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카드, 사용자 ‘탄소 배출량’ 알림 서비스 개시

황효정
2022년 11월 26일 오후 4:45 업데이트: 2022년 11월 26일 오후 4:45

캐나다 금융사, 신규 비자카드에 첫 적용
사용자 구매활동 추적해 탄소배출량 집계
‘기후변화 대응’ 목적…과도한 감시 비판도

카드 사용자의 구매활동을 추적,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금융기관의 사용자 행동 감시가 한층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의 신용협동조합(신협) 밴시티(Vancity)는 최근 카드 사용자의 구매활동을 모니터링해 탄소 배출량을 집계하는 기술의 상용화에 들어갔다.

이 기술은 밴시티가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춘 유럽의 금융솔루션 제공 기업인 에콜리티크(Ecolytiq)와 함께 개발했다. 자사에서 발급하는 비자카드에 적용될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발급되는 비자카드 중 탄소 배출량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자카드는 밴시티의 비자카드가 처음이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는 비자카드가 최초인 것은 아니다. 경쟁 업체인 마스터카드는 스웨덴 기업 두코노미와 손잡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추적하는 카드를 이미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밴시티는 배출량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하는 서비스를 통해 마스터카드와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에코리티크는 이 기술을 통해 “금융사가 고객에게 탄소발자국(이산화탄소 배출량 기록) 계산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개인별 맞춤형 탄소 중립 프로그램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건에 맞춘 투자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용자의 활동을 추적해 탄소 배출량을 기록하려는 기업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마이클 에반스 사장은 지난해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 어디를 어떻게 가고, 무엇을 먹고 소비하는지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하는 ‘개별 탄소발자국 추적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우긴 하지만 이러한 추적 시스템이 다른 불순한 목적에 이용되거나, 탄소배출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행동까지 추적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총기 상점에서 발생한 구매기록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총기 상점에 별도의 코드를 부여해 따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탄소 배출 추적이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과 같은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은 빅데이터를 활용, 국민에게 행동 점수를 매겨 고득점자는 혜택을 주고 저득점자는 불이익을 준다.

현 단계에서 탄소 배출 추적 시스템이 카드 사용자에게 배출량을 제공하는 차원에 그치지만 향후 경제활동이나 사회적 신용도에 반영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 화폐가 더해지면 국민 개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더욱 강력해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디지털 위안화 | 신화/연합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의 육성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디지털화폐다.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은 “CBDC 설계에 대한 연구 개발에 최고의 긴급성을 부여한다”며 CBDC 연구개발 행정명령을 내리고 미국 CBDC 육성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바이든 대통령에 따르면 정부 공인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려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소비자 안전 및 금융 형평성, 다른 하나는 기후 변화 대응이다.

미 법무부에서는 정부 공인 디지털화폐인 CBDC의 발행이 의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지, 아니면 행정부 단독 판단으로 가능한 한 일인지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검토를 시작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는 일은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함께 CBDC의 가능성을 연구하는 ‘해밀턴 프로젝트’의 초기 연구를 완료하고 1단계 보고서를 내고, 뉴욕의 연방준비제도(연준) 혁신센터에서도 지난 21일부터 CBDC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범 테스트를 시작하는 등 준비작업은 진행 중에 있다. 이 테스트에는 씨티은행, PNC은행, TD은행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참여한다.

CBDC는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지만, 정부가 직접 발행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바로 정부에 의해 직접 통제된다는 것이다.

이는 자국민의 통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중국이 세계 주요 경제 대국 중에서는 가장 먼저 CBDC 발행을 처음으로 발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앞서 지난 2020년 CBDC인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디지털 위안화 사용자는 2억6천만 명으로 중국 인구의 약 5분의 1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인민은행에 디지털 위안화로 이뤄지는 모든 거래에 대한 접근과 통제 권한을 부여했다.

* 이 기사는 케빈 스토클린 기자가 기여했습니다.