인수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구체적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트위터는 보수 성향 인사들의 목소리를 검열한다는 비판을 부인했다. 회사 정책에 따라 폭력, 혐오 조장 콘텐츠를 제거하고 있을 뿐 중립적인 운영을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의 인수 시도에는 ‘독약’을 삼키며 저항했다. 회사 이사진은 ‘포이즌 필'(독약 처방) 전략을 승인했는데, 이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자를 제외한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기존 주주들은 적은 돈으로 지분을 확대할 수 있고, M&A 시도 측은 지분 확보가 어려워진다. 반면 주식 가치가 희석되고 주주들의 권한이 제약되며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머스크는 비용이 치솟더라도 인수합병 의지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대한 신뢰받고 큰 포용력을 지닌 공공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이 문명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는 게 나의 강력한 직감”이라며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위해서는 토론을 위한 공공의 장이 필요하며 트위터가 이미 그런 역할을 하고 있기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